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품은 ‘마귀 새끼’라는 낙인, 주영훈이 들려준 용기와 치유의 멜로디
어쩌면 삶은 끊임없이 파도를 넘는 항해와 같습니다. 눈부신 햇살 아래 펼쳐진 바다처럼 화려한 연예계에도, 거대한 폭풍을 견뎌낸 깊은 상흔들이 존재하죠. 최근 MBN ‘동치미’에서 음악감독 주영훈 씨가 조심스레 꺼내놓은 이야기는, 그가 걸어온 빛나는 길 뒤편에 드리워진 한 줄기 그림자를 비추며 우리의 마음을 저미게 했습니다.
‘마귀 새끼’라는,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그 잔인한 단어. 그것도 가장 큰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존재인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말이라는 사실은, 듣는 이의 마음까지 싸늘하게 얼어붙게 합니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잣대 속에서, 어린 주영훈은 자신의 존재 자체가 죄악시되는 고통스러운 시간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꿈 많고 사랑받고 싶었던 한 아이에게, 자신의 본질을 부정당하는 경험은 어떠한 비수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아픔으로 새겨졌을 것입니다. 그 언어가 새긴 깊은 상흔은,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 성공한 음악가로 이름을 떨친 후에도 그의 영혼 깊숙한 곳에 묵직한 그림자를 드리웠을 테죠. 빛나는 무대 위에서, 때론 경쾌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그의 이면에 이토록 시린 기억들이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은, 대중에게 큰 충격과 동시에 깊은 연민을 안겨주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성공한 이들의 화려한 겉모습만을 보지만, 그 안에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고민과 상처가 숨 쉬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가들은 때로 그 상처를 예술의 승화점으로 삼아 더욱 깊이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주영훈 씨가 오랜 시간 자신의 아픔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대중과 교감해 온 것처럼 말이죠.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 속 어딘가에, 이 같은 어린 시절의 아픔이 알 수 없는 형태로 스며들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어쩌면 그 깊은 감정의 골이 있었기에, 그는 더욱 섬세하고 따뜻한 멜로디를 세상에 선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동치미’와 같은 ‘치유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처럼 큰 공감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완벽해 보이는 연예인들의 가장 인간적인, 때로는 가장 취약한 모습을 담담하게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은 ‘나만 힘든 것이 아니구나’ 하는 보편적인 위로를 얻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짊어진 크고 작은 상처와 무게를, 화면 속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위로받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는 것입니다. 주영훈 씨의 고백은 단순히 한 개인의 아픈 과거사가 아니라, ‘부모의 말 한마디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 ‘종교적 신념과 가족 간 사랑의 균형’ 등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여러 화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상처를 마주하고 이야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가족이라는 가장 친밀하고도 복잡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 아픔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러나 주영훈 씨가 용기를 내어 자신의 깊은 속마음을 대중 앞에 꺼내놓음으로써, 그는 과거의 상처를 진정한 의미에서 마주하고 치유의 첫걸음을 뗀 것일 겁니다. 그 고백이 자신뿐만 아니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는 커다란 위로와 공감의 끈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그의 고백은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언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잔잔한 파동을 일으킬 것입니다. 한 사람의 용기가 만들어낸 멜로디가,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치유의 노래가 되기를 바랍니다.
— 정다인 (dain.jung@koreanews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