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1년, 한국 정치의 양극화와 안전보장이 처한 지정학적 두께

2024년 12월, 한국 정치와 사회는 계엄령 이후 1년간의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오히려 더 깊은 양극화와 진영 대립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윤 어게인’이라는 표현에서 상징되듯, 야당은 문민 통제와 민주주의 가치 수호를 거세게 외치고 있다. 반면 여당은 ‘믿고 지르는’ 전략으로, 한 번 승부수를 걸면 끝장을 보려는 결기를 과시한다. 정치적 신뢰와 합의의 공간이 소실된 자리에 남은 것은 적대 심화와 정치적 상호 파괴의 충동이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정치판 내에서만 벌어지는 단편적 현상이 아니다. 강대국 경합과 지정학적 균형의 재편 속에서, 국내 정치의 불안정성은 곧장 한반도 전체의 전략적 취약성으로 이어진다.

지난 1년, 계엄 선포 결정 이후 정부는 사회적 위기 대응 능력 강화와 질서 유지 명분 아래 권력을 재정비했다. 반면 거대 야당은 광범위한 대중 동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후퇴를 경고했고, 이는 정치적 교착 상태와 충돌의 수위를 높였다. 특히 주요 외신과 국제기구들은 일제히 현재 한국 정국의 불안정함을 우려했다. 미국 CSIS, 일본 오사카대 지정학연구소, 유럽의회 외교위원회의 보고서 등은 각각 한국 내 권력 작동 방식의 변화가 동북아 힘의 삼각구도에 미칠 파장에 주목했다.

정치의 극단화는 경제, 사회, 안보 영역에도 심대한 파도를 일으켰다. 투자 심리는 위축됐고,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는 사실상 실종됐다. 국방 현안은 안보실-정부-국회 간 협조부재로 장시간 표류 중이다. 상대 진영을 적으로 규정하고, 협치를 ‘타협 없는 패자멸절’로 대체한 정치행태는 민주주의 제도의 신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 2024년 10월 발표된 UN 인권보고서는 ‘한국 내 정치적 표현의 자유 축소’를 우려하며 정파 간 극단 대립구도의 장기적 함의를 지적했다.

한국 외교 역시 복잡한 압박에 직면했다. 워싱턴과 베이징, 도쿄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내적 분열과 국제사회 신뢰 저하 탓에 난항을 겪고 있다. 미국은 계엄 1년을 맞은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 ‘민주적 가치 수호’의 메시지를 연이어 발신했고, 일본 정부는 ‘한미일 공조’의 공고화 속에 한국의 내정 변화가 역내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표방하면서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미칠 구조적 파급효과를 신중하게 파악 중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미·중·일 3각 지정학의 긴장선 위에 있다. 역사적으로도 사회불안과 권위주의 정치의 교차 시기마다, 북한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남측의 혼란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왔다. 최근 북한은 군비증강과 남측에 대한 경고성 담화를 반복하고 있다. 남한 내부 정치 투쟁의 인플레이터(Inflator)가 북측의 대남 전략 유연성 증가와 맞물리면, 길어진 한반도 불확실성은 역내 안보 균형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경제적 파장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1년 간 국가 신용등급 하향, 외국인 투자 감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고, 국내 IT·첨단산업 대기업들은 주요 생산거점 이전이나 투자유보 등 방어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OECD와 아시아개발은행(ADB) 보고서가 꾸준히 경고한 ‘한국 정치불안 리스크’가 현실이 된 셈이다. 사건의 중심에 ‘계엄령’과 ‘정치 양극화’가 있는 한, 국제 실물경제와 자본시장에서 한국의 안정성과 신뢰도는 반복해 시험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역사적 선례를 볼 때, 극한의 대립 뒤에는 반드시 조정과 복원의 시간이 왔다. 1980년대, 1997년, 2016년의 경험에서처럼 한국 사회는 결국 위기의 교착을 돌파해 왔다. 현재 남은 과제 역시, 극한 대치 속에서도 최소한의 합의와 제도적 신뢰를 복구하는 일이다. 정치세력 모두 신중함과 균형감각을 회복해야 하며, 시민사회와 언론, 국제사회의 정화 압력도 견인차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힘의 논리는 언제나 내부 역동과 외부 압력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됐다. 강대국 외교와 지정학적 망루 위에서, 그리고 민주주의 제도의 본질적 회복력에 기대어 한국 정치가 다시 ‘균형의 미학’을 회복할 수 있을지, 계엄 이후 1년은 중요한 관문이 되고 있다. — 오지훈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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