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기사’ 징역형 판결, 취재윤리의 붕괴와 선거의 어두운 그림자

건강한 민주주의의 본질은 사실에 기초한 정보 전달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2024년 총선을 앞두고 터진 총선 후보자 비리 의혹 허위보도 사건은, 언론의 본질적인 책무가 어떻게 정치적 무기로 전락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 기자에게 내려진 무거운 형벌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적 부조리와 공동체 신뢰 붕괴의 경고 신호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의 힘은 법적 감시조차 무력화할 정도로 크다. 익명 제보와 내부 고발을 바탕으로 한 심층취재가 진실을 드러내는 본연의 역할 대신, 확인 절차 없는 일방적인 폭로로 둔갑할 때 그 파급력은 여론 조작과 다름이 없어진다. 이번 판결은 기자 개인의 잘못에만 초점을 맞추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 언론생태계에 만연한 속보 경쟁, 검증 부실, 출입처와의 유착 그리고 극심한 정파성까지 전반의 위험신호를 묵직하게 두드린다.

최근 몇 년간 선거철마다 부풀려진 의혹 기사, 유통 경로조차 불분명한 명예훼손성 보도가 반복됐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자 ‘쪽지 연루 의혹’ 보도, 2016년 총선의 ‘녹취 조작’ 파문, 심지어 기초단체장 선거에서까지 위조 증거에 의존한 과장 기사가 빈번했다. 이는 언론이 진실에 봉사하는 역할보다 정쟁의 하수인으로 내몰리는 구조적 병리 현상의 표본이다. 단언컨대, 비단 개별 기자나 소수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규제, 검증부서, 데스크, 출입처 관행 전체가 부실점검이라는 거대한 사슬로 엮여 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검증 절차의 사실상 실종’이다. 정식 취재를 통한 관련자 진술 확보나 이중 교차 확인, 문서 및 수사 자료 대조 등 기본 중의 기본을 생략한 채, 특정 제보자의 일방 진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기사화한 전형적 ‘확증편향 저널리즘’이었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언론이 스스로 권력의 중립자임을 망각하고 편파적 선전 도구로 전략할 위험성이 극대화된 순간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기자 개인의 의도’를 넘어 언론시스템의 총체적 난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 윤리 규정은 명확하다. 팩트 확인 불가 또는 증거 미비 시 보도를 유보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실무 현장에서는 기사 속보 압박, 조회수 경쟁, 정치 세력과의 암묵적 거래, 검찰·경찰 출입처의 정보 유착 등 악순환이 만연하다. ‘경쟁이 임계치를 넘어서면 반드시 균열이 온다’는 불문율처럼, 허위기사 사태는 예고된 구조적 실패였다.

한편, 정치권 역시 언론과 위험한 밀착의 책임을 비껴가기 어렵다. ‘의혹 제기→언론 보도→정치 공세→수사 의뢰’라는 공식이 반복되는 한, 허위·과장 보도가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언론사 내부고발 시스템 부재, 양심적 기자의 입지 협소, 데스크의 만연한 안이함 등, 언론 환경 전체에 대한 심층 개혁이 절실함을 시사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잘못된 정보가 오랜 시간 인터넷과 SNS에 남아 유권자 판단을 영구적으로 왜곡한다는 점이다. 단기간 내 해명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사회 전체의 신뢰 회복은 미지수다. 이 과정에서 ‘진실’은 외면받고, 시민들은 섬뜩한 무력감과 분노만을 체험한다. 이처럼 허위 정보의 파편이 던지는 사회적 비용은 보도를 한 개인에만 전가시킬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책은 언론 내부의 강력한 진상조사와 정직성 회복에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는 물론 각 언론사의 자체 감찰 부서 구축, 취재윤리 교육 강화, 소수 내부고발자 보호장치 마련 등이 즉각 필요하다. 선거 직후가 아닌 상시 감시 체계, 자정 노력이 병행될 때만이 허위정보의 그늘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언론과 정치권 모두 책임 공방을 멈추고, 구조적 관행을 근본부터 성찰하는 성숙한 자세가 절실하다.

정치와 언론의 불순혼합이 더 이상 국민을 향한 ‘공공의 적’처럼 인식되지 않으려면, 정보의 출처와 경로, 검증 과정에 투명성을 높이고, 의혹 제기 자체가 아닌 ‘진실 규명’에 집중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번 판결이 근본 개혁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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