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전략적 중요성 재부각: 경제협력 모색 넘어선 실리 추구

제5회 중앙아시아 정책 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한국과 중앙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이 포럼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경제적 중요성이 급격히 증대되는 현 상황에서 한국의 대외 전략에 핵심적 의미를 지닌다. 단순한 교류를 넘어선 실질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모델 구축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앙아시아는 막대한 천연자원과 핵심 광물을 보유한 전략적 요충지다. 석유, 천연가스 등 전통 에너지원뿐 아니라 리튬, 우라늄, 구리, 희토류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동력인 첨단 광물 자원의 보고다. 이들 자원은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 경쟁력에 직결된다. 단순히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것을 넘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가공 기술 협력까지 이뤄낸다면, 이는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 될 것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해 동서양을 잇는 물류·통상 관문 역할 또한 수행하며, 신흥 시장으로서의 잠재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한국 정부는 ‘한-중앙아시아 K-실크로드’ 이니셔티브를 통해 이 지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공급망 연대 강화, 개발 협력 확대, 문화 교류 심화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한다.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인프라 건설, 디지털 전환, 보건, 교육 등 다방면의 협력을 추구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특히, 한국의 첨단 기술과 중앙아시아의 성장 잠재력을 결합하는 시도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형 스마트 도시 구축 경험, IT 기술 기반의 디지털 전환 노하우, 선진 의료 시스템, 효율적인 농업 기술 등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발전 단계에 맞춰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분야다. 단순한 투자 유치를 넘어, 인력 양성과 기술 전수를 병행하는 상생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의 안정적인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하고, 친한(親韓)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과 실현 가능한 전략 수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경쟁은 치열하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감행하며 경제적 영향력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막대한 자본력과 인프라 건설 역량을 앞세워 중앙아시아 전역에 걸쳐 물리적, 경제적 연결성을 강화했다. 이는 일부 국가에 채무 부담을 안겨주기도 하며, 지역 내 강대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 또한 존재한다. 러시아는 안보 동맹과 에너지 협력을 통해 전통적인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또한 민주주의와 인권 등 가치 기반의 접근을 통해 지역 내 입지를 모색 중이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각축장에서 한국은 차별화된 전략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거대 자본을 투입하는 중국과 달리, 실질적인 기술력과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 호혜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피하고, 각국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일방적 원조나 과도한 투자보다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스스로의 경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 파트너’로서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투명하고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제시함으로써 중국 및 러시아와는 다른, 차별화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물론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에는 여러 난관이 존재한다. 일부 국가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투명하지 않은 투자 환경은 위험 요소다. 지역 내 정치 체제의 특수성, 행정 절차의 불확실성, 일부 국가에서 관찰되는 부패 문제 등은 한국 기업이 직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 요소다. 복잡한 통관 절차, 낙후된 물류 인프라, 언어 및 문화적 차이 또한 한국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강대국 간의 미묘한 외교적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 역시 다양한 선택지를 두고 있다. 한국이 제시하는 협력 모델이 다른 경쟁국들의 제안보다 매력적이고 실질적인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경제협력 확대 모색’이라는 추상적 목표를 넘어, 구체적인 이행 계획과 자원 배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향후 한국의 중앙아시아 정책은 보다 실용적이고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핵심 광물 개발과 관련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은 최우선 과제다. 동시에 스마트 도시, 재생에너지, 디지털 헬스케어 등 한국의 강점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 차원의 외교적 지원과 함께 민간 기업의 투자 위험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시급하다. 투자 보호 협정 강화, 현지 법규 및 제도에 대한 심층 분석, 그리고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개발 원조(ODA)를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역량 강화를 돕고, 장기적인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중앙아시아 지역의 다면적 지정학적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한국 외교 정책에 반영하는 냉철한 판단이 요구된다. 대외 관계에서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 추구를 넘어, 한국의 지정학적 지위와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제5회 중앙아시아 정책 포럼은 중요한 논의의 장이었지만, 이제는 논의를 넘어선 구체적인 행동과 냉철한 성과 분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허울뿐인 협력이 아닌, 실제적인 상호 이익을 창출하는 견고한 파트너십 구축이 한국 대외정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와 기업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복합적인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인 협력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야 한다. 팩트 기반의 분석과 냉철한 판단만이 한국의 중앙아시아 전략이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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