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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인가, 현실의 벽인가? 길리어드 ‘예스카타’ 국내 허가, CAR-T 치료제의 빛과 그림자

2025년 12월 1일, 암과의 전쟁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길리어드의 혁신적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예스카타(악시캅타젠 실로류셀)’가 국내에 정식 허가되면서, 불응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빛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이 빛은 언제나 현실의 그림자를 동반한다. 예스카타의 국내 상륙은 단순히 신약 도입을 넘어, 첨단 의료 기술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추출하여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도록 유전적으로 재설계한 뒤,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살아있는 약’이다. 기존 항암 요법에 반응하지 않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혈액암 환자들에게는 마지막 희망이자 생존율을 극적으로 높이는 파격적인 치료법으로 평가받아 왔다. 예스카타는 국내에서 허가된 세 번째 CAR-T 치료제로서, 특히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에 실패한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원발성 종격동 거대 B세포 림프종(PMBCL)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는 기존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에게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소식임에 틀림없다. 실제 임상 연구에서 예스카타는 완전 관해율과 장기 생존율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며 그 효능을 입증했다. 난치성 암과의 싸움에서 절망의 끝에 섰던 환자들에게 ‘관해’라는 단어는 실로 기적과도 같은 울림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혁신적인 치료법이 선사하는 희망 뒤에는 언제나 거대한 ‘비용’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예스카타를 비롯한 CAR-T 치료제는 그 제조 과정의 복잡성과 고도의 기술 집약성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고가로 책정되어 있다. 해외에서는 1회 투여에 수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표가 붙어 있으며, 국내에서도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환자 부담액이 천문학적으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신약이 국내에 허가되었다는 소식은 반갑지만, 실질적인 환자 접근성 확보는 이제부터 시작되는 험난한 여정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테카투스’ 등 두 종류의 CAR-T 치료제가 먼저 허가되어 있다. 이들 치료제 또한 보험 급여 적용을 받기까지 길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으며, 여전히 모든 환자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예스카타 역시 유사한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제한된 재원 안에서 최대한 많은 환자에게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으며, 제약사는 혁신 신약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이 사이에서 환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애타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CAR-T 치료제의 확산은 단순히 약값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포 치료제라는 특성상, 환자의 세포를 추출하고 정교하게 조작한 후 다시 주입하는 전 과정이 고도의 전문성과 시설을 요구한다. 특정 대형 병원에서만 시술이 가능하며, 의료진의 숙련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결국 지역 간 의료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특정 지역 또는 대도시에 거주하지 않는 환자들에게는 치료 접근 자체가 어려운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과 유지를 위한 비용, 그리고 전문 인력 양성 문제 역시 함께 논의되어야 할 핵심 과제다.

더 나아가 CAR-T 치료는 중증 부작용 발생 가능성도 상존한다. 대표적으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나 신경 독성 등은 전문 의료진의 면밀한 관찰과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혁신적인 효과만큼이나 면밀한 환자 관리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CAR-T 치료를 확대하는 데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보장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 전반의 준비가 동반되어야 한다.

예스카타의 국내 허가는 한국 의료계의 기술 발전과 환자 치료 옵션 확대라는 긍정적인 신호탄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신호탄이 진정한 의미의 희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면서도,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게 최신 치료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딜레마 속에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제약사는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적정 약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며, 정부는 혁신의 가치를 인정하되 공공성을 놓치지 않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지역 거점 병원과의 연계, 인력 양성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CAR-T 치료제의 등장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약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개발된 약이 모든 필요한 환자에게 공평하게 도달할 수 있는 사회적, 정책적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스카타가 가져올 혁신이 특정 계층만의 특권이 아닌, 절망의 문턱에 선 모든 이에게 열린 희망의 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 김현수 (h.kim.reporter@medical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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