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놀이터’ 오명 벗고 혁신 성장 엔진으로: 코스닥, 어디로 가야 하는가?
“테슬라 같은 혁신 기업도 한국에서라면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심심찮게 들려오는 요즘입니다. 이 말이 단순한 농담으로만 치부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우리 코스닥 시장의 현주소를 씁쓸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주식 투자를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들이라면 “코스닥은 단타의 놀이터”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도 지적했듯이, 코스닥은 유망 기업의 성장을 돕는 본연의 역할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짧은 수익을 위한 투기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고질적인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요?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랫동안 저축한 돈으로 미래가 밝은 바이오 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해야지’ 하고 큰맘 먹고 들어갔던 박미선(가명, 40대 직장인) 씨는 며칠 만에 고점 대비 20%가 넘게 빠지는 걸 보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믿었건만, 시장의 단기적인 등락에 너무나 쉽게 흔들리는 현실에 좌절한 것이죠. 반대로, 김민수(가명, 30대 회사원) 씨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온라인 ‘정보방’에서 추천하는 ‘테마주’라는 소리에 혹해 뛰어들었다가, 순간적으로 큰 수익을 얻는 듯했지만 결국 ‘폭탄 돌리기’의 마지막 주자가 되어 큰 손실을 떠안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러한 ‘단타’ 위주의 투기적 분위기는 건전한 자본 시장의 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며, 특히 정보에 취약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습니다.
코스닥은 원래 유망한 벤처 기업이나 중소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시장입니다.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당장 큰 이익을 내기 어려운 초기 기업들에게 기관 투자자의 장기적인 자금 지원은 혁신을 꽃피울 귀한 자양분이 됩니다. 마치 어린 씨앗이 튼튼한 나무로 자라려면 충분한 햇볕과 물이 꾸준히 공급되어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현재 코스닥은 이러한 ‘성장 사다리’의 역할보다는,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관 투자자들조차 단기 성과에 얽매여 코스닥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짙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결국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나 기술 기업들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성장이 좌절된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할 시기에, 자본 시장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입니다.
그렇다면 이 고질적인 ‘단타 놀이터’ 꼬리표를 떼어내고, 코스닥을 진정한 혁신 성장 엔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저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금융 규제의 개선을 통한 시장의 신뢰 회복**이 가장 시급합니다. 불공정 거래는 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므로, 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감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합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주가 조작과 같은 행위는 발각 즉시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합니다. 또한, 공매도 제도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강화하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부당하게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더욱 촘촘히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차거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금융 당국은 과거 여러 차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이 높은 상황입니다. 이는 규제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거나, 집행의 의지가 미흡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를 해소하고, 모든 시장 참여자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규제 당국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둘째, **건전한 투자 문화 조성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기관 투자자들이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혁신 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합니다. 연기금이나 펀드들이 벤처 기업에 대한 장기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확대하거나, 평가 방식에 장기 성과를 더 많이 반영하는 등의 인센티브 제공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묻지마 투자’가 아닌 기업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분석하고 투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금융 교육을 강화해야 합니다. 학교 정규 교육 과정이나 평생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투자 철학과 리스크 관리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투자 정보를 걸러내고, 검증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시급합니다.
셋째, **핀테크 기술을 활용한 시장 접근성 및 투명성 제고**입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투자 분석 서비스, 로보 어드바이저, 소셜 트레이딩 플랫폼 등 다양한 핀테크 기술이 투자 시장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투자자들이 손쉽게 기업의 재무 상태나 사업 모델을 파악하고, 자신의 투자 목표에 맞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단기 시세보다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 정보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제공하거나, 복잡한 재무제표를 AI가 분석하여 핵심 포인트를 요약해주는 서비스는 개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주식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공정 거래를 방지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핀테크 기술이 무분별한 투기를 조장하는 도구가 아니라, 건전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돕는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중요합니다.
코스닥 시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혁신 기업들의 요람이 되어야 합니다. ‘테슬라가 한국 기업이었으면 망했다’는 말이 더 이상 회자되지 않고, 오히려 ‘한국 코스닥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는 성공 스토리가 많이 나오도록 금융 당국과 기업, 그리고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 코스닥이 진정한 ‘혁신 성장 엔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