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요새, K리그1 생존 전쟁의 처절한 전술 실패 – 대구의 강등과 수원-제주의 벼랑 끝 승부
K리그1의 2025시즌 마지막 라운드, 그라운드는 단순한 축구장이 아닌 한 팀의 운명을 결정짓는 냉혹한 전술판이었다. 대구FC의 10년 역사는 마지막 휘슬과 함께 씁쓸한 강등의 기록으로 남았다. 반면 수원FC와 제주는 강등이라는 ‘데스매치’의 칼날은 피했으나,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또 다른 전술적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시즌의 클라이맥스는 단순히 승점 계산을 넘어선, 각 팀의 전술 철학과 운영 능력, 그리고 선수단의 응집력이 총체적으로 시험대에 올랐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대구FC의 강등은 마치 견고했던 포메이션이 한순간에 붕괴된 것과 같은 충격을 안겼다. 지난 10년간 K리그1에 뿌리내리며 ‘ACL 진출’이라는 영광의 순간까지 맞이했던 팀이기에 그 허탈감은 더욱 크다. 시즌 내내 대구는 고질적인 수비 라인의 균열에 시달렸다. 상대의 빠르고 정교한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장면은 마치 중원 싸움에서 주도권을 잃은 팀의 미드필더 라인처럼 불안정했다. 특히, 승부처에서 드러난 집중력 저하는 치명적이었다. 전방 압박의 강도가 떨어지면서 상대에게 쉬운 빌드업을 허용했고, 이는 결국 골키퍼와 수비진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공격 또한 무뎌진 칼날과 같았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고, 창의적인 전술 변화나 유연한 스위칭 플레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는 마치 한정된 공격 패턴만 고집하는 감독의 전술 노트처럼 단조로웠으며, 상대 수비진에게는 쉽게 파악되는 약점이 되었다. 시즌 막판의 교체 카드 활용이나 전술적 변화 시도 역시 이미 기울어진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때 ‘대팍(대구 DGB 대구은행파크)’을 뜨겁게 달궜던 응원도 강등의 그림자 앞에선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수원FC와 제주는 강등을 피하기 위한 처절한 생존 게임을 펼쳤다. 수원FC는 시즌 중반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후반기 들어 조직력을 재정비하고 득점력을 끌어올리며 기적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이는 마치 수비형 미드필더가 중원의 빈 공간을 커버하며 팀 전체의 밸런스를 되찾은 것과 같았다. 특히, 외국인 선수들의 득점 감각과 국내 선수들의 헌신적인 수비 가담이 시너지를 발휘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감독의 용병술 또한 빛을 발했는데,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전술 변화와 적절한 교체 타이밍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제주는 롤러코스터 같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의 상승세는 중반 이후 주춤했지만, 막판 뒷심을 발휘하며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었다. 이는 마치 전술적으로 단단한 수비 블록을 형성하고 역습을 노리는 팀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었다. 두 팀 모두 강등권 탈출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K리그2 팀과의 승강 플레이오프는 또 다른 전술적 난관이다. 단판 승부 혹은 홈앤어웨이 방식에 따라 달라지는 변수는 물론, 상대팀의 기세와 절박함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전술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 K리그1의 잔혹한 생존 게임은 단순히 승점 경쟁을 넘어선, 구단 운영의 투명성, 감독의 전술적 역량, 선수단 관리, 그리고 팬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총체적으로 시험받는 무대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강등은 단순히 리그 강등을 넘어 재정적 타격과 핵심 선수 이탈, 그리고 팬심 이탈이라는 ‘치명적인 역습’을 의미한다. 반대로 승강 플레이오프에서의 승리는 한 시즌의 노력을 보상받고, 더 높은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가 된다. K리그는 유럽 축구 못지않게 치열한 생존 경쟁과 드라마를 매년 연출하고 있으며, 이는 팬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원동력이다.
이제 K리그는 새로운 전술적 도전을 맞이할 것이다. 대구는 K리그2라는 새로운 전술판에서 재정비를 꿈꾸며, 뼈아픈 실패를 교훈 삼아 더욱 견고한 팀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선수 보강을 넘어선, 팀의 DNA를 재설계하는 근본적인 전술 혁신이 필요하다. 수원FC와 제주는 K리그1 잔류를 위한 마지막 전술적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 전술과 함께,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멘탈리티가 가장 중요한 승리 요인이 될 것이다. K리그 팬들은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능했던 이 드라마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다가올 시즌의 새로운 전술적 변화와 흥미진진한 승부를 기대할 것이다.
— 김태영 (taeyoung.kim@koreanews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