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명분 뒤에 숨겨진 ‘데이터 감시’의 유혹: KT-경찰청 협력, 청소년 보호인가 통제인가
선량한 ‘청소년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거대 통신 기업 KT와 공권력을 상징하는 경찰청의 공조가 시작됐다. 겉으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따뜻한 손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민감한 개인 정보와 통신 데이터를 다루는 거대 기업과 사법 기관의 연합이 가져올 수 있는 구조적 문제와 감시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표면적으로 KT는 ‘AI 기반 통신데이터 분석 역량’을, 경찰청은 ‘수사 및 예방 노하우’를 결합하여 청소년들의 유해 환경 접근을 차단하고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수많은 ‘선한 의도’가 어떻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권력 남용의 도구로 변질될 수 있었는지 목도해 왔다. KT가 보유한 방대한 통신 데이터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패턴을 엿볼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정보의 집합체이다. 이러한 데이터가 경찰이라는 공권력과 결합될 때,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광범위한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
추적 타임라인을 되짚어보면, 기업과 국가기관의 협력은 늘 장밋빛 청사진으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투명성 부족과 책임 회피, 그리고 데이터 유출 및 오남용 논란에 시달려왔다. 특히 통신사의 고객 정보 유출 사례는 KT를 포함해 여러 차례 사회적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러한 기업이 경찰과 직접적인 데이터 연동 및 분석에 참여한다는 것은, 민감한 청소년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익명화’나 ‘비식별화’라는 기술적 명분은 종종 실제 상황에서 무력화되거나 재식별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청소년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채 기술적 감시와 통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전형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빈곤, 교육 격차, 가정 불화, 유해 매체 노출 등 청소년 문제가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이미 수많은 연구와 통계가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 교육 시스템 개선, 청소년 상담 및 지원 확대 등의 노력은 뒷전으로 밀린 채, 손쉽게 기술적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안이한 접근은 아닌가.
이러한 협력 구조는 자칫 ‘선제적 통제’라는 명목으로 잠재적 위험군으로 분류된 청소년들을 낙인찍고,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청소년들은 성인보다 사회적 지위가 약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이들의 데이터가 경찰의 수사 자료로 활용되거나, 미래의 잠재적 범죄 가능성을 예측하는 ‘빅데이터 감시 시스템’에 포함된다면, 이는 인권 침해와 함께 미래 사회의 자유로운 시민으로 성장할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는 KT와 경찰청에 묻는다. 이 협력의 정확한 범위는 무엇인가? 어떤 종류의 데이터가 어떻게 공유되고 분석되는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적, 제도적 장치는 무엇인가? 데이터 오남용 발생 시 책임 소재는 어떻게 규정되는가? 무엇보다, 감시와 통제 대신 청소년의 자율성과 성장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진정한 예방책은 어디에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투명하고 책임 있는 답변 없이는, 이 협력은 단순한 ‘청소년 보호’를 넘어선 ‘데이터 기반 시민 통제’의 위험한 전례로 기록될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KT와 경찰청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 즉 개인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선한 목적을 앞세워 시민 감시를 정당화하려는 시도를 경계하고, 구조적 비리를 넘어선 심층적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 진정한 청소년 보호는 첨단 기술을 통한 감시가 아니라, 따뜻한 사회적 지지와 근본적인 환경 개선에서 시작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