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프레임 전쟁: ‘내란세력’ 논란과 민주주의 파괴의 근원

2025년 12월 3일, 한국 정치는 또 한 차례 거센 프레임 충돌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내란세력으로 몰아 야당을 탄압한 쪽이 오히려 진짜 헌정 파괴자”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 그리고 주요 우파 진영 지도부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및 다양한 국가 현안에 대해 강경 대응에 나서는 와중,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탄압’, ‘야당 봉쇄’ 등의 담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논쟁의 출발은 지난달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 및 측근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를 적용하며 수사를 확대 조치한 데 있다. 민주당은 즉각 “윤석열 정부의 조직적 야당 탄압”이라 규정지었고, 한편 국민의힘은 “법치주의 수호”를 주장했다. 사회적으로 거센 여론분열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단순한 정치적 흑백 논리, 혹은 사법기관의 정파적 이용 문제가 아닌 훨씬 더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정치 구조의 결함이 자리한다.

표면적으로는 내란선동 혹은 헌정질서 위협과 같은 중대 범죄 혐의, 정권 차원의 법적 대응 프레임이 대두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21대 국회에 들어선 이후 야당-여당 간 비타협적 구조와 상호간 극단적 상대방 악마화가 심화된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실제로 야당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2016년 최순실 게이트 이후 거의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사법 리스크’ 논란은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인사, 그리고 청와대 및 여권 실세를 반복적으로 강타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보수이든 진보이든, 정권 교체마다 각기 다른 프레임을 내세워 야당 수사 및 정치적 반대파 공격을 정당화해왔다. 최근 정국의 경우, 정부는 ‘내란선동 공방’을 시작으로 민주노총, 촛불집회, 일부 극좌 진영 세력과 연계된 야권 인사들까지 겨냥하는 전방위적 사정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검사독재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방어선 구축과 동시에 2030 세대 및 중도층 결집에 나선 모습이다.

정치적 대결의 근본 원인은 ‘선거제도 구조’와 ‘검찰 권한의 집중’, ‘양당제 병폐’에서 비롯됐다. 첫째, 지역구 중심 소선거구제와 거대 양당 중심 정치 구도가 장기적으로 정치적 교착 상태를 고착화시켰다. 건전한 다원주의 담론이나 타협, 정책 대결보다는 정파적 대립과 상대방에 대한 파괴적 레토릭(내란, 독재, 적폐 등)이 일상화됐다. 두 번째, 검찰의 지나친 수사 권한 집중은 과거 군사정권 이후에도 크게 축소되지 않았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권 맞춤형 ‘정치 수사’가 빈번하게 동원돼왔다.

여기에, 미디어 환경 변화 역시 분열을 심화시킨 핵심 요소다. 유튜브 및 SNS 중심의 뉴스 소비 채널에서는 양 진영 별로 강화된 메시지만 소비된다. 2023-2025년 사이 관측된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뉴스 신뢰도 하락과 편향성 피로도가 불신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정치권이 스스로 만든 ‘내란 프레임’과 ‘탄압 프레임’은 단순한 언어 그림자 그 이상이다. 현 구조 아래서는 내년 총선이나 대선 역시 ‘정파적 공포심 자극’과 ‘상대방 악마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구조는 본질적으로 유권자의 진짜 정책 선택권을 박탈한다. 민주주의의 핵심인 다양성, 타협, 견제 균형의 원리가 저해되고 있다. 실제 유권자들은 복지, 고용, 주거, 미래 산업 등 삶의 현안보다 ‘정치 권력 유지’와 ‘검찰 수사 유불리’라는 기만적인 논쟁에 미래가 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와 진보, 국회와 사법기관, 미디어와 SNS, 전통적 조직기반과 신세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상호 적대가 점점 격화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선거제 개혁과 권력기관의 실질적 견제장치 강화, 다원적 시민사회 재건 등이 구조적 과제로 남는다.

현재의 프레임 정치는 결국 사회 전체 신뢰를 갉아먹으며, 권력층의 단기적 득실 논리만을 극대화하고 있다. 문제의 뿌리는 개인 아닌 제도와 구조에 있음이 명확하다. 다음 국면의 한국 정치 개혁 논의는, 수사가 아니라 제도와 신뢰 회복 방안에 집중되어야 한다. 오세훈 시장의 발언은 단일한 진영의 공세가 아니다. 한국 정치의 심각한 구조적 병폐에 대한 경고이자, 동시에 모든 진영이 직면한 거대한 자성의 요구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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