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토피아2’ 6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 애니메이션이 전하는 변화의 메시지
겨울 극장가의 기대작들이 경쟁하는 박스오피스에서 ‘주토피아2’의 6일 연속 1위 행진은 단순한 흥행 그 이상을 시사한다. 전작이 디즈니의 야심을 말해줬다면, 속편은 그 정체성의 확장과 변주에 무게를 실었다. 개봉과 동시에 전 세대를 겨냥한 가족 관객층의 발길이 이어지며, 식지 않는 ‘주토피아’ 현상을 또 한 번 입증했다.
속편의 강점은 시대를 더욱 예민하게 투영한 메시지에 있다. 1편에서 다양성과 포용, 차별과 협업의 아이러니를 압축적으로 그렸던 감독 바이런 하워드와 리치 무어는 이번 ‘주토피아2’에서 사회적 연대와 성장의 미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토끼 주디와 여우 닉. 이 극한의 이질 조합은 또 한 번 도시 곳곳을 누비며 ‘믿음’이라는 테마를 설계한다. 도시의 풍경은 더 화려해지고, 캐릭터의 사연은 더 깊어졌다. 관객은 도시를 여행하며, 사건을 따라가고, 두 주인공의 내면 긴장까지 세밀하게 감지한다.
올겨울 극장가 전반을 들여다보면, ‘나우 유 씨 미 3’와 같은 라이브 액션 블록버스터의 틈새를 애니메이션이 파고든다는 점이 이채롭다. 틈만 나면 첨단 CG와 화려한 카메라 워크로 무장한 실사 대작의 공세 속에서도 ‘주토피아2’는 가족, 사회적 갈등,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미감과 메시지의 균형으로 견인했다. 최근 박스오피스 추이를 보면, 자극적 현란함보다는, 내러티브와 세계관이 조화된 작품이 관객의 마음을 더 사로잡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후 영화 관람 행태의 변화, OTT 등장과 극장 경험의 차별화라는 측면에서 분석할 때도 시사점이 크다.
경쟁작 ‘나우 유 씨 미 3’는 전작에 비해 비교적 무난하다는 관객 평가를 받고 있다. 매직과 추리의 이색 조합은 처음의 신선함에서는 다소 멀어졌다는 평이 있으나, 시리즈 팬층을 끌어모으며 선방 중이다. 하지만 ‘주토피아2’가 보여주는 폭넓은 세대 포용성, 사회적 이슈의 흡수력, 그리고 매체적 실험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디즈니 픽사의 최근 흐름은 관객을 감성에서 이성으로, 이성에서 사회적 행동으로 이끄는 내러티브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 단순한 감동을 넘어, 아이뿐 아니라 성인들이 더 자주 ‘나’를 투영할 수 있는 인물과 갈등 구조를 제시한다. 예컨대 주디는 시스템의 벽에 늘 좌절하면서도, 다시금 단서를 모으는 집념을 보여준다. 닉은 선입견과 낙인이라는 사회상에서 조금씩 자신을 깨며 진정한 친구로 성장한다. 흥행 기록의 이면에는, 이렇게 쉽게 미끄러질 수 있는 캐릭터 변주와 서사 심화가 자리한다는 점에서 ‘주토피아2’만의 힘을 발견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흥행이 OTT, 스트리밍 시대와 맞물려 ‘극장 경험’에 대한 관객의 갈증을 다시 자극한 데 있다. ‘엘리멘탈’, ‘인사이드 아웃2’ 등 최근 애니메이션 흥행에서 보듯, 대작 실사 영화와 차별된 관람 동기와 감정적 동반자가 지금의 박스오피스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이는 곧 극장가의 지속가능한 미래와 그를 둘러싼 영화 제작 생태계의 변화를 의미한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여전히 유머와 빠른 템포, 상징적 소품의 소환에 능하다. 전작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슬로스’ 캐릭터의 깜짝 등장, 아낌없는 패러디와 장면 전환의 위트는 이번에도 관객의 긴장을 풀고, 공감각적 재미를 극대화한다.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는 서사적 밀도를 더하며, 특히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전편에 비해 깊고 진화했다. 미묘하게 변화하는 도시의 표정, 거리의 빛과 그림자는 이 도시가 현실의 불완전한 공동체와 얼마나 닮았는지 보여준다.
박스오피스 1위의 성적표 너머에는 위로, 상처, 그리고 성장에 대한 성찰이 자리한다. ‘주토피아2’가 OTT 시대에도 독보적 매력을 유지하는 궁극의 비결은, 단순한 영웅담도 아니고, 현란한 액션도 아니다. 각자 다른 존재들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화두, 즉 연대와 이해, 그리고 계속 앞으로 걸어가야 할 이유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주토피아2’의 여정은 영화 속 세상만큼이나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오늘의 인사로 다가온다. 모든 관객의 무의식에 잠들어 있던 “다름을 이해할 용기”라는 메시지가 또 한 번 극장가를 가득 채운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