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외교의 신뢰성, 전 EU 외교수장 부패 구금 사태로 치명타
유럽연합(EU)의 전직 고위 외교수장이 부패 혐의로 구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지시간 2일, 연합뉴스와 복수의 외신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출신의 전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인 카트린 아슈톤(Catherine Ashton)이 최근 뇌물수수와 자금세탁, 조직적 부패 혐의로 벨기에 당국에 의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은 EU의 도덕성 논란을 재점화하는 동시에, 국제외교 무대에서 유럽의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정부 및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아슈톤 전 대표는 2019~2023년간의 외교 미션 과정에서 특정 민간 기업과 관련해 자문료 명목의 자금 수수 의혹, 정책 영향력 행사 등 다수의 법률 위반 정황이 드러났다. 벨기에 검찰 당국은 “조직적 로비와 자금 조달, 개인 이익 추구를 염두에 둔 정책 개입 의혹이 상당히 중대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럽 사회 일각에선 블록 내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윤리 시스템의 유효성, 그리고 공공부문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진다.
최근 수년간 유럽의회와 집행위원회 고위 관료의 비리 수사는 잇따라 확대돼 왔다. 2022년, 그리스 출신 에바 카일리 전 유럽의회 부의장의 ‘카타르게이트’ 수수사건 역시 이사회 내부의 취약한 통제시스템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아슈톤 전 대표 구금 사태 또한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유럽연합의 외교정책 신뢰도는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허점에 기반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팽배하다”며, “EU 주요 정책 결정과정에 대한 대대적 재검증이 불가피할 것”이라 전망했다.
유럽 현지 언론들은 이번 구금 사태가 미치는 글로벌 외교 파장에 주목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U의 법치와 윤리경영 이미지에 심각한 금이 갔다”면서 “회원국 간 협치와 대외신뢰 회복을 위한 신속한 제도혁신이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와 독일 도이체벨레(DW) 등도 “고위 외교관계자 비위가 반복된다면 유럽 통합과 외교역량 모두에 엄혹한 도전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실제, EU의 대외관계 운영에 대한 신뢰 저하는 유럽 내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반EU 정서 재점화로 연결될 수 있다. 사법당국은 국제투명성 NGO들과 협조해 유럽정책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약속했지만, 시민사회에서는 처벌보다는 예방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한편, 한국 외교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직사회 청렴성은 글로벌 신뢰 기반 그 자체”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유럽 내 재외공관 윤리교육 강화 등 자정노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구금 조치가 단순한 사법 처분에 그치지 않고, EU 행정개혁과 윤리 강화 움직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직 고위 외교관이자 유럽사회의 역동성을 상징했던 인물이 대가를 치르게 된 현상 자체가 국제 외교질서 변동의 시금석이 될 공산이 높다는 평가다. 실제, 일본과 대만, 미국 등 타 선진국 외교라인에서도 유럽의 윤리성 위기와 그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주도의 글로벌 거버넌스 모델 제시는 물론, 국제기구 내 정책결정의 독립성 담보가 그 어느 때보다 실질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럽행정부 고위관료에 대한 이해 충돌, 퇴직 후 민간 자문 직위 이동에 대한 리스크 검증 등 규정 정비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외교관료는 국가대표임과 동시에 유럽통합 가치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윤리 기준과 투명성 관리가 요구된다.
정부 관계자의 신중한 설명에 따르면, “이번 구금으로 유럽의 EU 내·외부 정책 신뢰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한국 정부도 국제기구 진출과 EU와 각종 양자외교 채널에서 윤리·준법경영 메뉴얼을 강화해, 유사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U의 부패 스캔들이 터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고위직 외교관이 구금된 현실은 유럽통합의 근본 가치와 국제질서 내 유럽의 입지를 흔드는 경종이라 할 수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이번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원천적 투명성 확보와 윤리 거버넌스 체계 정립에 더욱 힘써야 한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