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방지법, ‘성역’에 낸 첫 균열… 신뢰 회복의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른바 ‘선관위 채용비리 재발 방지법’이다. 개정안은 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등 정무직 공무원의 자녀가 경력 채용될 경우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위원회에 외부 위원을 과반수로 참여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한, 헌법기관이라는 이유로 외부 감사를 피해왔던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아빠 찬스’ 논란에 대한 입법적 답변이 마침내 나온 셈이다.
이번 법안 통과의 배경에는 선관위의 뿌리 깊은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생명으로 하는 헌법기관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전·현직 간부 자녀들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채용된 정황이 다수 발견되었고, 이는 선관위가 외부의 견제 없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필연적 결과라는 비판을 낳았다. ‘신의 직장’을 넘어 ‘그들만의 성역’으로 불리던 선관위를 향한 국민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러한 여론의 압박 속에서 여야는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수개월간의 논의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다.
입법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포함한 강력한 외부 통제를 주장하며 ‘선관위의 특권 내려놓기’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감사가 선관위의 헌법적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칫 현 정부의 감사원을 통해 선관위를 길들이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 심사 과정에서 격론으로 이어졌다. 최종적으로 감사원의 감찰 범위를 ‘인사, 예산, 회계 등 직무’로 한정하고, 선거와 관련된 직무는 제외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루어졌다. 이는 선관위의 독립성이라는 가치와 공공기관으로서의 투명성 및 책임성이라는 요구 사이의 위태로운 균형점을 찾으려는 고심의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법 개정은 선관위라는 ‘성역’에 처음으로 외부 감시의 칼날이 제도적으로 미치게 되었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온 불투명한 조직 운영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다른 헌법기관들의 운영 방식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선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곧 신뢰 회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의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외부 위원이 과반 참여하는 인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견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감사원의 감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며 엄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자칫 형식적인 절차 강화에 그쳐 ‘면피용 개혁’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공은 다시 선관위로 넘어왔다. 법률 개정은 최소한의 울타리일 뿐,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은 전적으로 선관위 스스로의 몫이다. 뼈를 깎는 자성과 내부 개혁 없이는 어떤 법적 장치도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국민들은 이번 법 개정을 끝이 아닌 시작으로 보고 있다. 채용 비리를 넘어 선거 관리 전반에 걸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지, 여야 정치권 역시 선관위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도 건전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선관위가 이번 입법을 계기로 진정한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그 진짜 시험대는 이제 막 올랐다.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