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음악의 미래를 심는 사람, 전기홍 교수 ‘서울특별시 문화상’ 수상을 바라보며

서울의 겨울이 한층 깊어가는 12월, 서울시립대학교의 전기홍 교수가 ‘서울특별시 문화상’ 서양음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은 사회·문화계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전기홍 교수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음악인으로, 교육자로 살아오며 끊임없이 한국 서양음악계의 뿌리를 단단하게 다져 온 인물이다. 수상 소식 자체는 기쁜 한 순간이지만, 그 안에는 우리 사회가 음악과 예술, 교육의 가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 겹의 질문이 담겨 있다.

서울특별시 문화상은 1948년 제정 이래, 서울의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인물과 단체에 주어지는 권위 있는 상이다. 그중에서도 서양음악 부문은 기존의 국악이나 대중음악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광복 이후 한국사회는 서양음악을 일종의 ‘근대성’의 상징으로 여겨왔고, 이를 연주하고 가르치는 일은 한 지식인 집단의 특권적 경험에서 모두의 삶과 감정에 이르는 보편의 예술로 변모해왔다. 이소영 서울시 문화정책연구원의 2023년 분석에 따르면 최근 십 년간 서울시 음악상 수상자 중 학교 및 아카데미 현장에 직접 몸담아 온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어선다. 이는 교육 현장과 창작 현장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기홍 교수의 수상 또한 이런 흐름의 한복판에 서 있다.

전 교수의 음악 여정은 단순히 연주나 작곡의 영역에 머물지 않았다. 서울시립대학교 음악학과 학과장을 역임하며, 국제교류와 산학협력을 통해 새롭고 다양한 예술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했다. 동료 교원들과 학생, 그리고 외부 음악인들과의 꾸준한 교류를 통해 실험적 공연을 기획하고, 한국적 정체성과 세계 음악계의 변화 사이에 균형점을 모색해왔다. 중앙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 여러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전 교수의 교육 철학에는 ‘가장 현장에 가까이 다가가는 학문’이란 실용적 태도와, ‘새로운 음악 언어를 만들어가는 모험’이라는 예술가적 도전정신이 공존한다.

실제로 그가 이끄는 학교 오케스트라와 챔버앙상블은 다양한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해왔다. 2016년엔 도심 내 소외계층 아동을 위한 ‘찾아가는 음악회’를 기획했고, 2019년부터는 서울시립대와 유럽 콘서바토리들의 공동 워크숍을 이끌었다. 이 자리엔 아르헨티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실비아 아르헨시아(Silvia Arhencia), 프랑스 파리국립고등음악원 박성환 교수 등 각국 연주자·교수가 참여해 다문화간 언어의 벽을 허무는 ‘음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는 단지 예술교육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배려와 자율성, 국제적 연대감이라는 사회적 의제를 실천해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음악계 안팎의 평가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한국음악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음악 전공생의 72%가 졸업 이후 교직·연주 분야 복수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한다. 우리 사회에서 예술인의 삶은 흔히 불안정하고, 사회적 안전망이 미흡하다는 점에서 무수한 도전이 필요하다. 허나 전기홍 교수처럼 직접 현장에서 답을 찾고, 젊은 세대와 지적·정서적으로 동행하는 인물의 등장은 음악교육 현장에 든든한 귀감이 된다.

이번 수상은 단일 인물의 영예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예술 전반을 들여다보면, 고전 음악과 실용 음악, 공연과 교육, 전통과 혁신의 문제가 종종 대립구조로 변질된다. 하지만 전 교수의 행보는 이러한 이분법에서 벗어나 ‘다름 속의 공존’과 ‘기반 없는 도전이 아닌 꾸준한 축적’을 강조한다. 그의 제자들은 졸업 후 국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솔리스트로 널리 활동하고 있고, 공동 작업에 참여한 사회단체·교원들 역시 사회변화와 예술 현장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음악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서울시 문화상의 역사가 말해주듯, 진정한 문화의 힘은 소수의 영웅이 아니라 무수한 현장 속 노동과 배움, 그리고 사회 곳곳 다양한 목소리의 만남에서 비롯된다. 전기홍 교수의 이번 수상이 우리 음악계와 사회 문화 전반에 오래 지속되는 긍정적 파장으로 남기를 바란다. 변화의 순간마다 사람과 현장, 그리고 예술의 가치를 잊지 않는 성찰이 진정한 혁신임을 다시금 생각해본다.

— 이상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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