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단타 놀이터’ 오명 벗고 혁신 성장 마켓으로 거듭나야

최근 한 언론 기사에서 ‘테슬라도 한국 기업이면 망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코스닥 시장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는 코스닥 시장이 혁신 기업의 요람이 아닌,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단타 놀이터’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는 이러한 비판이 단순한 감정이 아님을 명확히 증명한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코스닥 시장의 일평균 거래 회전율은 유가증권시장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개인 투자자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이는 나스닥(NASDAQ) 등 선진 성장 시장에서 기관 투자자의 역할이 절대적인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투자의 단기화 경향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훼손하고, 본질적인 가치 평가를 어렵게 만드는 핵심 요인이다.

코스닥 시장이 이처럼 단기 투기성 자금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게 된 원인은 복합적이다. 첫째, 개인 투자자의 압도적인 비중은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테마주, 작전주 등의 단기 급등락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펀더멘털보다는 뉴스나 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주가가 과도하게 움직이는 현상이 빈번하다. 둘째, 기관 투자자, 특히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 성향의 기관들의 코스닥 참여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기관 투자자는 기업의 가치를 심층 분석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집행하여 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고 기업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경우, 대형 우량주 중심의 유가증권시장 대비 정보 접근성, 기업 투명성, 유동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기관 투자자의 유입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셋째, 기업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및 소액 주주 보호 미흡 문제 역시 기관 투자자들에게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높은 오너 리스크나 불합리한 경영 결정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을 저해하며,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불신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시장 구조는 혁신 기업의 성장과 국가 경제의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구개발(R&D)에 막대한 투자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바이오, 인공지능(AI), 시스템 반도체 등 첨단 기술 기업들은 단기적인 시장의 평가에 흔들려 본연의 혁신 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 나스닥에 상장된 수많은 기술 기업들이 수년간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장기적 가치’를 중시하는 투자 문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반면 코스닥에서는 단기 실적 압박으로 인해 기술 개발보다는 단기 매출 증대나 주가 부양책에 매달리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는 결국 잠재력 있는 혁신 기업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코스닥 시장의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본연의 성장 시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정책 당국은 기관 투자자의 코스닥 시장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 확대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 코스닥 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IR(Investor Relations) 지원 강화,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적용을 통한 기관 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활동 독려 등이 논의되어야 한다. 일본의 도쿄증권거래소가 성장 기업 육성을 위해 ‘그로스 시장(Growth Market)’을 재편하고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강제하며 장기 투자 유치를 꾀하는 전략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동시에 기업들 스스로도 투명하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장기적인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단순히 단기적인 주가 부양에만 집중하기보다는, 핵심 기술 개발, 시장 확대 전략, 그리고 사회적 책임 이행 등 본질적인 기업 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 이를 통해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 개인 투자자들조차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 성장’에 동참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헬스케어 분야의 한 혁신 기업은 상장 초기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잦은 주가 변동에 시달렸으나, 꾸준한 R&D 성과 발표와 투명한 경영 정보 공개를 통해 점진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이는 기업의 자율적 노력이 시장의 평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시장 인프라 측면에서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 비합리적인 주가 조작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강화, 불성실 공시 법인에 대한 제재 강화 등을 통해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불공정 거래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투자자들이 기업의 본질 가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세제 시스템 역시 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정 기간 이상 보유한 주식에 대한 세제 혜택 부여 등은 단기 매매 유인을 줄이고 장기적인 시각을 장려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론적으로, 코스닥 시장이 단순히 ‘단타 놀이터’라는 오명을 벗고 대한민국 혁신 성장의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 기관 투자자의 책임 있는 역할,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 노력, 그리고 개인 투자자의 합리적인 판단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재의 단기 투기성 시장 구조를 장기적 가치 투자 시장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금융 시장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대한 과제다. 2025년 12월 현재,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코스닥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당면 과제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박서영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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