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안보지형의 변곡점, 국제안보 심포지엄이 던진 정책적 과제

최근 조지메이슨대 안보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제6차 국제안보 심포지엄이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글로벌 위기와 동북아 안보의 미래’를 주제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의 복잡성과 함께 정부의 정책적 대응 전략을 집중 조명했다. 올해는 자유·개방 질서와 테크 안보, 그리고 다자협력의 미래라는 키워드가 부각되며 정책 기조의 변화가 두드러졌다. 심포지엄의 핵심 논의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한국의 정책 선택지에 대한 폭넓은 분석으로 요약된다.

우선, 글로벌 위기 요인은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등 세계 각지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는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미국 외교협회(CFR)·싱가포르국립대(NUS) 등 해외 연구진이 참여한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일본 안보재구성,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가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함의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견국으로서 ‘안보 협력 다변화’와 ‘탈동조정’ 능력 제고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전 심포지엄들과 확연히 달라진 지점은 테크 안보와 공급망 재편에 대한 연구의 심화다. 디지털 안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가 군사·민간 모두에 미치는 영향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한국 정부 역시 최근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대한 미-중 공급망 다변화 압력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정부가 신산업 보호와 글로벌 표준 선점 전략을 균형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특히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CHIPS법 등 ‘경제안보’ 정책이 동아시아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심도 있게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해관계국과의 다층적 협상 채널 확보, 산업별 리스크 거버넌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동맹·파트너십의 다각화 역시 주요 화두였다. 한미동맹은 굳건함을 재확인 받았으나, 한중, 한일 관계의 전략적 관리와 한-아세안, 쿼드(QUAD) 등 다자협력 체제와의 연계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강하게 부각됐다. 실제로, 북한 무인기 침투, 핵 위협 고도화 등 현실적 위기 속에서 ‘3축 체계’(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 대량응징보복) 강화와 한미일 정보공유 진전이 구체적 사례로 제시됐다. 더불어 신속한 정보전력화와 사이버 안보의 국가 차원 대응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 정책개혁의 방향임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와 같은 논의 흐름은 외교·안보 정책 분야에 직접적 함의를 지닌다. 먼저, 대외 전략의 ‘유연화’가 요구된다. 미-중·러 대립, 공급망 재편, 그리고 AI·사이버 등 신흥위협 대응 모두에서 정부가 단선적 대응보다 다층적 시나리오 구축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기조는 이미 해외 주요 안보 포럼(예: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 뮌헨안보회의)에서도 관측된 흐름이다.

둘째,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의 연계성이 강화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공급망 내재화’ 또는 ‘다원화’는 산업부처와 외교안보 라인의 긴밀한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차전지 및 데이터 인프라 등 차세대 분야에 대한 글로벌 협업과 기술 주권 확보 전략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정부의 정책방향도 단순 투자·지원에서 산업 생태계 전체의 리스크 관리, 위기대응 체계를 갖추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미래 안보의 핵심은 결국 인적자원과 신뢰 기반의 협력으로 수렴된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워싱턴DC 간 ‘인재 브레인드레인’ 논란, AI 인력 유치 경쟁은 국제정치와 기술 경쟁이 맞물린 복합 이슈임을 보여준다. 정부 차원의 장기 인재육성, 브랜드 국가전략, 소프트파워 확장 정책도 재정립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의 제언은 비단 현 정부만이 아니라 향후 어떤 정권에서도 안보정책의 핵심설계원칙이 되어야 할 실무적 제언이다.

결국, 동북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 변화는 한국 정부에 끊임없는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라는 중대한 과제를 상기시킨다. 국제안보 심포지엄이 제시한 담론과 정책적 시사점은, 외교·안보 정책을 넘어 경제·기술·인력 분야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시각의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하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실사구시 전략과 미래 대비책—여기서 한국의 진정한 정책역량과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 이수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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