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치주의를 농락한 검사의 민낯: 특권 의식에 마비된 정의, 그리고 구조적 실패
현직 검사가 로스쿨 기말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소식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우리 사회의 근간인 법치주의와 공정성 원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조롱이다. 검사는 정의를 수호하고 법을 집행하는 최전선에 선 인물이다. 그런 검사가 법조인이 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관문인 시험에서조차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은, 이들의 직업윤리 의식이 얼마나 마비되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사건사고] 현직 검사가 로스쿨 기말시험 사전 유출…법무부 “재시험” 外 기사를 통해 보도되었지만, 문제는 ‘재시험’이라는 법무부의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이 사건의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본 사안은 단순한 학사 비리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뿌리부터 흔드는 중대한 위협이며, 법조계의 고질적인 특권 의식과 부패 고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회 부조리의 핵심이다.
로스쿨 제도는 과거 사법시험의 폐해를 극복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법조인으로 양성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현직 검사라는 사회적 기득권자가 이러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은, 로스쿨이 또 다른 ‘그들만의 리그’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현실화시킨다. 이는 공정 경쟁을 통해 사회적 사다리를 오르고자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주는 행위다. 법의 수호자가 오히려 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이런 행태는 법조계 진입 과정의 불공정성을 넘어, 궁극적으로 사법부 전체의 정의 실현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단지 한 명의 일탈에 불과한가? 탐사보도팀은 이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윤리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과거에도 법조계 내부에서 발생한 전관예우 논란, 법원 판결을 둘러싼 청탁 의혹, 그리고 고위 법조인의 자녀 특혜 채용 문제 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번 시험 유출 사건은 이러한 고질적인 병폐와 궤를 같이하며, 특권 의식과 폐쇄적인 인맥 중심의 문화가 법조계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법 집행기관의 ‘내부 자정 능력’이 심각하게 약화되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내부고발의 구조적 한계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공고한 기득권층 내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는 외부 감시나 우연한 폭로가 없다면 은폐되기 십상이다. 과연 이러한 불법 행위가 해당 검사의 주변에서 인지되지 않았을까? 아니면 알면서도 침묵할 수밖에 없는 조직 내의 압력, 혹은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작용했을까? 내부고발자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당하는 현실은 부정행위를 목격하더라도 고발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한다. 따라서 단순한 징계나 재시험을 넘어, 투명하고 강력한 내부감사 시스템과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 방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법무부의 ‘재시험’ 발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무마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면피성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마치 썩어가는 사과를 보며 ‘닦아서 다시 쓰라’는 격이다. 이 검사는 어떤 경위로 시험 문제를 얻었는지, 유출 과정에 다른 관계자들의 개입은 없었는지, 그리고 이 검사가 그동안 담당했던 사건들에는 혹시라도 부정한 영향이 미치지 않았는지 등 전방위적인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로스쿨 시험 유출에 대한 처벌을 넘어, 해당 검사의 직무 적격성 여부와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비판적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과 정의가 소수의 기득권층에 의해 농락당하는 현실은 사회 전체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양극화를 더욱 부추긴다. 이번 사건은 법조계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면, 결국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 법조인 양성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특권 의식을 타파하며, 윤리 의식 재무장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 더 이상 국민들은 ‘그들만의 정의’에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조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도려내고, 진정한 의미의 공정성과 정의를 회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