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재단의 정치개입’ 어디까지가 위헌인가: 헌법과 선거법의 경계선

대통령이 “종교재단의 정치개입은 헌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강한 문장 하나가 공론장을 단숨에 정렬시킨다. 그러나 법의 세계는 구호보다 섬세하다. 종교와 정치의 접점을 둘러싼 논쟁은 헌법 제20조(정교분리), 제21조(표현·결사의 자유), 공직선거법(조직적 선거운동 금지), 정치자금법(단체의 정치자금 제공 금지) 등 복수의 규범이 교차하는 다층 구조다. 정치적 발언의 주체가 누구인지(기관인지 개인인지), 목적이 무엇인지(정책 의견 표명인지 선거운동인지), 수단이 무엇인지(기관 자원 동원 여부), 시점이 언제인지(선거기간 전후)에 따라 위법·합법의 경계는 급격히 흔들린다.

첫째, 헌법의 언어. 헌법 제20조 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이를 ‘엄격한 분리’가 아니라 ‘우호적·제도적 분리’로 해석해 왔다. 국가가 특정 종교에 특혜를 주거나 종교가 국가권력 행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되, 종교인과 신자의 정치적 자유까지 전면 봉쇄하는 개념은 아니라는 뜻이다. 요컨대, ‘정교분리’는 정치 참여의 총체적 금지가 아니라 국가권력과 종교권력의 결합 방지라는 방향타다.

둘째, 법률의 금지선.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조직적 선거운동’을 넓게 제한한다. 정치적 중립을 요구받는 공무원뿐 아니라, 종교단체를 포함한 각종 법인·단체가 기관 명의·조직·시설·재정을 동원해 특정 후보자·정당을 지지·반대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여기에는 예배·법회·집회에서 특정 후보 지지 호소, 기관 뉴스레터·홈페이지·단체문자 발송을 통한 선거운동, 기관 재산(예배당·사찰·교육관 등)과 차량을 선거 지원에 제공하는 행위가 포괄된다. 정치자금법 역시 비영리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제공을 금지해, 재정 기반을 통한 영향력 행사에 제동을 건다. 이 지점에서 ‘종교재단의 정치개입’이 법률 위반에 직결되기 쉽다.

셋째, 개인의 자유와 기관의 책임. 동일한 문장이라도 ‘기관장의 직함’과 ‘기관의 자원’이 결합되는 순간 위법성 평가가 달라진다. 목회자·스님·신부가 개인 자격으로 정책 비판이나 사회 현안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것은 원칙적으로 표현의 자유 보호영역에 놓인다. 반면, 정기 예배·법회에서 강단·법상·제단을 통해 기관의 권위와 조직력을 활용해 특정 후보를 호명하거나, 기관 명의로 공문·문자를 발송하면 법원은 ‘조직적 선거운동’으로 평가해 유죄 판단을 내려왔다. 결국 쟁점은 ‘개인 발언’이었는지 ‘기관 동원’이었는지, 그리고 그 발언이 ‘정책 일반론’인지 ‘선거운동’인지다.

넷째, 위헌성과 위법성의 구별. 대통령 발언처럼 이를 곧바로 “헌법 위반”으로 압축하는 수사는 정치적 메시지로는 명료하지만 법률가의 눈에는 과감하다. 종교단체의 조직적 선거운동은 통상 ‘공직선거법 위반’이 먼저고, 그 위에 정교분리의 헌법 원칙에 대한 잠재적 침해가 문제 된다. 헌법은 ‘행위 유형’을 직접 열거해 금지하지 않는다. 대신 헌법 원칙을 바탕으로 입법이 구체적 금지선(조직·시설·재정의 동원 금지)을 설정한 구조다. 따라서 ‘헌법 위반’이라는 총체적 규정은 법률상 평가를 뛰어넘어야 할 때 신중해야 한다. 반대로, 국가가 종교단체에 정책적 보조금·시설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특정 정파를 우회 지원하는 경우는 헌법적 위헌성이 전면에 등장한다. 정교분리는 쌍방향 원칙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집행의 난관과 선택적 적용의 위험. 수사와 재판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기관 명의’와 ‘개인 의견’의 경계 설정이다. 종교 지도자의 카리스마가 곧 기관의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구조에서, 강단 발언이 어디까지 개인의견인지 가르는 일은 고난도의 사실심이다. 법원은 반복성(지속적 지지 호소), 구체성(후보·정당 실명), 동원성(명부·시설·차량·헌금 활용), 시의성(선거 임박), 전파성(기관 매체 사용) 등의 요소를 종합해 판단해왔다. 문제는 선거가 열릴 때마다 특정 종교·특정 진영만 도마 위에 오르는 ‘선택적 집행’에 대한 의심이 따라붙는다는 점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과 공정성 논란이 동시에 발생한다.

여섯째, 비교법의 단서. 미국은 ‘존슨 수정조항’으로 알려진 연방법상 501(c)(3) 공익법인의 후보 지지·반대를 금지하고, 위반 시 면세 혜택 박탈을 경고한다. 영국도 자선위원회가 선거기탁금·캠페인 참여 관련 세세한 지침을 둔다. 공통점은 ‘이슈 옹호(issue advocacy)’는 넓게 허용하되, ‘후보·정당 지지/반대(explicit endorsement)’는 금지하고, 회계 분리와 투명성을 강하게 요구한다는 점이다. 한국도 공직선거법의 금지선과 더불어 회계 투명성·기관 자원 동원 금지라는 두 축을 정교하게 튜닝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파급효과도 냉정히 봐야 한다. 첫째, 종교계 내부의 분화가 가속될 것이다. 제도권 종교는 제도 내 합법주의로 기울고, 일부 강경 세력은 ‘정교분리=정치적 침묵’으로 받아들여 반발할 수 있다. 둘째, 선거판은 ‘종교발 메시지’의 법적 리스크를 계산에 넣기 시작한다. 음성적 동원, 우회적 코드 언어, 외곽단체의 포장 등 회피 전략이 정교해질 수 있다. 셋째, 법집행기관은 선거 전·중·후로 조사 역량을 배분해야 한다. 광범위한 사전 경고와 가이드라인 제시 없이 사후 처벌만으로는 위축효과와 불신만 키울 것이다.

정책 대안은 명확하다. 첫째, 중앙선관위는 종교단체 전용 ‘선거법 가이드라인’을 현행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강단·법상에서 금지되는 표현의 예시, 기관 매체(주보·주지서신·성가회 공지)의 사용 한계, 종교시설 대관의 중립성 원칙 등을 케이스별로 제시하라. 둘째, ‘기관 자원 동원 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회계 분리와 기록 의무를 정비하되, 순수 종교활동의 자율성은 건드리지 않는 최소규제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 셋째, ‘안전지대(safe harbor)’를 설정하자. 정책 토론회, 공적 윤리 성명, 사회문제에 대한 설교·법문 등 이슈 옹호의 합법 영역을 명시해, 종교계가 공적 담론에서 합법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야 한다. 넷째, 수사·재판 단계에서는 실질 우선 원칙을 견지하되, 표현의 자유 위축을 최소화하는 양형·구제 장치를 병행하라.

대통령의 단호한 문장은 행정부의 집행 의지를 대내외에 선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헌법 위반’이라는 정치적 프레이밍이 자칫 법률상 세부 판단을 집어삼키면, 현장의 판사는 더 많은 증거와 더 높은 설득을 요구할 것이다. 정교분리는 민주공화국의 안전장치다. 그 안전장치는 명확한 금지선과 예측 가능한 집행, 그리고 넓은 표현의 자유 위에 놓일 때 비로소 작동한다. 종교는 침묵을 강요받지 않는다. 다만, 조직과 재정, 시설을 앞세워 선거를 흔드는 순간, 법은 개입한다. 그 선을 정확히 긋는 것이 지금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 서지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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