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흔드는 ‘허위기사’의 비용: 법정의 경고와 newsroom의 책임
총선 후보자 비리 의혹을 다룬 허위기사를 쓴 기자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단지 한 명의 일탈로 끝낼 문제는 아니다. 법원이 실형으로 무게추를 옮긴 순간, 한국 언론과 정치의 연결부—선거 국면에서의 ‘정보전’—이 통째로 도마 위에 올랐다. 표현의 자유 논쟁은 늘 반복되지만, 이번 쟁점은 더 좁고 구체적이다. 선거라는 고도의 민감 영역에서 ‘의혹 보도’가 어디까지 용인되고,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쳐야 형사처벌의 문턱을 넘지 않는가다.
핵심 법리는 두 축이다. 형법상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그리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의 보도라 해도, ① 사실 확인에 합리적 노력을 다했는지(상당성), ② 보도의 표현과 배치가 독자에게 ‘사실로 단정’하는 효과를 초래하지 않았는지, ③ 반론 기회와 근거 제시를 충분히 제공했는지 등을 본다. 이 세 지점이 무너지면, “의혹 제기”의 외피는 법정에서 얇다. 항소심의 실형 유지란, 단순한 오보나 과실을 넘어 ‘허위성에 대한 인식 가능성’—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인정됐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질문을 바꾸자. 왜 선거판에서 허위기사가 반복되는가. 취재 현장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답이 보인다. 첫째, ‘속보–확산–정정’의 역전된 경제학이다. 클릭과 노출이 보상 체계를 지배하면서, 검증에 쓰일 시간은 비용이 되고, 초기 유통은 수익이 된다. 둘째, 정치권의 ‘정보 공장’이 언론의 취약한 문턱을 노린다. 맞춤형 문서, 익명 제보, 유통용 녹취는 데스크의 욕망—상대 진영의 스캔들—과 맞물릴 때 저항 없이 통과한다. 셋째, 프리랜서·외주 기반의 불균형한 책임 구조다. 정규 조직의 데스크 권한은 강하지만, 사후 책임은 종종 취재자 개인에게 전가된다.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는 촘촘하지만, ‘출처 신빙성 점검 실패’에 대한 내부 경보 시스템은 취약하다.
의혹 보도의 윤리는 간단하다. 의혹은 의혹으로 쓰고, 근거는 수치와 문서로 깐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네 가지 결함이 빈번하다. 1) “~로 드러났다” 식 단정 표현의 남용, 2) 원자료 비공개 상태에서의 2차 취재 생략, 3) 반론 요청을 ‘시도했다’는 기록만으로 면피, 4) 정정·후속보도의 전략적 지연. 선거 기간엔 이 모든 것이 유권자 판단을 직접 왜곡한다. 법원은 그래서 엄격해진다. 선거 공정성의 침해는 개인의 명예침해를 넘어 공익의 중대 침해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실형 선고의 파장은 기자 개인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 전반에 닿는다. 우려도 있다. 형사처벌 강화가 합리적 의혹 제기까지 위축시키는 ‘차가운 효과’를 낳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균형점은 어디인가. 법원의 메시지는 의외로 명료하다. “검증하라. 기록하라. 구분하라.” 검증은 출처의 이해관계와 제작 경로까지 추적하는 일이다. 기록은 데스킹 메모와 사실확인 로그를 남겨 사후 심사에 견디게 하는 장치다. 구분은 의혹·추정·평가·사실을 문장 레벨에서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 세 가지를 충족하면, 설령 결과가 틀렸더라도 ‘상당성’이 위법성을 감쇄한다.
정치권 책임도 빼지 못한다. 한국의 선거는 오랜 기간 ‘프라이머리 더티 트릭’—1차 자료처럼 위장된 공격 문서, 편집된 녹취, 가공된 돈 흐름 캡처—의 실험장이었다. 문제는 그것이 언론을 우회로 삼아 플랫폼 생태계로 증폭된다는 점이다. 정당·캠프·외곽조직이 만든 정보가 기자의 책상 위에 도달하는 경로를 투명화해야 한다. 출처의 정치적 이해관계 표기는 강제되어야 하고, 선거보도에는 ‘출처 등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캠프발 문건은 C등급, 독립 공공기록은 A등급, 이해관계자 단독 제보는 B등급 식으로 라벨링해 독자에게 리스크를 함께 공시하자.
플랫폼과 편집국의 기술적 처방도 필요하다.
– 팩트체크 선(先)출고: 선거보도 중 특정인의 비리를 다룰 경우, 독립 팩트체크 라인을 통과하지 않으면 외부 유통을 제한한다.
– 소스 체인 로그: 기사마다 핵심 사실 단위별 근거 링크·문서 스냅샷·취재노트 타임스탬프를 비공개 저장. 사후 분쟁 시 즉시 제출.
– 반론 SLA: 반론 요청–응답 대기–게재까지 표준 시간(예: 6~24시간)을 규정하고, 미확보 시 본문 상단에 ‘반론 진행 중’ 배지 부착.
– 선거특별 데스킹: 법률·데이터·탐사 담당이 합석하는 합의체로, 단정 문구·표현 효과를 문장 단위로 조정.
형사처벌의 문턱이 낮아져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번 판결 유형은 그와 다르다. 반복적·집중적 허위 유포, 선거 영향 가능성, 검증 결여가 겹친 사건군에 법원이 실형을 내리며 레드라인을 그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언론 자유의 담론을 이 선을 흐리는 방패로 삼는다면, 자유는 보호되지 못하고 직업윤리만 붕괴한다. 자유를 지키는 가장 실용적 방법은 스스로 엄격한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부고발의 관점에서 본다. 허위기사는 대체로 한 사람의 타락이 아니라 체계의 피로에서 나온다. 편집국은 내부 제보를 안전하게 받을 창구를 열고, ‘속보 압력’이나 ‘출처 은닉 지시’가 발생하면 곧장 멈출 수 있는 세이프티 브레이크를 만들라. 내부고발자 보호 규정은 취재윤리 위반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언론의 자정능력이 작동할 때, 법정의 개입은 예외가 된다.
이번 판결은 기자 개인에게 보내는 경고장이 아니다. 선거 보도라는 고위험 업무에 투입된 전체 시스템에게 내리는 명령이다. 누가 정보의 원천을 설계하고, 누가 편집의 마지막 버튼을 누르며, 그 과정의 책임이 어디서 집결하는지—그 답을 문서화하고 공개하라. 선거는 민주주의의 심장이고, 허위기사는 그 심장을 겨냥하는 흉기다. 언론이 흉기를 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장갑을 끼고 절차를 따르는 일이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