정치
2025년 11월 30일 새벽, 대한민국 정치의 시계는 또 한 번 격렬한 정쟁의 한가운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 “與 ‘秋 구속, 내란당 심판 신호탄’…국힘 ‘판사 협박·정치공작'”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현재 한국 사회를 짓누르는 정치 사법 갈등의 깊이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집권 여당이 특정 인물(추미애 전 장관으로 추정)의 구속을 ‘내란당 심판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주요 야당(혹은 같은 여당 내부의 비판적 시각)이 ‘판사 협박이자 정치공작’이라 반발하는 작금의 상황은 단순한 정책 논쟁을 넘어 국가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기감마저 안겨줍니다.
‘내란당’이라는 표현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엄중하고 극단적인 정치적 죄목 중 하나입니다. 이를 야당의 핵심 인사를 겨냥해 사용했다는 것은 여야 간의 대립이 더 이상 협상과 타협의 범주를 넘어섰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상대방을 정치적 경쟁자가 아닌 ‘국가의 적’으로 간주하는 위험천만한 프레임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다원성과 소수 의견 존중을 뿌리째 흔드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발언이 공공연하게 쏟아져 나오는 배경에는 검찰 수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정치적 지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는 암묵적인 가정과, 이를 통해 상대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반대편에서는 이러한 일련의 사법적 조치들을 ‘판사 협박’과 ‘정치공작’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법 정의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며, 사법부의 독립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법치주의의 수호자여야 할 사법부가 정치적 격랑 속에서 중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게 된다면, 국민 개개인의 법 감정과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급격히 무너질 것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도 주요 정치적 인물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표적 수사’, ‘정치 보복’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는 사법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이러한 정치 사법 갈등의 심화는 과거 유사 사례를 통해 그 위험성을 충분히 경고받아 왔습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는 끊임없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려 왔습니다. 전직 대통령, 전·현직 장관, 여야 대표 등 수많은 고위 정치인들이 검찰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되었고, 그 과정에서 법적 판단의 문제를 넘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정쟁으로 비화되기 일쑤였습니다.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을 둘러싼 논쟁은 진영 논리에 갇혀 본질적인 개선보다는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은 국가적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증폭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민주주의는 어떻게 될까요? 국민은 더 이상 정치적 이슈를 사실과 법리에 기반하여 판단하기보다,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는가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취하게 됩니다. 이는 결국 사회 전반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합리적인 대화와 타협을 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국정 운영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시급히 해결해야 할 민생 과제들은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입니다. 거대 담론과 이념 논쟁에 매몰되어 정작 국민의 삶에 직결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방치되는 비극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오랜 시간 기자로서 정치 현장을 지켜봐 온 저의 시각에서,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여야 대립을 넘어선 ‘위기’입니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하고 사법의 칼날을 휘두르려 하거나, 혹은 사법부 자체를 정치적 판단의 희생양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민주주의의 자정 능력을 마비시킬 뿐입니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발언과 행동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법치주의는 권력을 가진 자가 자의적으로 휘두르는 도구가 아니라,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할 최후의 보루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극단’이 아니라 ‘절제’입니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의 문을 열며, 법치를 정치적 도구가 아닌 공정한 기준점으로 삼으려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사법부 역시 어떠한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국민 앞에 입증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안고 있습니다. 2025년의 대한민국이 극단의 정쟁 속에서 표류하지 않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국민이 지켜보고 평가한다는 사실을 정치권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