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된 코스닥 대책, 지연의 비용과 효과의 크기
정부의 ‘코스닥 살리기’ 패키지 발표가 12월 중순으로 연기됐다. 연내 발표 가능성은 유지됐지만, 시장은 타이밍과 구체성에 가격을 매긴다. 코스닥은 개인 비중이 거래대금의 80~90%로 높은 구조, 이익 변동성이 코스피 대비 크고 공모·오버행 리스크가 반복되는 특성을 가진다. 이 구조에서 정책의 핵심 변수는 3가지로 압축된다: 거래비용, 수급 안정장치, 재평가(밸류업) 신호. 숫자로 추정 가능한 효과와 지연의 비용을 나눈다.
첫째, 지연의 비용. 정책 일정 불확실성은 요구수익률(r)에 프리미엄을 얹는다. 이벤트 프리미엄을 20~40bp로 가정하면, 주식의 효과 지속기간을 반영한 간이 민감도(Equity Duration)를 8~12로 둘 때 가격 민감도는 1.6~4.8%p다. 즉, 발표 시점 명확화만으로도 2~5% 수준의 기대가치 회복 여지가 계산된다. 반대로 발표가 재차 밀리면 변동성(10일 기준) 확대와 거래 회피로 이어진다. 개인 주도의 회전율이 높은 코스닥에서는 거래비용 1bp 변화보다 일정 가시성의 효과가 더 크다.
둘째, 거래비용 축소가 유동성에 미치는 탄력. 국제 문헌과 KRX 과거 제도 변화 사례를 종합하면, 회전율의 비용탄력도는 -1.0~-1.5 범위다. 거래세 3bp 추가 인하와 시장조성자(MM) 인센티브 강화로 호가스프레드가 1~2틱 축소될 경우, 일평균 거래대금은 8~15% 증가가 기대된다. 스프레드가 줄면 체결 확률이 높아지고 체결충격비용이 감소한다. 코스닥은 스프레드 민감도가 코스피 대비 높게 관찰되어, 동일한 비용 인하로 상대적 효과가 더 크다.
셋째, 수급 안정장치. 신용융자 잔고의 과실청산 압력은 국면 전환 때 매도를 유발한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코스닥 전체 신용융자 잔고의 비중이 유가증권시장 대비 높게 형성되어 왔다(대략 60% 안팎). 증권금융 한도·금리·담보비율 조정과 결합한 프로그램성 완충 장치(예: 급락 시 유동성 완충 기금 매수)가 제시되면 강제청산발 매도가 줄어 변동성 하방 꼬리를 10~20% 축소시킨다(평균 일중 변동성 기준). 공매도는 재개 시기·대상·커버링 투명성의 세부 설계가 더 중요하다. 목적은 ‘금지’가 아니라 ‘대차·공시·시장조성’의 비대칭을 줄이는 것이다. 대차 공시 주기 단축(예: 주 1회→일 1회)만으로도 숏커버 유발성 정보가 강화돼 단기 급변 동조화가 완화된다.
넷째, 밸류업과 코스닥. 밸류업은 코스피 대형주 중심으로 거론돼 왔지만, 코스닥에서도 유효하다. ROE와 PBR의 상관은 통상 0.5~0.7 구간에서 관찰된다. 정책이 자사주 매입·소각, 배당 가이던스, 비핵심자산 매각 공시를 촉진하면 ROE 1%p 상향은 PBR 0.1~0.2p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예: 소각분 비용 인정 확대)를 1년 한시 적용하고, 코스닥 150 구성종목의 20%가 평균 1%p의 유통주식수 축소를 실행한다고 가정하면, EPS 희석방지 효과를 통해 지수 레벨에 1.5~2.5%의 구조적 상향 요인이 계산된다.
다섯째, IPO·오버행 관리. 코스닥의 구조적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는 공모 후 조기 물량 출회다. 의무보유기간의 차등화(수요예측 질에 따른 가점·가감)와 보호예수 해제의 분산 스케줄링만으로도 공모 후 30거래일 내 평균 최대낙폭을 2~4%p 줄일 수 있다. 상장 요건 완화는 기술특례·이익특례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상장 전 심사에서 기술가치평가 기관의 점수 분산을 축소(표준화)하고, 상장 후 1년간 R&D 공시 의무를 강화하면 프리IPO 밸류에이션과 상장 후 괴리가 줄어든다. 괴리 축소는 사후 수익률의 분산을 낮춰 개인투자자의 행태적 손실을 줄인다.
여섯째, 정책 패키지 후보의 정량 효과 요약.
– 거래세 3bp 인하: 회전율 +10~12%, 일평균 거래대금 +8~10%, 스프레드 -1틱.
– MM 인센티브(스프레드 목표형 보조): 체결확률 +5~7%p, 호가 공백 -20~30%.
– 공매도 로드맵(대차 공시 일일화, 공매 잔고 실시간 근접 공개): 일중 변동성 -5~8%, 숏커버 급등 빈도 -10~15%.
– 자사주 매입·소각 세제 한시 인센티브: 코스닥 150 EPS +0.8~1.2%, PBR +0.05~0.1p.
– 성장사다리펀드·코스닥활성화펀드 5조원 조성: 순수급 +5조, 기간 6개월 가정 시 지수 레벨 +3~5%.
– IPO 보호예수 분산·차등화: 상장 후 30일 내 최대낙폭 -2~4%p, 변동성 -10~15%.
일곱째, 재원과 부작용. 거래세 감면은 세수 감소로 귀결된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8~10% 증가하더라도 세율 인하폭(3bp)과 상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유가증권·코스닥 합산 거래대금 20~30조원 구간에서 3bp 인하의 연간 세수효과는 수천억 원대 규모로 추정된다. 재정 측면의 비용은 명확하지만, 유동성 질 개선이 자본조달 비용 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자금시장 전체 효율성 개선으로 환류된다. 신용융자 규제 완화는 단기 방어 효과가 있으나, 위험위축기의 레버리지 확대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설계는 ‘한시·조건부’가 바람직하다.
여덟째, 해외 비교. 일본의 ‘PBR 1배 미만 개선’ 권고 이후 1년간 자사주 매입 확대와 지배구조 공시 강화가 병행됐다. 핵심은 목표 설정과 점검의 공개성이다. 한국형 밸류업이 코스닥에 유의미하려면, 목표지표(ROE, 배당성향, 순현금 비중)와 타임라인(예: 24개월)을 기업별로 제시하게 하고, 공시 준수율과 성과를 정량 공개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대만의 혁신시장 사례는 상장요건을 완화하되 사후공시를 강화해 신뢰를 확보했다. 규제의 무게중심을 ‘사전심사’에서 ‘사후공시·책임’으로 이동시키는 방향은 코스닥에도 적용 가능하다.
아홉째, 일정 가시성의 최소 요건.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대책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로드맵이다. 다음 3가지만 연내 확정·공개하면 이벤트 프리미엄의 상당 부분이 제거된다.
– 정책 패키지 구성 6개 항목의 확정 여부와 시행 시점(분기 단위).
– 공매도 제도 개선·재개 로드맵의 정량 목표(공시 주기, 대차 커버리지, 시장조성 비중).
– 자사주·배당 인센티브의 한시 기간과 재원 규모(최소·최대 한도).
열째, 발표 후 체크리스트. 효과는 ‘수치’로 확인한다.
– T+5일: 기관·외국인 순매수 합계(억원), 코스닥 150 평균 스프레드(틱), 일평균 거래대금(조원).
– T+20일: 신용융자 잔고 증감(억원), 변동성지수(VKOSPI-KQ) 변화, IPO 1개월 수익률 분산.
– T+60일: 자사주 매입·소각 공시 건수, 기업 배당·투자 계획 공시 건수, PBR·ROE 상관 변화.
정책은 ‘구체성(what)’과 ‘시점(when)’의 곱으로 평가된다. 연기는 시장에 비용을 만든다. 반대로 로드맵을 명확히 하고 비용·부작용을 계량해 제시하면, 코스닥은 거래비용 하락→유동성 질 개선→수급 안정→재평가 신호라는 경로를 밟을 수 있다. 숫자는 이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필요한 것은 시점과 강도의 결정이다.
— 정세라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