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계엄 발언, 한국 정치위기의 징후인가
핵심 논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부 정치세력이 계엄령 선포를 위해 전쟁을 유도하려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국내 정치 질서의 근원적 불안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메시지를 넘어 국가 안보와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 기제인 민·군 관계, 그리고 여야 간 신뢰의 문제 등 복합적인 상황을 함축한다.
먼저 이재명 대통령 발언의 시점과 맥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예측되고 군 내부의 기강 해이 문제까지 공론화되는 가운데, 대통령은 직접적으로 “전쟁 유도를 통한 계엄 구상”이라는 표현까지 언급했다. 이는 통상 대통령이 신중하게 다루는 국가 비상사태 관련 용어를 공개 석상에서 꺼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해당 발언은 국내 보수야권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 불안, 친북 논란과 맞물려 정국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를 겨냥한 사전 견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 계엄령은 헌법상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현대사에서 계엄령 초래의 역사적 상흔과 사회적 반감이 극심한 탓에 정치적으로는 절대적 금기어로 인식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먼저 직접 계엄 논란을 운위하며, 이른바 “정치세력의 음모”를 경고한 의도는 매우 중대하다. 해당 논란은 곧바로 여야 공방으로 비화했으며, 야권은 “음모론적 정치 프레임”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보수 매체 일부에서는 “실체 없는 내부 적폐 희생양 만들기”라는 비판적 논조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위험천만한 시도”가 구체적으로 누구, 어느 집단이나 세력을 겨냥한 것인지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전현직 군 인사, 정치권을 무대로 계엄령 문건 유출, 비상계획 검토 등과 관련한 의혹들이 이어지고 있던 점을 감안하면, 군내 일부 세력과 보수 정치권을 동시에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국가적 상흔인 2016년 탄핵정국 당시 계엄령 검토 문서 논란이 재점화되면서, 이번 대통령의 발언 배경에도 그 역사적 맥락이 짙게 배어 있다.
또한 해당 발언은 군통수권자로서의 인식, 즉 민주주의 체제 운영의 ‘최후 보루’로서 민군관계에 특별한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계엄령 자체가 극도로 제한적인 국가위기 상황에서만 발동될 수 있으며, 사회적 합의와 절차적 정당성이 전제되는 만큼, 이를 역으로 정치적 무기로 삼는 시도 자체가 결코 용납해서는 안 되는 금지선임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주목할 부분은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 변화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동북아 전체가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 미중 패권 경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정치는 다시금 ‘안보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는 국면으로 이행 중이며, 이 과정에서 계엄령, 비상사태, 국가 비상계획 운영 체계 등 과거 권위주의 시기의 유산이 재해석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의 일상적 운영보다는 예외적 질서, 비상상황에 초점을 맞추는 사조가 강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계엄령 등 비상조치가 정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 또한 커지고 있다. 과거 군부정권 시절 계엄령 남용과 그로 인한 사회적, 인권적 희생에 대한 집단적 기억은, 현 시점 어떤 정치적 명분으로도 계엄 논의 자체가 설 자리를 허용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적으로 계엄령 추진 가능성 자체에 직접 경종을 울린 것인지, 아니면 향후 어떤 정치적 갈등에 있어 ‘최후의 수단’ 자체도 거론조차 해서는 안 된다는 결연한 메시지인지, 향후 청와대와 국방부, 여야 간 후속 대응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요컨대, 이재명 대통령의 ‘계엄령’ 경고는 현 국내 정치 상황의 위기감, 안보환경 악화, 사회적 트라우마의 복합지점에서 등장한 최상위 경고등이다. 정치권과 군, 시민사회 모두 헌법적 질서와 민주적 상식에 대한 자성, 그리고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다시금 숙고해야 할 시점이다. 혼란의 국면일수록 비상사태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정치적 리더십과 사회적 합의의 구조화를 요구한다. — 김도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