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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심이냐 당심이냐2026 지방선거 앞둔 여야, 강성 지지층에 기댄 위험한 도박


민심이냐 당심이냐: 2026 지방선거 앞둔 여야, ‘강성 지지층’에 기댄 위험한 도박

서론: 민심과 당심의 갈림길에 선 거대 양당

2026년 6월 3일로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약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 열기는 정책 대결이 아닌, ‘공천 룰’을 둘러싼 내부 갈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모두 ‘당심(黨心)’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공천 제도를 개편하면서, ‘민심(民心)’과의 괴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선거 유불리를 넘어 한국 정당 민주주의의 향방을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반, 안정적인 국정 지지율을 바탕으로 여당은 ‘당원 주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걸었고, 연이은 선거 패배로 위기에 몰린 야당은 ‘선명성 강화’를 통한 지지층 결집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두 거대 정당의 선택은 공교롭게도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과연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지방선거의 본질에 부합하는지, 그리고 선거 승리를 위한 현명한 전략인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현재 진행형이다.

1. 논란의 핵심: 여야의 공천 룰 개편안

여야가 추진하는 공천 룰 개편의 핵심은 경선 과정에서 당원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일반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여론조사의 비중을 줄이는 것이다. 명분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당내 핵심 지지층의 입김이 후보 선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되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더불어민주당의 ‘1인 1표제’와 당원주권 강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는 ‘당원주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공천 혁명을 예고했다. 핵심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동일하게 만드는 ‘1인 1표제’ 도입이다. 기존 민주당 당헌·당규는 전당대회 등에서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수십 표의 가치를 갖도록 규정해왔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는 대의원 1표가 권리당원 17.5표의 힘을 가졌다.

개정안은 이를 완전히 바꿔 당내 모든 선거에서 1인 1표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방선거 공천 과정에서도 변화가 크다. 경선 후보가 4인 이상일 경우 권리당원 100% 투표로 예비경선을 치르고, 기초·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 역시 기존의 시도당 상무위원 심사 대신 권리당원 100% 투표로 선출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청래 대표는 이를 “몇몇 힘 있는 인사가 공천권을 좌우하던 폐습을 끊어내는 ‘열린 공천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의 ‘당원 70%’와 선명성 확보 전략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총괄기획단(단장 나경원)을 중심으로 경선 룰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기존 ‘당원 투표 50% + 국민 여론조사 50%’였던 경선 반영 비율을 ‘당원 투표 70% + 국민 여론조사 30%’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는 당원의 의사를 후보 선출에 더욱 비중 있게 반영하겠다는 의도로, 당 지도부는 이를 ‘당세 확장’과 ‘책임정치 구현’을 위한 필수 과제로 설명한다.

장동혁 대표는 “당원 권리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당심 비율 상향에 힘을 실었고, 지선기획단은 “당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라며 ‘7대3 원칙’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이는 ‘선(先) 지지층 결집, 후(後) 중도 확장’이라는 장동혁 대표 체제의 전략 기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조치다. 당 기여도, 대여 투쟁력 등을 후보의 중요 자격으로 제시하며 ‘싸워 이길 전사’를 공천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2. ‘찻잔 속 태풍’ 아닌 ‘공개된 반란’: 격화되는 당내 갈등

양당 지도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당내 반발은 예상보다 거세다. 특히 선거 승패에 민감한 수도권 및 중진 의원, 현역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인 비판과 우려가 쏟아지며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민주당: ‘숙의 없는 질주’ 비판과 숨 고르기

민주당의 ‘1인 1표제’ 추진은 절차적 정당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수십 년간 운영해온 중요한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밀어붙인다”고 비판했고, 친명계 원외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조차 소통 과정 생략을 지적했다. 이러한 비판은 특정 지역(호남) 및 강성 당원의 의사가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지역 편중 문제와 맞물려 있다.

결국 민주당은 11월 24일 당무위원회를 열어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격론 끝에 최종 의결을 위한 중앙위원회 개최를 11월 28일에서 12월 5일로 일주일 연기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의견을 더 듣고 보완책을 구체화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하며, 지도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음을 시사했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중 당내 갈등이 부각되는 것을 피하려는 정치적 고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수도권·중진의 공개 반발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

국민의힘의 내홍은 더욱 격렬하다. 5선의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민심이 떠난 자리를 당심으로 채우는 것이 과연 승리의 전략이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지도부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확장 지향의 길을 가야 할 때 오히려 축소 지향의 길을 가고 있다”며 신중론을 제기했고, 현역 기초자치단체장들 사이에서도 “민주당처럼 ‘개딸당’이 될 게 아니라 민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러한 반발은 특히 중도층 표심이 중요한 수도권에서 당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현실적인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연설하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3. 왜 지금인가? ‘당심 올인’의 정치적 셈법

양당이 당내 반발과 여론의 비판을 무릅쓰고 ‘당심 강화’에 나서는 배경에는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이는 단순히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을 넘어, 당내 권력 구도와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 대표의 리더십 강화와 차기 구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모두 강성 지지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당권을 거머쥐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권리당원 투표에서 경쟁자를 크게 앞섰으나 대의원 투표에서는 밀렸던 경험이 있다. ‘1인 1표제’는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당내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연임까지 노릴 수 있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장동혁 대표 역시 강경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되었기에, 당원 투표 비중 확대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수단이 된다. 정치권에서는 두 대표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자신을 지지하는 특정 지지층에 의존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팬덤 정치 시대의 딜레마: ‘집토끼’와 ‘산토끼’

양당의 이러한 움직임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팬덤 정치’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을 통해 증폭되고, 이들이 당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유튜브 영향력 확산과 팬덤 정치의 강화로 강성 지지층이 당심을 주도하는 현상이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서 발견된다”고 진단했다.

결국 양당은 선거 승리의 필수 조건인 중도층, 즉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기보다, 당장의 지지 기반인 ‘집토끼’를 단속하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는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중도층의 정치 혐오를 가중시켜 정당정치의 퇴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4. 여론은 어디로? 데이터로 본 민심의 향방

그렇다면 이러한 여야의 움직임에 대해 실제 민심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의힘의 전략에 특히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견고한 여당 우위, 답보 상태의 야당

최근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6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 11월 4주차 조사(11월 25~27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60%를 기록했다. 긍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43%)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 최근의 한미정상회담 성과 등이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당 지지율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40%대 초반을 견고하게 유지하며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밖에서 크게 앞서는 구도가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2%, 국민의힘은 2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은 각각 3%에 머물렀으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26%로 집계됐다.

 
자료: 이슈온/한국갤럽 (2025년 11월 3주차 조사 기준)

캐스팅보터 중도층, 야당의 ‘우향우’에 경고등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터’ 중도층의 표심은 더욱 주목할 만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2%,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5%로, 여당 우세론이 7%p 앞섰다.

 
자료: 한국갤럽 (2025년 11월 3주차)

특히 한 달 전과 비교했을 때 중도층의 변화가 극적이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10월 조사에서 중도층은 ‘여당 승리'(38%)와 ‘야당 승리'(36%)가 팽팽했으나, 11월 조사에서는 ‘여당 승리'(44%)가 ‘야당 승리'(30%)를 14%p 차이로 크게 앞섰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장동 항소 포기’ 등 여당의 실책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오히려 강성 지지층에 기댄 ‘우향우’ 행보를 보이면서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4%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16%에 불과해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집토끼’를 잡으려다 선거 승리의 열쇠를 쥔 ‘산토끼’를 놓치고 있다는 명백한 경고 신호다.

 
 
자료: 한국갤럽 (2025년 10월 3주 vs 11월 3주)

결론: 양날의 검이 된 ‘당심’, 한국 정당정치의 미래는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여야의 공천 룰 개편 논란은 한국 정치가 ‘민심’이라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기보다 ‘당심’이라는 좁은 강에 갇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당원 주권 강화와 당의 정체성 확립이라는 명분은 정당 민주주의의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 방식이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만 증폭시키고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이는 오히려 정당의 고립과 정치의 양극화만을 심화시키는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대리전이 아닌, 지역 주민의 삶과 직결된 ‘생활 정치’의 장이다. 후보의 이념적 선명성이나 당에 대한 충성도보다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와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과거부터 정당 공천제는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 공천 비리 등의 문제를 낳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의 ‘당심 강화’ 경쟁은 이러한 부작용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이 크다.

여론조사 데이터가 보여주듯, 민심은 이미 특정 진영에 갇힌 정치가 아닌, 더 넓은 국민을 바라보는 정치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외면이라는 명백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당심 70%’ 룰을 고수한다면, 이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또다시 패배를 자초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높은 지지율에 안주하여 강성 당원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인다면, 언제든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당심’에 기댄 위험한 도박이 성공할지, 아니면 민심의 심판을 받을지는 오롯이 양당의 최종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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