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CAR-T 혁신, 길리어드 ‘예스카타’ 국내 상륙이 던지는 희망과 과제
난치성 혈액암 환자들에게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로운 희망의 빛이 마침내 드리워졌다. 길리어드의 혁신적인 CAR-T 세포치료제 ‘예스카타(Yescarta)’가 국내 허가를 획득하며, 기존의 노바티스 ‘킴리아’와 BMS ‘브레얀지’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승인된 CAR-T 치료제가 된 것이다. 이는 그간 제한적이었던 치료 옵션으로 인해 삶의 벼랑 끝에 몰렸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에게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추가되었음을 의미한다. 전통적인 항암 치료의 한계를 뛰어넘어 환자 개인의 면역 체계를 활용, 암세포를 직접 공략하는 ‘살아있는 약’인 CAR-T 치료제는 현대 의학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CAR-T(Chimeric Antigen Receptor T-cell) 치료는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한 뒤, 실험실에서 유전적으로 조작하여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CD19 등)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재설계하는 고도로 정교한 과정이다. 이후 증폭된 CAR-T 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주입함으로써, 이 ‘강화된’ T세포들이 암세포를 찾아 파괴하도록 유도한다. 이 모든 과정은 환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치료라는 점에서 기존의 항암화학요법이나 표적항암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예스카타는 특히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연구(ZUMA-1)에서 단 1회 투여만으로도 50%를 상회하는 완전 관해율과 장기적인 생존율을 입증하며 그 압도적인 치료 효과를 인정받았다. 표준 치료에 실패한 경우 대부분 예후가 매우 불량했던 이들 환자에게 예스카타의 등장은 문자 그대로 ‘마지막 희망’이자 삶의 질을 현격히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하지만 CAR-T 치료제의 혁신 뒤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지난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비용’ 문제다. 1회 치료에 수억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며, 국가 건강보험 재정에도 막대한 압박을 가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부 CAR-T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고 있으나, 여전히 까다로운 급여 기준과 제약이 존재하여 모든 필요한 환자가 혜택을 누리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예스카타 역시 보험 급여 적용 여부와 그 범위가 환자 접근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정부와 제약사, 그리고 의료계는 이 혁신적인 치료제가 진정으로 필요한 환자들에게 적시에 공평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와 합리적인 방안 모색에 힘써야 한다. 단순히 약품 허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접근성’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한 정책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CAR-T 치료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개별 맞춤형이라는 특성상 생산에 시간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는 단점이 있다.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해외 또는 국내 제조 시설로 보내 유전자 조작 및 증폭 과정을 거친 후 다시 병원으로 운송하는 전체 과정은 철저한 품질 관리와 정교한 물류 시스템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오류나 지연은 생명이 위급한 환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국내 제조 역량 강화 및 신속하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이다. 이와 더불어, CAR-T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나 신경 독성 등 심각한 부작용에 대한 철저한 모니터링 및 관리가 치료 성공에 매우 중요하다. 의료진의 전문성 강화는 물론, CAR-T 치료 전담팀 구성 등 체계적인 부작용 관리 시스템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의료 인프라 확충 및 전문 인력 양성에도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는 CAR-T 치료제의 적응증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고형암 치료를 위한 차세대 CAR-T 플랫폼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자체적인 CAR-T 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며 기술 독립과 국산화를 통한 치료제 가격 인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자 노력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 기술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독자적인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때이며, 정부의 적극적인 연구개발 지원과 투자는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장기적으로는 ‘오프-더-셸프(Off-the-shelf)’ CAR-T와 같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기성품 형태의 치료제 개발을 통해 접근성과 경제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 발전도 기대된다.
예스카타의 국내 허가는 난치성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분명 환영할 만한 소식이며, 환자들에게는 실질적인 생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것이다. 그러나 이 혁신이 특정 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필요한 환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문제 해결, 제조 및 공급 시스템 안정화, 의료 인프라 확충, 그리고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적 지원 등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살아있는 약’이 가져올 생명의 기적을 더 많은 이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 전체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이 값진 기회가 소외되는 이 없이 모두에게 희망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김민준 (minjun.kim.reporter@examp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