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의 정치개입은 헌법 위반” 발언의 함의: 헌법은 국가를 제약하고, 법은 조직을 규율한다
대통령의 “종교재단 정치개입은 헌법 위반” 발언은 직설적이다. 그러나 법은 직관보다 세밀하다. 정교분리 원칙이 ‘누가 누구의 어떤 행위를 금지하는지’를 정확히 짚지 못하면, 표현의 자유와 선거의 공정성 사이 균형은 쉽게 기울어진다. 이번 발언을 단순한 가치판단이 아닌 법적 구조 속에 위치시키면,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정교분리의 헌법적 의미, 선거·정치자금·공익법인법 등 개별 법률이 허용·금지하는 조직행위의 범위, 그리고 실제 적용·집행 단계에서의 경계선이다.
첫째,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의 핵심은 국가의 종교적 중립의무다. 즉 국가가 특정 종교를 지원·억압하거나 종교 내부에 개입하는 것을 금한다. 이 원칙은 기본적으로 ‘국가를 제약’한다. 종교단체나 신앙인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일률적으로 봉쇄하는 조항이 아니다. 헌법의 칼끝이 향하는 방향을 혼동하면, 사적 주체의 의견표명까지 “헌법 위반”으로 포괄해 과잉위축을 낳는다.
둘째, 그렇다고 종교단체의 모든 정치행위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헌법 원칙’ 위에 ‘개별 법률’이 조직행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과 평등을 위해 선거운동의 시기·방법·주체를 촘촘히 규율한다. 특정 후보·정당을 지지·반대하도록 호소하는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평가돼 기간·형식 제한을 받는다. 특히 종교시설을 조직적으로 동원해 신도에게 특정 후보 투표를 권유하거나, 설교·예배를 매개로 지지·반대를 명시적·구체적으로 전파하면 위법 위험이 높다. 실제로 법원은 설교가 정책비판을 넘어 특정 후보·정당을 거명하며 투표까지 촉구한 사안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을 인정해왔다. 반면 특정 후보를 명시하지 않고 공적 사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슈 어드보커시’는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된다.
정치자금법은 차원을 달리한다. 우리나라는 기업·단체의 정치자금 기부를 폭넓게 금지하고, 개인 후원 중심 구조를 채택했다. 종교재단이든 일반 재단이든 조직 명의의 금전·물품 제공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며, 위반 시 형사책임과 더불어 회계투명성 문제까지 뒤따른다. 여기에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과 세법이 결합한다. 공익법인은 정당·후보에 대한 지지·반대 활동을 해서는 안 되고, 그에 해당하는 비용 집행은 과세·제재 대상이다. 교육·의료·복지 분야를 운영하는 종교계 산하 재단은 다수 공익법인 지위를 갖고 있어, 내부 공문·보도자료·홈페이지 게시 등 ‘조직 명의의 정치행위’가 법적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다.
셋째, 경계선은 사실관계에 의해 그려진다. 동일한 발언도 맥락·시점·매체·조직성 유무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 실무에서 자주 문제 되는 유형을 나눠보자.
– 정책 이슈에 대한 일반적 의견표명: 예컨대 종교계가 사학법 개정이나 낙태·생명윤리·난민정책 등 공적 사안에 원칙적 입장을 밝히는 것. 특정 후보·정당의 득실을 직접 겨냥하지 않는 한 허용 영역이다.
– 특정 후보·정당을 지목한 지지·반대 호소: 선거기간 전후를 불문하고 제한된다. 선거기간 외에는 문서·도화 배포·게시 금지 조항에, 기간 중에는 선거운동 주체·방법 제한에 걸린다.
– 조직자원 사용: 종교시설·예배·기관 공식 채널(홈페이지, 사보, 후원계좌)을 동원한 캠페인은 조직적 선거운동으로 평가돼 위법성이 강화된다.
– 정치자금 제공: 단체 명의의 기부는 금지. 신도 개인의 자발적 후원은 가능하나, 단체가 이를 조직·유도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이번 발언의 정치적 파장은 두 갈래다. 하나, 정부·여당은 선거관리의 엄정성을 강조하며 ‘조직적 개입’에 대한 사전 경고로 활용할 것이다. 둘, 야당과 시민사회는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하며 ‘이슈 어드보커시’까지 봉쇄하려는 신호가 아닌지 경계할 것이다. 어느 쪽도 과장에 기댈 이유가 없다. 선거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생명선이지만, 종교계의 공적 담론 참여도 자유민주주의 구성요소다. 법의 균형점은 이미 마련돼 있다. 문제는 적용의 정밀도다.
국가기관의 집행 지형도는 다음과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직선거법 위반 단속·교육을 담당하고, 검찰·경찰은 위반사실에 대한 형사절차를 이끈다. 국세청은 공익법인의 정치활동 여부를 회계자료로 가려 제재·과세를 부과할 수 있고, 주무관청은 재단법인의 설립허가 취소·변경명령 등 행정통제를 가한다. 다중의 규율이 겹치는 만큼, 종교계 재단은 ‘법률별 체크리스트’를 갖추는 게 현명하다.
실무 체크리스트
– 문구: 특정 정당·후보의 명시적 지지·반대, 후보 암시(사진·기호·색상 등 결합표현) 금지
– 매체: 공식 홈페이지·사보·예배·행정공문 등 조직 채널을 통한 정치표현 자제
– 시점: 선거기간 전후에 따른 규정 차이 숙지, 사전홍보물 배포 금지
– 재정: 단체 명의 정치자금·물품 제공 금지, 회계분리·내부결재 라인 강화
– 교육: 목회·승려·성직자·상근직원 대상 선거법 교육 정례화
– 기록: 이사회 의사록·지침·감사보고서에 ‘정치중립’ 내규 명문화
입법·정책 보완도 필요하다. 첫째, ‘조직적 정치개입’의 정의를 명문화하고, 종교·학술·시민단체에 공통 적용되는 중립성 가이드라인과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제시해야 한다. 둘째, 선관위가 선거 6개월 전부터 종교·공익법인 대상 표준 컨설팅을 제공하고, 위반 가능성이 엿보이는 경우 ‘교정권고→시정명령→고발’의 단계적 집행을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공익법인의 정치행위와 조세제재 사이 연결고리를 구체화해 현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선거의 공정성 수호로 읽힌다. 다만 “헌법 위반”이라는 강한 문구는 법률이 허용한 종교계의 공적 발언까지 오독하게 만들 소지가 있다. 헌법은 국가를 제약하고, 법률은 조직을 규율한다. 종교계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은 ‘후보·정당 선거운동’과 ‘조직자원 동원’이며, 정부가 지켜야 할 선은 ‘이슈 발언의 자유’다. 정밀한 집행과 예측가능한 규범만이 갈등을 줄인다. 선거가 가까울수록 법의 언어는 더 정확해야 한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