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갈등의 정치적 표상: 20대와 영포티, 그리고 한국 정치의 숙제
정치 얘기만 나오면…20대 남녀와 영포티의 기묘한 삼각관계 [‘영포티’ 세대전쟁]” 기사는 현대 한국 정치의 복잡한 지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한다. 20대 남성, 20대 여성, 그리고 이른바 ‘영포티’로 불리는 40대 초반 세대 간의 정치적 역학 관계가 단순한 세대차이를 넘어 첨예한 갈등 양상을 띠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각 세대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현실과 그에 따른 가치관의 충돌이 정치 영역에서 구조적으로 표출되는 본질적인 문제로 분석되어야 한다.
최근 수년간 한국 정치 담론의 주요 키워드로 자리 잡은 ‘세대 갈등’은 특정 정책이나 선거 시기에만 국한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경제적 변화와 맞물려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20대 남성들은 취업난, 병역 의무, 그리고 페미니즘 담론에 대한 반감 등을 통해 자신들이 역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며, 현 정치권 전반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들의 정치적 표심은 주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변수가 되며, 특정 정책 의제에 대한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20대 여성들은 성차별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젠더 평등과 관련된 정책 의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페미니즘을 포함한 진보적 가치에 더 강한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정치 세력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역시 주거 불안, 고용 불안 등 경제적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 속에서 정치적 냉소주의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와 함께 등장하는 ‘영포티’는 기존의 특정 세대 분류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이들은 대체로 진보적 가치에 공감하며 사회 참여 의식이 높지만, 동시에 자산 형성, 교육 문제 등 중산층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을 안고 있다. 과거 민주화 세대의 이념적 지향과 달리, 영포티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하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 능력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20대 남성들의 불만과 20대 여성들의 목소리 사이에서 복잡한 스탠스를 취하며, 때로는 기성세대로서의 책임과 한계를 동시에 느끼는 세대이다.
이러한 세대별 정치적 지형은 국회 내 입법 과정과 정당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정 세대의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 제안이 다른 세대의 반발을 사거나, 혹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세대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본질적인 논의가 실종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예를 들어, 병역 관련 이슈나 젠더 관련 법안 논의는 종종 이성적인 정책 분석보다는 세대 및 젠더 간 감정적 대립으로 비화되어 왔다. 주거 안정, 청년 고용 창출 등 모든 세대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 역시 세대별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여야 정당의 대응 방식은 이 세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혹은 봉합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다. 현재까지 여당과 야당 모두 각 세대의 불만을 포괄적으로 수용하고 통합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특정 세대의 불만에 편승하거나 이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이 짙었다. 보수 정당은 20대 남성의 ‘잃어버린 목소리’를 대변하려 시도하는 반면, 진보 정당은 20대 여성과 영포티의 진보적 가치에 호소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해왔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선거 승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의 골을 깊게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책 논쟁이 실종되고 상징적인 슬로건만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 민주주의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당들은 이제 각 세대가 겪는 어려움의 근본 원인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장기적인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세대별 ‘맞춤형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와 ‘미래 비전’을 담은 입법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불안정한 노동 시장 구조 개혁, 합리적인 부동산 정책 수립, 공교육 강화 및 사회 안전망 확충 등은 세대를 초월하여 논의될 수 있는 핵심 과제들이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세대 간 연대를 강화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특히 국회는 세대 갈등의 장이 아닌, 해법을 모색하는 공론의 장이 되어야 한다. 각 정당은 세대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갈등 지점을 정책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포퓰리즘적 접근을 지양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며, 데이터 기반의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냉철함이 필요하다. 또한, 여야는 정책적 차이를 인정하되,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합의점을 찾아나가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현재의 ‘세대 전쟁’ 구도는 한국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저해하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단순한 인구 통계학적 분류를 넘어선, 각 세대의 경험과 가치관이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지형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갈등을 해소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차기 국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책 논쟁의 본질을 회복하고, 여야가 특정 세대의 이익을 넘어선 국가 전체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공유할 때 비로소 ‘기묘한 삼각관계’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세대 간 상호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한 포용적인 정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 최은정 (eunjung.choi@koreanews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