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지킨 예산안 기한, 효율화 논란과 집권여당 전략의 명암

내년도 727조 9,000억 원 규모의 국가 예산안이 5년 만에 본회의 법정기한 내에 통과됐다. 오랜만의 기한 준수라는 상징성만큼이나, 올해 예산 심의 과정은 국민경제 전반과 정부 정책 추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예산안 협의의 배경에는 여야의 첨예한 대립, 민생경제와 중장기 국가 재정 건전성의 현실, 정치권의 전략적 고민이 동시에 녹아들어있다.

이번 예산은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을 모두 고려한 절충의 산물로 평가된다. 최근까지 여야는 청년·서민 주거·복지 예산 확대와 에너지·바이오산업 지원 강화, 방산·IT 등 전략산업 육성을 중점 논쟁 대상으로 삼았다. 정부는 글로벌 경기 침체,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선별적 지원과 효율적 예산 구조조정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초체력 약화 없이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균형을 잡는 것이 올해 예산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번 예산의 핵심 특징은 자연증가분을 최소화하면서 주요 복지 및 산업 예산을 압축적으로 재편한 데 있다. 특히 지난 4년간 작지 않은 증가세를 보였던 복지예산은 비효율 항목 위주로 일부 조정됐고, 민간참여 확대형 일자리 프로그램은 신규기획보다 기존 사업 유지에 방점이 찍혔다. 정부당국자는 “예산 적정 규모 유지와 분야별 투자 재배치로 안정적 성장 경로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산안 통과를 둘러싸고 정치권 내외부의 공방도 적지 않다. 야권은 사회안전망의 확충 및 지역균형발전 사업 등 주요 항목에서 일부 삭감이 이뤄진 것에 유감을 표했다. 특히 최근 지방재정의 어려움, 농어촌 복지 사각지대 문제 등 현장의 반발도 감지된다. 반면, 여권은 “재정 만능주의의 폐해를 지양해야 한다”며 건전성·책임성 강화를 재차 부각했다. 여야 모두 내년 총선을 앞둔 셈법에 따라 고용·주거·교육 등 민심 이슈를 예산안 각론에 적극 반영했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들은 법정 기한 내 예산안 처리가 국가 정책 연속성, 사회 혼란 최소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강준영 교수는 “기한 준수만으로 재정정책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국회 책무 성실 이행이라는 점에서 일정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예산 편성 초기부터 국회와 꾸준히 소통하며 현장 목소리를 접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규모 국가채무와 향후 재정 부담은 여전하다. 국가채무가 1,150조 원을 상회할 전망이어서, 국제신용평가 기관과 글로벌 투자자들도 한국의 중장기 재정 건전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당국은 “고령화·저출산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지출의 효율화와 신성장동력 확보가 필수”라며, 예산운영의 엄정성과 정책집행 투명성 확보를 약속했다.

결국 이번 예산안 통과는 정치와 경제, 행정의 교차점에서 국가 운영 철학과 전략의 갈등이 드러난 한 해의 결정적 장면이다. 재정의 출발점인 예산 관리가 거대 담론에 휘둘리지 않고, 각 부처와 지방정부, 실수요자들의 현장성과도 조화롭게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법정 기한 준수가 상징하는 책임정치, 그리고 내년 총선을 앞둔 현실 정치의 역학이 다시 한 번 부각되는 시점이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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