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CAR-T ‘예스카타’ 국내 상륙, 첨단 바이오의약품 시대의 빛과 그림자
길리어드의 혁신적인 항암제 ‘예스카타(Yescarta)’가 국내 허가를 받으며, 한국 의료계에 세 번째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제 시대의 막을 올렸다. 이는 Novartis의 ‘킴리아(Kymriah)’와 Bristol Myers Squibb의 ‘브레얀지(Breyanzi)’에 이어 등장한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특정 혈액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함과 동시에 첨단 바이오 의약품의 접근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CAR-T 치료제는 환자 자신의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변형한 후 다시 체내에 주입하는 맞춤형 면역세포 치료법이다. 기존 항암제로는 치료가 어려웠던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및 여포성 림프종 등 특정 혈액암 환자들에게 획기적인 반응률과 장기 생존율 향상을 보여주며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예스카타는 특히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입증하며 글로벌 임상에서 높은 완전 관해율을 기록, 난치성 혈액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잠재력을 품고 있다.
이번 예스카타의 국내 허가는 환자들에게 더 넓은 치료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경쟁 구도의 심화는 장기적으로 치료제 개발 경쟁을 촉진하고, 약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접근성을 개선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치료법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즉 천문학적인 약가와 제한적인 접근성이라는 그림자를 더욱 짙게 드리운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된 CAR-T 치료제들은 1회 투여에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되며, 이는 환자와 국가 건강보험 시스템 모두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는 CAR-T 치료제 시대를 맞이한 한국 사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보건당국은 신속하고 공정한 약가 협상을 통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 치료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 효과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 그리고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필수적이다. 이미 킴리아와 브레얀지의 경우, 급여 적용 과정에서 오랜 진통을 겪었으며, 예스카타 역시 유사한 난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중심의 시각에서 이 논의가 이루어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CAR-T 치료의 또 다른 장벽은 바로 전문적인 인프라 구축이다. CAR-T 치료는 단순히 약물을 투여하는 것을 넘어, 세포 추출, 유전자 변형, 배양, 환자에게 재주입에 이르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이 요구된다. 이는 고도로 숙련된 의료진과 특수 시설을 갖춘 소수의 의료기관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지방 환자들은 치료를 위해 대도시 상급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된다. 전국적으로 균형 잡힌 치료 접근성을 확보하기 위한 거점 병원 육성과 인력 양성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세 번째 CAR-T 치료제의 등장은 국내 바이오 제약 산업에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제공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주도하는 첨단 재생의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 자체적인 CAR-T 기술 개발은 물론, 위탁생산(CMO) 역량 강화, 임상 시험 협력 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 한국의 우수한 기초 과학 역량과 임상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확대한다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재 높은 비용과 복잡성으로 한계가 있는 자가 유래(autologous) CAR-T를 넘어,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동종 유래(allogeneic) CAR-T 기술 개발은 이 분야의 판도를 바꿀 핵심 열쇠가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CAR-T 치료제는 난치성 암 환자들에게 생명의 빛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기술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빛이 소수의 특권이 아닌,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공평하게 비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단순히 의학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정책적 숙제다. 보건당국과 제약사, 의료계, 그리고 시민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첨단 바이오 기술의 혜택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예스카타의 국내 허가는 이러한 복합적인 논의를 더욱 가속화할 촉매제가 될 것이다.
— 최재혁 (jaehyuk.choi@bioreport.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