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70원대 재진입, 고환율 장기화 속 경제 안정화 시급
2025년 12월 2일, 원/달러 환율이 1.1원 오른 1471.0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수치다. 지난 10월 한때 1480원대를 돌파했던 환율이 145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다시 1470원대로 올라선 상황은 경계심을 높인다. 이 같은 고환율 기조는 단순히 단기적인 변동성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고환율 기조는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우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가장 큰 축이다. 견조한 미국 고용 지표와 여전히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준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는 달러 강세를 유발하며,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더 높게, 더 오래(Higher for Longer)’라는 연준의 스탠스는 글로벌 투자 자금을 달러화 자산으로 집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맞물려 신흥국 통화에 전반적인 약세 압력을 가하고 있다.
국내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경제는 여전히 무역수지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기대되지만, 국제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불안정성과 주요국 경기 둔화는 수출 증가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중동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는 국제 유가 변동성을 심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은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를 키우고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의 취약한 대외 의존도와 경상수지 흐름에 대한 불안감은 환율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고질적인 문제로 작용한다.
고환율은 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첫째, 물가 상승 압력이다. 수입 물가 상승은 생산자 물가에 이어 소비자 물가로 전이되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이는 내수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고물가로 고통받는 서민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둘째, 기업 경영 환경 악화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생산 비용이 증가하며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특히 외화 부채가 많은 기업들은 환차손 위험에 노출된다. 이는 재무 건전성을 해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수출 기업 중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부는 단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으나, 전반적인 글로벌 수요 둔화와 맞물려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은 원자재 수급과 환헤지(환위험 회피) 역량 부족으로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 시장 안정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은 물론, 필요한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은 외환보유액 감소와 같은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한계가 명확하다. 한국은행은 고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국내 경기 상황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정책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금리 인상은 환율 방어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경기와 가계 부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반대로 금리 동결은 환율 방어에 소극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다.
중도 보수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상황에서 정부가 집중해야 할 것은 두 가지다. 첫째, 재정 건전성 확보를 통한 대외 신인도 유지다. 예측 가능한 정책과 안정적인 재정 운용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제공하며, 이는 원화 가치 안정에 기여하는 핵심 요소다. 불확실한 대외 여건 속에서 국가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둘째, 수출 경쟁력 강화 및 신성장 동력 확보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첨단 기술 및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을 통해 경제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외 충격 흡수 능력을 키우는 길이자, 환율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근본적인 방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고환율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부분적으로 타당성이 있으나, 제한적인 관점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위축이 동반되는 상황에서는 환율 효과가 상쇄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높아진 수입 원자재 비용이 생산 단가를 끌어올려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1400원 중반대의 환율이 지속될 경우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함께 물가 상승 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다. 일부 금융 기관들은 연말까지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1400원대 후반에서 1500원대 초반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시각에서는 미국 연준의 피벗(Pivot) 시점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는 점진적 안정화를 찾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달러 강세 요인이 더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고환율은 단순한 시장 변동성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미국 연준의 긴축 장기화와 불확실한 국제 정세, 국내 경제의 취약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단기적인 시장 개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과 대외 신인도 제고에 힘써야 한다.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과 함께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단단한 경제 펀더멘털 구축만이 대외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고환율 압력에서 벗어나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경제 안정을 위한 냉철한 상황 인식과 선제적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