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가면 아래 숨겨진 기만: 마비노기 모바일, 끝나지 않는 ‘쇼통’의 굴레와 유저 배신의 역사
2025년 겨울의 문턱에서, 다시금 게임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엔 넥슨의 야심작, ‘마비노기 모바일’이다. “소통 대신 쇼통”이라는 신랄한 비판과 함께 유저들이 ‘개·돼지 취급’을 당했다는 격앙된 목소리가 재점화된 것은, 단순히 한 게임의 운영 미숙을 넘어 한국 게임 산업 전반의 뿌리 깊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며, ‘재점화’라는 표현이 시사하듯 반복되는 비극의 연장선상에 있다. 넥슨, 그리고 그들의 게임들이 유저들과 맺는 관계는 어쩌면 한국 게임 업계 전체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마비노기 모바일 논란의 본질은 유저들과 진정한 의미의 대화를 시도하기보다, 일방적인 정책 발표와 생색내기식 이벤트로 불만을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유저들이 제기하는 핵심적인 불만, 가령 불투명한 확률형 아이템 구조, 납득하기 어려운 과금 모델, 버그 및 밸런스 문제에 대한 무신경한 대응 등은 한두 번 지적된 사안이 아니다. 특히 서비스 초반부터 삐걱거렸던 소통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화되며, 쌓여가는 유저들의 피로감을 결국 폭발시켰다. 운영진은 ‘소통 창구’라는 미명 아래 불통의 벽을 쌓고, 공허한 약속만을 남발하며 시간을 벌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문제가 불거지면 급하게 임시방편을 내놓거나, 형식적인 사과문으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시도가 반복됐다. 이것이 바로 ‘쇼통’이다. 겉으로는 소통하는 척하지만, 실상은 유저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과 편리만을 추구하며, 나아가 유저들의 지적을 ‘불평’이나 ‘떼쓰기’로 치부하는 기만적인 행위다. 유저들이 시간과 돈, 그리고 애정을 쏟아부은 게임에 대해 가장 기본적인 존중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절망감이 “개·돼지 취급”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표출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러한 패턴은 넥슨이라는 기업이 과거 수없이 저질러 온 과오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메이플스토리’의 환불 사태, 원작 ‘마비노기’의 잦은 뒷수습 논란, 그리고 무수히 많은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 반복되는 유저 이탈 현상 등, 넥슨은 한때 ‘게이머들의 꿈’이었던 기업에서 ‘돈슨’이라는 오명을 얻기까지 수많은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그 중심에는 늘 유저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오직 ‘최대 매출’이라는 목표 아래 과도한 과금 유도에 혈안이 된 운영 방식이 있었다. 그 결과는 ‘트럭 시위’라는 사상 초유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졌고, 이는 단순한 항의를 넘어 게임사와 유저 간의 신뢰가 파탄 났음을 상징하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이번 논란은 그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금 염증을 일으키며, 넥슨의 고질병이 여전히 치유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특성상, 개발과 운영은 더욱 신중하고 민첩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은 PC 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더 즉각적인 피드백과 빠른 대응을 요구한다. 그러나 많은 게임사들은 이를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단기적인 매출 지표에 매몰되어 장기적인 서비스의 지속가능성과 유저 경험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신작이 쏟아지는 경쟁 환경에서, 한 번 떠난 유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마치 유저들이 언제든 버리고 갈 수 있는 ‘소모품’이나 다름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러한 기업의 오만한 시선은 결국 “개·돼지 취급”이라는 분노 어린 표현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제 유저는 더 이상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조직화하고, 집단행동을 통해 게임사의 태도를 변화시키려는 능동적인 주체로 진화했다. 소셜 미디어와 커뮤니티의 발달은 유저 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게임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수위를 높이는 촉매제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에 게임사들이 둔감하다면,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거창한 비전이나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다.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진정한 소통’이다. 이는 단순히 정기적인 개발자 노트를 발행하고, 간담회를 여는 쇼가 아니다. 유저들의 불만사항을 경청하고, 그들의 의견을 실제 게임 운영에 반영하며, 투명하고 일관된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특히, 과금 모델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는 그 어떤 불신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확률 정보의 투명한 공개를 넘어, 그 구조 자체에 대한 유저들의 합리적인 의심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모호한 정보 공개는 오히려 더 큰 의심을 불러일으킬 뿐이며, 이는 고스란히 기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마비노기 모바일의 사례는 다시 한번 게임 개발사들이 명심해야 할 교훈을 던진다. 게임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유저들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애정이 응축된 또 하나의 세계다. 그 세계를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로서 유저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뛰어난 IP와 막대한 자본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결국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 ‘소통’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입에 담기 전에, 그 의미와 무게를 진정으로 헤아려야 할 때다. 2025년의 게임 시장은 더 이상 과거의 오만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유저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고, 그들의 목소리는 이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다. 게임사의 생존은 바로 유저와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재정립하는가, 이 지점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낡은 패러다임에 갇혀 ‘쇼통’만을 반복한다면, 그들에게 남는 것은 폐허가 된 게임과 떠나버린 유저뿐일 것이다. 진정한 소통만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보장한다.
— 김현우 (hw.kim.reporter@exampl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