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전범처럼’이라는 강경 수사, 법치의 언어로 번역될 때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는 나치 전범처럼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격한 비유는 분명한 메시지다. 헌정 질서 파괴에는 타협이 없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정치의 언어가 법치의 절차로 변환되는 순간부터 실제 효력은 갈린다. 형법 체계, 과거 판례, 국제규범과의 접점, 사정기관의 집행 역량까지 차근히 점검해야 한다.
사건의 축 먼저 짚는다. 한국 현대사에서 ‘쿠데타 처벌’은 이미 한 차례 제도화와 역류를 거쳤다. 1979년 12·12, 1980년 5·17로 이어진 군부의 헌정 질서 파괴는 1995년 특별법 제정으로 재조명됐고, 1996~97년 내란죄 유죄 확정으로 귀결됐다. 곧이어 단행된 특별사면은 ‘처벌의 원칙’과 ‘통합의 정치’ 사이의 긴장을 상기시켰다. 이 타임라인은 오늘의 발언이 가진 함의—강력한 처벌과 역사적 교훈의 제도화—가 어디까지 법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국내 법체계로 보면 토대는 존재한다. 형법 제87조 내란죄는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를 사형·무기 또는 중형으로 다스린다. 군형법은 군 내부 범죄를 포괄한다. 문제는 ‘나치 전범처럼’이라는 비유가 가리키는 도달점—즉 전범 처벌과 유사한 수준의 무제한적 책임 추궁, 공소시효 배제, 직업·공직 제한, 조직 해산—을 어디까지 국내 헌법 원칙과 조화시키느냐다. 헌법 13조는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금지한다. 과거 특별법이 택한 방식은 ‘새로운 범죄 창설’이 아닌 ‘시효정지·재기산’이라는 절차적 장치였다. 동일한 헌법적 경계선이 오늘도 유효하다.
국제규범과 비교해도 기준점은 명확하다. 뉘른베르크는 ‘전쟁범죄·반인도범죄’라는 유형화를 통해 최고지도부 개인책임을 물었다. 독일의 탈나치화는 전면적 직업정화, 상징·선전 금지까지 포괄했다. 그러나 이는 전시 패전국의 연합국 군정하 조치였다. 민주공화국의 평시 입법이 그대로 이식할 수 없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규범 역시 반인도범죄의 비소급 원칙을 전제한다. 국내 헌정질서 파괴행위가 광범위·조직적 민간인 공격과 결합할 경우 국제법상 반인도범죄에 접속할 여지는 있으나, 그 판단과 적용은 극히 엄격해야 한다.
정책 설계의 쟁점은 세 갈래다. 첫째, 범위의 명확성이다. ‘군사 쿠데타’의 법적 정의를 국헌문란의 실행·모의·선동·미화로 어디까지 확장할지 설정해야 한다. 표현의 자유와 안전보장의 경계, ‘찬양·고무’ 유형 규정의 과잉금지 문제가 곧장 제기된다. 독일형 상징금지 모델을 차용한다면 구성요건을 협소하게, 고의 입증책임을 무겁게 해야 한다.
둘째, 시효와 책임의 층위다. 내란죄 등 헌정파괴 중범의 공소시효 배제 또는 장기화는 입법 선택지다. 다만 소급효 금지의 헌법선을 넘지 않기 위해 ‘미래 사건’에만 적용하는 일반법으로 설계하고, 과거사 영역은 진상규명·배상·명예회복 중심으로 병행하는 이원화가 필요하다. 지휘·책임 체계에 대해서는 상명하복 구조를 고려한 차등책임, 명령위법성 인식 가능성, 부작위 책임의 범위를 촘촘히 규정해야 한다.
셋째, 사정·집행 역량이다. 쿠데타 관련 범죄는 본질적으로 합동범·특수범이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군·정보 커뮤니티의 조기경보가 관건이고, 군 사법과 민간 사법의 관할 조정이 쟁점이 된다. 국정원의 대공·정보 기능과 경찰·검찰의 공공수사 역량이 분절되지 않도록 지휘·협력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자금흐름 추적과 조직해산 청구, 범죄수익 환수까지 엮는 포렌식·추징 인프라도 선결 과제다.
비교사례는 시사점을 준다. 아르헨티나는 과거 군정기의 광범위한 반인도범죄를 이유로 ‘사면법 무효’를 선언하고 책임추궁을 재개했다. 칠레의 핀헤라 정권기에는 제한적 면책을 두되 중대범죄에 대해선 사법적 단죄를 진행했다. 독일은 집단적 배제와 개인책임 병행, 상징금지와 시민교육을 결합했다. 공통분모는 두 가지다. 첫째, ‘정의의 충분성’을 확보할 만큼 단호하되, 둘째, 법적 안정성과 자유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정밀하게 설계했다는 점이다.
국내 정치의 좌표에 얹어보면 예상되는 파장은 뚜렷하다. 강경 발언은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입법이 섬세하지 못하면 ‘정적 낙인법’ 논란으로 역풍을 맞는다. 과거사 청산의 교훈도 분명하다. 1997년 대법원 확정판결이 주는 메시지는 ‘헌정파괴는 처벌된다’이고, 같은 해 사면이 남긴 과제는 ‘정의의 완결성’이었다. 오늘의 제도 설계는 이 두 축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실행 로드맵은 다음이 현실적이다. 1) 정부가 ‘헌정질서 파괴범죄 대응’ 그린페이퍼를 공개해 정의·범위·제재·집행 구조의 선택지를 투명하게 제시한다. 2) 여야·법조계·군사법 전문가·인권단체가 참여하는 범국민 협의체에서 헌법합치 검증을 선행한다. 3) 시효·책임·표현규제 파트에 대해 헌법재판소 사전자문 내지 위헌소지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반영한다. 4) 사정기관은 전담 합동수사·정보 태스크포스를 상설화하고, 범죄수익 환수·직무배제 등 후속 조치의 집행 기준을 마련한다. 5) 시민사회에는 역사교육·기억정책을 확충해 법의 엄정함과 사회적 면역을 병치한다.
‘나치 전범처럼’이라는 수사는 강력하다. 그러나 법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여야 한다. 범죄구성요건의 명확성, 비례성, 절차적 적법성을 갖춘 텍스트와 예측 가능한 집행만이 헌정질서를 지켜낸다. 정의는 엄정해야 하고, 엄정함은 정교함에서 나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문장의 분노가 아니라 한 문서의 설계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