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세대전쟁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기만극: 기득권이 설계한 환상 속에서 길을 잃다

‘영포티’ 세대전쟁이라는 자극적인 표제는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정치적 기만술을 상징합니다. 한경닷컴의 기사가 지적하는 20대 남녀와 영포티의 기묘한 삼각관계는 단지 세대 간의 자연스러운 인식 차이가 아닙니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프레임이자, 기득권 정치 세력이 본질적인 구조적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입하는 ‘분열의 독’입니다. 우리는 지금 2025년 12월 1일, 여전히 이 독에 취해 헤매고 있습니다.

2020년 총선 이후부터 불거진 20대 남녀의 젠더 갈등은 특정 정치 세력이 손쉽게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면서 극단화되었습니다. 여성 할당제, 군 가산점, 성범죄 처벌 강화 등 실제로는 고용 불안정,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공통의 위기를 겪는 청년 세대 전체의 문제를 ‘젠더 대립’이라는 협소한 틀에 가둬버린 것입니다. 젊은 남성들에게는 ‘역차별’이라는 피해 의식을, 젊은 여성들에게는 ‘구조적 불평등’이라는 분노를 심어주며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키웠습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는 실종되었고, 오직 대결 구도만이 정치적 효용성을 입증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공정’이라는 깃발 아래 행해졌지만, 그 공정은 진정한 기회의 공정이 아닌, 철저히 통제되고 선택된 ‘정치적 공정’일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대결 구도는 곧 ‘영포티’로 불리는 40대 중반 세대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영포티는 과거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고 사회 변화를 주도했던 386세대의 뒤를 잇는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기성세대에 진입하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옹호하거나, 젊은 세대의 목소리를 구태의연한 시선으로 재단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부동산 폭등과 양극화 심화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형성한 영포티와 주거 사다리가 끊긴 2030세대 간의 경제적 불균형은 단순히 이념적 차이를 넘어선 깊은 간극을 만들었습니다. 20대 남성은 영포티를 ‘위선적인 진보’로, 20대 여성은 ‘여성 문제에 둔감한 기득권’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심화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각 세대가 처한 현실적 조건이 다르다는 점은 인정해야 하지만, 이를 해결할 공통의 담론을 형성하기보다 서로를 비난하고 배척하는 구도가 고착화된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이러한 세대 및 젠더 갈등이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에 의해 끊임없이 조장되고 강화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정치권은 청년들의 좌절감과 영포티의 이념적 소속감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특정 세대나 집단의 불만을 부추겨 표심을 얻고, 반대 진영을 손쉽게 공격하는 수단으로 활용합니다. 정치가 마땅히 제시해야 할 비전과 대안은 사라지고, 오직 ‘남 탓’과 ‘갈라치기’만이 난무하는 최악의 정치 행태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구조적 비리이자,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입니다. 그들은 국민의 분노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무능과 부패를 가리고, 진정한 사회 개혁의 동력을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잃어버린 ‘공동체 의식’은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진영 논리에 매몰된 언론 또한 이러한 갈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하기보다는, 자극적인 보도로 부추기는 경향이 강합니다. 언론의 본분인 진실 추적은 사라지고, 클릭 장사에만 혈안이 된 저널리즘은 결국 국민 전체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냉소주의를 확산시킬 뿐입니다. 이러한 연쇄적 구조는 사회 전반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세대 간의 소통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결국 모든 세대가 함께 무너지는 공멸의 길로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고, 영포티는 기성세대의 책임론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사회 전반의 활력은 저하되고 국가적 동력은 소실되고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일자리, 주거,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국가적 비전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세대 간의 대화와 연대를 통해 공통의 목표를 설정하고, 기득권층의 희생을 전제로 한 과감한 자원 재분배와 사회 시스템 개혁 없이는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영원히 해소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부의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부동산 투기 근절, 대기업 중심의 왜곡된 경제 구조 개편, 그리고 사회 안전망 확충을 위한 진정한 세금 개혁은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정치권은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고 분열시키는 술수를 멈추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세대전쟁’이라는 이름의 허상 속에서 서서히 침몰할 것입니다. 지금 당장, 이 허상 뒤에 숨겨진 진실을 직시하고, 구조적 모순을 혁파하기 위한 용기 있는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입니다.

— 강서준 (seojun.kang@koreanews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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