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국회 앞 대치, 흔들리는 권력 지형과 격화되는 정치 프레임 전쟁
오늘 대한민국 국회 앞은 또다시 거대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해 전격 선포된 계엄령 1주년을 맞아, 진보와 보수 단체들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열며 첨예한 긴장감을 조성했다. 단순한 기념 시위를 넘어선다. 이는 1년 전 계엄 사태가 남긴 깊은 상흔이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현 정국의 권력 지형을 재편하고 주요 정치 프레임을 결정짓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지난해 국정을 마비시켰던 계엄 선포의 그림자는 여전히 짙게 드리워져 있다.
1년 전, 정부는 안보 위협과 극심한 사회 혼란 수습을 명분으로 비상 계엄을 선포했다. 대통령실은 국가 안보의 최후 보루이자 국민 생명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을 비롯한 진보 진영은 헌정 질서 유린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국회는 혼란 속에 표류했고, 시민사회는 찬반 양론으로 극명하게 갈라졌다. 이 과정에서 국정 동력은 급격히 약화되었고, 국민적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후 1년,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오늘 진보 단체들이 내세운 핵심 프레임은 ‘민주주의 파괴’와 ‘권력 남용에 대한 심판’이다. 이들은 계엄 선포를 ‘반헌법적 쿠데타’로 규정하며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재차 제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계엄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과 “관련자 탄핵”을 강력히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집권 세력에 대한 전면적인 정치 공세를 통해 여론의 향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야당은 이러한 진보 단체들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한 압박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국민의 명령’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회 내 입법 공세로 연결하려는 시도가 분명하다.
반면 보수 단체들은 ‘자유 수호’와 ‘사회 안정’이라는 프레임으로 진보 진영의 공세에 맞섰다. 이들은 1년 전 계엄 선포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국내 좌파 세력의 선동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했던 선택이었음을 역설했다. “안보 위협 속에 국가를 지킨 영웅”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현 정부의 결단을 옹호했다. 특히 진보 진영의 집회를 ‘국론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으로 규정하며 역공을 취했다. 이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고, 동시에 안정을 중시하는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여당 입장에서는 이러한 보수 단체들의 움직임이 든든한 방어막 역할을 한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과 국가 수호 의지를 부각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국회는 양측의 집회와 프레임 대결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에 놓여 있다. 야당은 계엄 1주년을 총선 전 마지막 대규모 여론전 기회로 삼으려 한다. ‘계엄 책임론’을 최대 쟁점으로 부각시키며 정부와 여당의 도덕성과 정통성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이다. 특검 도입, 국정조사, 심지어는 관련 장관 탄핵 소추안 발의 등 강경한 입법 공세가 예상된다. 이들의 목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 실정을 극대화하여 지지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의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야당 내 강경파는 이를 통해 당내 주도권까지 확보하려 할 것이다.
여당은 방어와 반격 사이에서 고심이 깊다.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국민적 이해를 구하면서도,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역력하다. 그러나 진보 진영이 구축한 ‘민주주의 훼손’ 프레임이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될 경우, 중도층의 광범위한 이탈은 물론, 내년 총선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당내에서도 계엄 사태에 대한 대응 방향을 두고 강경론과 신중론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대통령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집회 결과와 여론의 향방이 향후 국정 운영 동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당의 방어 논리가 얼마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지가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여론전이나 특정 이념 집단의 주장을 넘어선다. 한국 정치의 권력 지형에 근본적인 균열을 내고 있으며, 정치적 주도권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곡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잠복해 있던 사회적 갈등과 정치적 대립이 다시금 수면 위로 부상하며 정국 혼란을 가중시킨다. 특히, 양 진영 지지층의 강한 결집은 정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이로 인한 중도층의 정치적 피로감과 냉소주의 확산은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저해할 수 있다.
양 진영은 현재 ‘민주 대 반민주’, ‘안정 대 혼란’, ‘정통성 대 비정통성’이라는 첨예한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다. 진보 진영은 계엄 선포를 ‘권력 남용의 상징’으로 프레임화하여 정부를 독재적이고 비민주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려 한다. 이를 통해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 대중의 공분을 이끌어내려 한다. 반면 보수 진영은 계엄을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의 불가피한 결단’으로 포장하며, 진보 진영의 비판을 ‘무책임하고 선동적인 정치 공세’로 프레임화한다. 이는 정부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진보 세력을 사회 혼란의 주범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다. 누가 어떤 프레임을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각인시키느냐가 향후 정치적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 프레임 전쟁은 다가오는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까지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계엄 1주년을 맞아 국회 앞에서 벌어진 진보와 보수 단체의 대치는 한국 사회가 여전히 깊은 상처와 해소되지 않은 갈등을 안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권은 과거의 아픔을 반복하는 소모적인 정쟁에만 몰두하기보다,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국민적 통합과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프레임에 갇혀 공방만 이어가는 모습이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진정한 리더십과 냉철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대화와 타협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은 결국 국민들의 정치적 불신만 더욱 심화시킬 뿐이다.
— 윤태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