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종교재단 해산’ 언급, 헌법 수호인가 권력의 칼날인가: 위험한 경계선의 고찰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한국 사회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종교재단의 정치 개입은 헌법 위반이며, 일본에선 해산 명령까지 내려진다”는 이 언급은 단순히 원칙론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종교와 정치의 민감한 관계, 헌법적 가치, 그리고 국가 권력의 작동 방식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과연 이 발언은 헌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인가, 아니면 특정 종교 세력을 겨냥한, 때로는 오용될 수 있는 권력의 잠재적 칼날인가.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명확히 천명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며, 국교는 인정되지 않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이는 국가가 특정 종교를 우대하거나 억압하지 않아야 하며, 종교 단체 역시 국가 권력에 영향을 미치거나 직접적으로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대원칙이다. 이 원칙은 단순한 이상향이 아니라, 수많은 역사적 시행착오와 피의 투쟁 속에서 인류가 체득한 지혜의 산물이다. 과거 중세 유럽의 종교 전쟁부터, 근현대 독재정권 하에서 종교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던 비극적 사례들은 정교분리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웅변한다.
그러나 문제는 언제나 경계선에 존재한다. ‘정치 개입’이라는 개념은 그 해석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어나거나 줄어들 수 있는 여지를 가진다. 종교 단체의 사회 참여, 예컨대 환경 운동이나 인권 운동, 빈곤 퇴치 운동 등은 때로 정치적 함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활동을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와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단순히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것을 ‘정치 개입’으로 치부할 때, 이는 자칫 시민사회의 건전한 목소리를 위축시키고, 비판적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종교가 가진 사회적 순기능, 즉 사회의 도덕적 감시자로서의 역할마저 훼손될 수 있는 지점이다.
대통령이 언급한 ‘일본의 해산 명령’ 사례는 맥락적 이해가 필수적이다. 일본에서는 옴진리교 사건 이후, 헌법에 명시된 종교의 자유와 국가의 공공복리 유지 사이의 균형을 찾기 위해 종교법인법 개정 및 관련 판례가 축적되었다. 옴진리교는 종교의 가면을 쓰고 무고한 시민들에게 테러를 자행하며 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로, 이는 단순한 정치 개입을 넘어선 범죄적 행위에 해당했다. 일본 대법원은 옴진리교에 대한 해산 명령을 확정하며, 종교 법인에 부여된 혜택(면세 등)을 박탈함으로써 사실상 그 활동을 제약했다. 그러나 이는 극단적인 예외 상황에 적용된 조치이며, 일본의 종교법인 해산은 어디까지나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행위’라는 엄격한 기준 하에 이루어진다. 단순한 정치적 발언이나 캠페인만으로 종교 단체를 해산하는 것은 일본 헌법 정신과도 거리가 멀다.
한국의 상황은 일본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다. 한국 헌법과 법률은 종교 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을 요구하면서도, 종교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특정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이 헌법적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될 경우, 현행법상 제재는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법인 등록 취소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그러나 ‘해산 명령’이라는 초강경 조치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에서도 핵심적인 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그 판단은 극히 신중하고 엄격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던지는 또 하나의 쟁점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여부를 판단할 것인가이다. 국가 최고 권력자가 특정 종교 단체의 행위를 ‘헌법 위반’으로 규정하고 해외의 ‘해산 명령’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압박이자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자칫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종교적 목소리를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남긴다. 과거 독재정권이 종교를 통제하려 했던 아픈 역사를 상기할 때, 권력자의 발언 하나하나가 가지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정교분리의 원칙은 국가 권력이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동시에 종교가 특정 정치 세력에 종속되거나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쌍방향적 의미를 가진다. 이 원칙의 수호는 단순히 종교의 정치적 중립을 강제하는 것을 넘어, 국가가 종교의 영역에 함부로 개입할 수 없다는 금기의 선을 긋는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원칙 강조를 넘어 실제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경우, 이는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넘어설 수 있는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발언은 정교분리 원칙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동시에, 그 적용과 해석에 있어 극도의 신중함이 요구됨을 역설한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중립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시키는 일은 언제나 어렵고 섬세한 과제다. 이 경계선 위에서 국가 권력이 어떤 기준과 태도로 임하는지에 따라, 대한민국 헌법 정신의 수호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혹여나 이 발언이 특정 세력에 대한 견제나 압박의 시그널로 읽힌다면,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될 수 없는 권력의 남용으로 비화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헌법적 가치를 명분으로 삼은 정치적 행위는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 김현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