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發 ‘국회 월담’ 의원 체포 지시, 법치와 민주주의의 위기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의 폭로성 발언이 대한민국 정치권을 강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월담 국회의원들에 대해 ‘다 잡아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보도는 단순한 설화나 오해로 치부하기엔 그 함의가 너무나 중대하다. 만약 이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하는 권력분립 원칙과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의 ‘월담’ 행위 자체의 위법성을 지적하며 대통령의 강경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월담’이라는 행위의 위법성 여부가 아니다. 핵심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입법부 구성원들을 향해 ‘전원 체포’를 직접 지시했다는 행위의 본질적 의미와 그 파괴력에 있다.
헌법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독재와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다. 대통령이 ‘다 잡아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행정부 수반이 경찰이라는 공권력을 동원해 입법부 구성원 전체를 사법적 절차 없이 제압하려 했다는 의혹을 낳는다. 이는 법률에 근거한 적법절차를 무시하고,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 권한을 행정부가 사실상 침해하겠다는 오만한 발상이다. 법치주의는 모든 국민은 물론, 국가기관과 최고 권력자조차 법 앞에 평등하며, 오직 법률에 의해서만 구속된다는 대원칙 위에서 작동한다. 대통령의 ‘다 잡아라’는 지시는 이러한 법치주의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지시치(指示治)’의 망령을 떠올리게 한다. 법의 정신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법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회의원의 신분적 특권인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은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는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의원이 행정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정치적 탄압에 굴하지 않고 소신껏 의정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입법부의 독립성과 권력 견제 기능을 수호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물론 현행범의 경우 체포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대통령이 수십 명의 국회의원 전체를 향해 ‘다 잡아라’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이 특권의 본질적 취지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나아가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와 견제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능마비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위협이다.
또한, 이 사태는 공권력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경찰은 그 어떤 정치적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해야 할 헌법 기관이다. 대통령의 ‘다 잡아라’ 지시는 경찰로 하여금 법적 판단이나 적법절차 준수 대신, 오직 권력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는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키려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는 경찰 조직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법 집행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공권력이 휘둘린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오고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은 허울로 변질될 것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고 지도자의 언행은 더욱 신중하고 절제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은 특정 세력을 찍어 누르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든 국민과 모든 권력이 따라야 할 보편적 가치이자 시스템이다. ‘월담’이라는 행위의 시시비비를 넘어, 대통령의 ‘다 잡아라’ 지시가 갖는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권력의 오만함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재현되려 한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대통령은 대한민국 헌법 수호의 최종 책임자이며, 모든 국정 운영의 준거점은 헌법이 되어야 한다. 설령 국회의원들의 행동이 불쾌하고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다 하더라도, 그 해법은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찾아야 한다. 공권력을 이용한 비합법적이고 즉흥적인 압력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고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독이 될 뿐이다. 이제 대통령은 이 발언이 사실인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만약 사실이라면 그 의도와 배경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헌법 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가 최고 권력에 대한 불신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회복하기 어려운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 강민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