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AI 정책담당관’ 신설, 국제 AI 규범 선점 경쟁의 서막인가: 사법·치안 분야의 파고
2025년 12월 2일, 국제사회는 인공지능(AI) 기술 혁명에 따른 새로운 패권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일본이 전 세계 150여 개 대사관에 ‘AI 정책담당관’을 신설하고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확대 추진한다는 소식은 단순한 외교적 확장을 넘어, 글로벌 AI 규범과 표준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사건의 발단은 명확하다. 일본 외무성은 AI 기술이 국제질서와 안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짐에 따라, 외교 정책의 핵심 요소로 AI를 전면에 내세우는 결정을 내렸다. 이 담당관들은 각국에서 AI 정책 동향을 파악하고, 일본의 AI 전략을 설명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AI 기술 지원을 통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이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는 개발도상국과의 연대를 통해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일본의 의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현재 국제사회는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법적·윤리적 쟁점, 안보 위협, 그리고 경제적 불평등 심화 가능성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AI 관련 법제화 및 규범 정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국가 주도의 AI 기술 개발과 활용을 통해 디지털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일본의 선제적인 AI 외교는 국제 AI 규범 논의의 지형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사정기관의 시각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 발전이나 경제 협력의 차원을 넘어선다. AI 기술의 국제적 확산과 활용은 필연적으로 사이버 안보, 데이터 주권, 프라이버시 침해, 그리고 AI를 활용한 범죄 등 다양한 법적·치안적 쟁점들을 야기할 것이다. 일본의 AI 정책담당관들이 개도국과의 협력 과정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를 강조하는 것은, 기술 확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법치주의 원칙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AI 기술은 수사 과정에서의 증거 분석, 범죄 예측, 사이버 범죄 대응 등 사법 및 치안 분야에서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개인 정보 오용, 편향된 알고리즘에 의한 인권 침해, AI 무기 시스템의 윤리적 문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일본이 추진하는 AI 협력 모델이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각국의 사법 및 치안 시스템은 이러한 표준에 맞춰 내부 법규와 절차를 정비해야 하는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결코 뒤처져서는 안 되는 지정학적, 경제적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선제적인 ‘AI 외교 전담 조직’을 구축하고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는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국은 국내적으로 AI 산업 육성과 규제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제무대에서 AI 정책을 총괄하고 전략적으로 외교 역량을 결집하는 시스템은 아직 미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국제적인 AI 규범과 표준이 정립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면, 향후 국내 사법 및 치안 기관은 해외에서 설정된 기준에 일방적으로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국제 AI 데이터 공유 협약이나 AI 기반 수사 공조 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한국의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은 자국의 데이터 주권 및 사법 주권을 침해받지 않으면서도 국제 협력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사건 타임라인을 되짚어보면, AI 기술의 발전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었으나, 국가 간 경쟁과 규범 정립의 필요성이 국제 정치의 주요 의제로 부상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8년 유럽연합의 GDPR(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을 시작으로 각국은 데이터 주권과 AI 윤리에 대한 논의를 심화했으며, 이는 2020년대 중반에 이르러 국가 안보 및 국제 협력의 핵심 의제로 격상되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자, 미래 AI 시대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선제적 행보로 평가된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AI 정책담당관’ 신설은 국제 AI 규범 선점 경쟁의 서막을 알리는 동시에, 각국의 사법·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 복합적인 국제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AI 기술이 야기할 법적·윤리적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의 AI 거버넌스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우리의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독자적인 외교 및 법제화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국내 AI 관련 법규를 국제 표준에 부합하게 정비하고, 사이버 범죄 및 AI 관련 신종 범죄에 대한 사법적 대응 역량을 강화하며, 국제 공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김하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