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넘어선 한국 농구의 역동적 승리, 이현중 33점 폭발 그 이상의 의미
코트 위를 지배한 태극 전사들의 압도적인 퍼포먼스였다. 2025년 12월 1일 현재 시간 기준으로 펼쳐진 농구 월드컵 예선 첫 경기,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이 숙적 중국을 92대 85로 꺾고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단순히 점수 차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승리였다. 특히 이현중 선수의 33점 폭발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한 전술과 선수들의 헌신적인 움직임이 숨어 있었다. 이번 승리는 한국 농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켜 준 상징적인 결과이며, 향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현중의 33점은 단순한 득점이 아니었다. 그는 경기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코트 위 모든 공간을 활용하며 중국 수비진을 흔들었다. 외곽에서는 그림 같은 3점 슛으로 림을 갈랐고, 돌파 시도에서는 유려한 볼 핸들링과 스텝으로 수비수를 제쳐 득점을 올렸다. 특히 클러치 상황에서 보여준 그의 담대함은 경기의 흐름을 한국 쪽으로 완전히 가져오는 결정적인 요소였다. 중요한 순간마다 터져 나온 그의 득점은 중국 선수들의 사기를 꺾고 한국 선수들에게는 무한한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이현중은 공격 전반에 걸쳐 다양한 패턴을 소화하며 득점력을 과시했는데, 이는 그가 특정 전술에만 국한되지 않는 전천후 공격수임을 입증하는 장면이었다. 수비 전환 시 빠른 참여와 리바운드 가담 또한 그의 공헌도를 더욱 빛나게 했다.
하지만 이현중의 활약 뒤에는 팀 전체의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이 있었다. 가드진은 안정적인 볼 운반과 정확한 패스로 이현중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줬고, 골밑에서는 센터와 포워드들이 치열한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중국의 세컨드 찬스 득점을 봉쇄했다. 특히 수비에서는 지역 방어와 맨투맨 디펜스를 효과적으로 섞어가며 중국의 높이를 무력화시켰다. 중국의 장신 선수들은 한국의 끈질긴 수비에 막혀 쉽게 득점하지 못했고, 이는 공격 리바운드 허용 감소와 속공 찬스 증가로 이어졌다. 강상재, 김선형, 라건아 등 베테랑 선수들의 노련한 경기 운영과 젊은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플레이가 조화를 이루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벤치에서 투입된 선수들 또한 자신의 역할을 100% 수행하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와 경기 분위기 전환에 기여했다. 이는 단순한 주전 멤버 위주의 농구가 아닌, 12명 전원이 하나의 팀으로 뭉쳤을 때 나올 수 있는 진정한 시너지였다.
한국 공격 전술의 핵심은 템포 조절과 공간 활용이었다. 빠른 트랜지션으로 중국 수비가 정비되기 전에 득점을 올리는가 하면, 세트 오펜스 상황에서는 스크린 플레이와 컷인 동작을 통해 이현중에게 득점 기회를 제공하거나 다른 선수들의 오픈 찬스를 만들었다. 특히 이현중을 이용한 핸드오프와 픽앤롤은 중국 수비진에게 끊임없이 혼란을 주며 파생되는 득점 찬스를 창출했다. 이현중이 볼을 잡으면 두세 명의 수비가 집중되었고, 이때 생긴 공간을 이용해 팀 동료들이 과감한 드라이브 인이나 오픈 슛을 시도하며 득점을 더했다. 이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은 단순히 이현중의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팀 전체의 전술적 이해도가 높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수비에서는 ‘늪’처럼 달라붙는 압박 수비가 주효했다. 중국의 장신 빅맨들을 상대로는 더블팀 수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포스트업 시도를 사전에 차단하며 페인트 존 득점을 최소화했다. 외곽 수비에서는 발이 빠른 가드들이 중국 슈터들을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슛 시도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상대 에이스에 대한 집중 수비는 인상적이었다. 중국의 핵심 득점원에게는 항상 최소 두 명 이상의 수비수가 붙어 움직임을 제한했고, 이는 중국의 공격 흐름을 방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리바운드에서는 높이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박스아웃’을 철저히 수행하며 세컨드 찬스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코칭 스태프가 경기 전부터 철저히 준비한 디테일한 전술들이 코트 위에서 완벽하게 구현되었음을 의미한다.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한국은 빠른 공격 전환과 외곽 슛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중국은 높이를 이용한 골밑 득점과 파울 유도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쿼터 중반, 중국의 거친 플레이와 템포 조절에 잠시 주춤하는 듯했으나, 조상현 감독의 적절한 작전 타임과 선수 교체가 흐름을 다시 가져왔다. 특히 3쿼터 막판, 한국은 이현중의 연속 득점과 이우석의 스틸에 이은 속공으로 순식간에 점수 차를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우석은 에너지 넘치는 수비와 속공 가담으로 공수 양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의 빠른 발을 이용한 스틸과 이어지는 속공은 중국 팀의 템포를 깨뜨리고 한국 팀에 유리한 흐름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이었다. 4쿼터 들어 중국의 반격이 거세졌지만, 한국은 침착한 경기 운영과 자유투 성공률로 리드를 지켜냈다. 마지막 2분, 중국의 끈질긴 추격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강력한 수비 집중력과 박스아웃으로 리바운드를 사수하며 승리를 확정 지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뜨거운 응원 열기 또한 한국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홈 팬들의 일사불란한 응원과 함성은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았고, 특히 중요한 득점이나 수비 성공 시 터져 나오는 함성은 중국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작용했다.
조상현 감독을 필두로 한 코칭 스태프의 역할도 절대적이었다. 경기 전 철저한 상대 분석을 통해 중국의 약점을 파고드는 공격 전술과 강점을 봉쇄하는 수비 전술을 마련했고, 경기 중에는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 팀의 전술 변화에 맞춰 신속하고 정확하게 작전 지시와 선수 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중국이 맹렬히 추격해오던 위기 상황에서 조 감독은 침착하게 작전 타임을 요청하여 선수들의 집중력을 다시 끌어올리고, 승부처에서 필요한 전략을 정확하게 제시하며 경기의 흐름을 다시 가져오는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 이는 단순한 선수들의 기량만으로 얻어낼 수 없는, 감독의 전술적 혜안과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이번 승리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랜 시간 아시아 농구의 강자로 군림해온 중국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한국 남자농구의 저력과 가능성을 전 세계에 알린 쾌거다. 특히 젊은 피 이현중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팀 전체의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월드컵 예선 일정과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에 있어 이번 중국전 승리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선수들은 이 승리를 발판 삼아 더욱 견고한 팀워크와 전술적 완성도를 향해 나아갈 것이며, 팬들 또한 이 역동적인 팀에 더 큰 기대를 걸게 될 것이다. 한국 농구는 지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준비를 마쳤다. 코트 위에서 펼쳐질 다음 경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한지우 (jiwoo.han@koreanews9.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