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공기관의 ‘사회공헌’ 훈장, 그 빛과 그림자: SR의 수상 이면에 가려진 공공성의 본질

SR(주식회사 에스알)이 무려 6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으로 선정되어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은 얼핏 듣기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넘어선 찬사처럼 들린다. 수서고속철도(SRT) 운영사로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공표는 어떠한 형태로든 환영받을 일처럼 보이지만, ‘탐사 전문 기자’의 시선으로 이 같은 발표를 대할 때, 겉으로 드러난 찬사 뒤에 가려진 공공기관의 본질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이 훈장은 SR의 진정한 공공성 실현을 증명하는 것인가, 아니면 더 깊은 문제들을 가리는 휘장일 뿐인가.

SR의 ‘지역사회공헌’ 활동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이라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노력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SRT 사랑 나눔’, ‘SRT 봉사단’, ‘SRT 나눔 열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계층 지원, 재난구호, 환경보전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들이 실제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공공기관, 특히 국민의 세금과 공공 인프라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속철도 운영사의 ‘사회공헌’이라는 개념은 사기업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 사기업의 사회공헌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다소 부가적인 가치에 가깝다면, 공공기관의 사회공헌은 그 존재 목적 자체에 내재된 ‘공공성’ 실현의 일환이어야 한다. SR의 핵심 역할은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공평한 고속철도 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수십조 원의 공적 자금이 투입된 공공 인프라를 활용하는 기관으로서, 그 존재 자체가 국민 전체에 대한 가장 큰 공헌이어야 한다. 그 본질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면서 외부적 치장에만 열중하는 것은 사회적 부조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SR이 6년 연속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받는 동안, 그들의 핵심 업무는 과연 얼마나 충실히 이행되었을까? 우리는 수년 전부터 반복되어 온 SRT의 운행 지연 및 잦은 고장 문제, 예매 시스템 오류, 그리고 고속철도 운영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 논란 등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 제기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대한 미흡한 조치와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접근성 문제, 그리고 공공운수 부문에서 상시적으로 불거지는 노사 갈등 등은 공공기관으로서 SR이 마땅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물론 모든 기관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본질적인 서비스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상황에서 ‘사회공헌’이라는 외부적 치적만이 반복적으로 부각되는 현상은, 마치 화려한 잔치상 뒤편에서 정작 중요한 끼니를 거르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과 같은 사회적 부조리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의 사회공헌 활동이 본연의 책무를 희석시키거나, 혹은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가리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특히, 외부 수상이라는 가시적인 성과에 집중함으로써 기관 내부의 자정 노력이나 비판적 성찰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내부고발’ 구조는 단순히 부패 행위를 신고하는 것을 넘어, 조직 운영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비효율성, 그리고 공공성에 대한 위협 요소를 외부가 아닌 내부의 목소리를 통해 개선하려는 노력을 포함한다. 공공기관은 투명한 정보 공개와 함께, 내부 구성원의 비판적 시각을 수용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외부의 칭찬과 상패가 우선시될 때, 이러한 내부의 자기 검열과 개선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렵게 된다.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단순히 대외적 이미지 관리 차원에 머무는 것은 아닌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또한, 공공기관의 ‘지역사회공헌’이 수도권 중심의 활동에 머무르거나, 특정 지역에 대한 편중 현상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SRT는 전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철도망이지만, 주요 거점과 서비스 접근성은 여전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방 소외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중요한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얼마나 전국적이며 포괄적인 관점에서 지역별 특성과 필요를 반영하여 기획되고 실행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행사를 넘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수요에 기반한 장기적인 사회공헌 모델이 절실하다.

결국, SR의 6년 연속 지역사회공헌 인정기업 선정은 ‘얼마나 많은 상을 받았는가’보다 ‘그 상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공공기관은 사기업과 달리 이윤 추구 외에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 목표는 화려한 대외 활동이나 수상 내역이 아니라, 일상적이고 본질적인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얼마나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운영되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지역사회공헌은 본연의 역할이 충실히 수행될 때 비로소 그 빛을 발하는 부가적인 가치여야 한다. 상을 위한 공헌이 아닌, 진정한 공헌을 위한 공헌, 그리고 그 이전에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 책무 완수가 선행될 때, 비로소 국민의 진정한 박수를 받을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기관들의 표창 뒤에 숨겨진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의미를 끊임없이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낼 책무가 있다.
— 송예준 (yejoon.song@koreanews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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