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생활 균형, 선택 아닌 필수가 된 시대: 유한양행 선정의 의미와 한국 기업의 과제

2025년 12월 1일, 유한양행이 ‘일·생활 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업의 영예를 넘어, 우리 사회와 기업 경영의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열정’과 ‘헌신’이라는 이름 아래 장시간 근로가 미덕처럼 여겨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임직원의 삶의 질을 존중하는 문화가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명확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유한양행의 이번 선정은 표창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기업이 직원의 개인 생활과 직업적 성장을 조화롭게 지원함으로써 인재 유치와 유지에 성공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기업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유한양행과 같은 선도 기업들의 노력은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선 전략적 투자로 해석될 수 있다. 유연근무제, 자율출퇴근제, 육아휴직 및 복직 지원, 사내 어린이집 운영 등 구체적인 제도 마련과 더불어, 이러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조직 문화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제도가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상사의 눈치를 보거나 업무 부담으로 인해 활용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이 우수기업으로 평가받은 배경에는 이러한 문화적 토대 마련의 노력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오랜 기간 ‘열심히 일하는’ 미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저출산·고령화 심화, 경제활동인구 감소, 그리고 밀레니얼 및 Z세대 인력의 등장으로 이러한 패러다임은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 또한 ‘일·생활 균형 캠페인’ 등을 통해 기업들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으며,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중요한 촉매제가 되었다.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직원들의 시간을 무한정 요구할 수 없게 되었고,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유한양행처럼 순조롭게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부족과 자원 제약으로 인해 워라밸 문화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관리의 복잡성,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 그리고 변화를 주도할 리더십의 부재 등이 대표적인 장애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정부는 우수기업 사례를 확산시키고, 중소기업의 워라밸 도입을 위한 컨설팅 및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생활 균형은 단순히 직원 개인의 행복을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국가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는 문제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감소는 생산성 향상과 직결되며, 건강한 조직 문화는 혁신과 창의성을 촉진한다. 또한, 성별에 관계없이 육아와 가사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은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을 높이고 출산율 반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유한양행의 사례는 이러한 긍정적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모범을 제시한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워라밸을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인식해야 할 때다. 단순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넘어, 기업 문화 전반에 걸쳐 ‘일과 삶의 조화’라는 가치를 내재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단기적인 비용이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이며, 미래의 인재를 확보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유한양행의 사례가 더 많은 기업에 영감을 주고, 우리 사회 전체의 건강한 노동 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김민준 (minjun.kim.reporter@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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