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의 증언 거부: 사법 정의와 행정부 책임의 구조적 충돌

지난 12월 2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을 거부한 사건은 대한민국 권력 구조의 심층적 문제점을 드러내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 총리는 증언 거부의 이유로 “내 재판에 영향 우려”를 명시했으며, 이는 단순한 개인적 법률 전략을 넘어 국가 행정부 최고위직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대응 방식과 그 파급 효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행태는 법치주의의 본질과 고위 공직자의 공적 책임 범위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형사소송법 제148조는 피고인의 친족 등 특정 관계인에게 증언 거부권을 부여하거나, 증언이 증인 본인이나 특정 친족에게 불이익한 진술이 될 경우 진술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한 총리가 윤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상황에서,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를 이유로 증언 자체를 거부한 것은 통상적인 증언 거부권 행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일반적인 경우, 증인은 법정에 출석하여 선서한 후, 자신에게 불이익한 질문에 대해 개별적으로 진술을 거부하는 방식을 취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아예 증언대에 서기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사법부의 증인 소환 명령에 대한 행정부 최고위 인사의 응대 방식이라는 구조적인 함의를 내포한다. 이는 사법 정의 실현을 위한 증인의 의무와 개인의 법적 방어권 사이의 복잡한 충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행정부 최고 책임자가 사법부의 판단 대상이 된 국가원수 관련 사건에 대해 ‘자신의 사법적 이해관계’를 이유로 협조를 거부했다는 점이다. 이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과 그 최측근인 총리의 관계가 단순한 정치적 동반자를 넘어 법률적 책임의 영역에서 서로 얽혀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만약 한 총리가 우려하는 ‘자신의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특정 사건을 의미한다면, 이는 윤 대통령 관련 재판의 사실 관계가 한 총리 본인의 법적 책임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더 나아가, 이는 사법 시스템이 이들 고위직의 연루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깊이 파고들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이 이를 어떻게 방어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개인적인 법적 문제를 넘어, 행정부 권력의 내부 역학관계와 사법적 책임 소재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이러한 행태는 권력 분립의 원칙과 행정부의 투명성 및 책임성이라는 측면에서 심각한 질문을 던진다. 사법부의 판단 과정에 행정부 고위직이 협조를 거부하는 것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수 있다. 특히 일반 국민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내 재판 영향 우려’라는 명분으로 공적 의무를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할 여지가 크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법적 방어권을 넘어, 국가 최고위층이 사법적 책임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잠재적 불이익을 이유로 국가적 중요 사안에 대한 사법적 진실 규명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다른 고위 공직자들에게도 유사한 대응의 선례를 제공하여, 미래 사법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한다.

과거에도 고위 공직자들이 사법부의 요구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로 응답을 회피하거나 제한하려는 시도는 있어왔다. 그러나 이번 한 총리의 사례는 현직 총리가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중대 재판에서 ‘자신의 재판’을 이유로 증언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감이 다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법적 방어 전략을 넘어, 행정부 내부의 복잡한 권력 관계와 사법적 책임의 연루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최고위 권력자들이 사법적 조사 및 심판 과정에 대해 보이는 태도는 국가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과 민주적 통제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투명하지 못한 과정은 결국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고위 공직자들이 직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며, 동시에 공적 책임을 다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에서 찾을 수 있다. 한 총리의 증언 거부는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개인의 법적 안전’을 우선시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이 가져올 수 있는 제도적 파열음은 작지 않다. 사법 시스템은 증인의 협조 없이는 진실 규명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고위 공직자들의 협조 거부는 곧 진실 은폐 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법치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를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로 귀결될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사법적 책임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법적 절차의 틈을 이용하려 할 때, 이는 결국 민주적 통치 시스템의 기반을 약화시키고 국민적 불만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한덕수 총리의 증언 거부 사건은 개인의 법적 방어권이라는 프레임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대한민국 권력 구조의 본질적인 취약성을 드러낸다. 최고위 공직자가 자신의 사법적 이해관계를 공적 책임보다 우선시하는 행태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행정부의 투명성과 책임성 원칙에 대한 도전이며, 사법 정의 실현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사건은 향후 고위 공직자의 사법적 책임 범위와 공적 의무 사이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나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제도적 논의를 촉발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한 번의 증언 거부 사태를 넘어, 국가 운영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적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행정부의 최고위 인사들이 법치주의와 공적 책임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원론적 질문에 다시 직면하게 된다.

— 유상민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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