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C 재정전환, 누가 비용을 내고 누가 이익을 챙기는가

GTX-C의 재정사업 전환 가능성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시장은 반색하고, 역세권은 들썩인다. 그러나 환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누구의 돈으로 건설하고, 그 이익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수십조 원대 초대형 SOC를 둘러싼 구조는 언제나 ‘공공의 위험, 사적의 이익’이라는 고질적 공식으로 귀결돼 왔다. 이번에도 다를 이유는 없다.

추적 타임라인을 복기한다. 2010년대 초 거론된 GTX 구상은 저금리 시대의 민자사업 기대를 타고 급팽창했다. A·B·C 노선이 줄줄이 계획에 올랐고, C노선은 민자 방식 중심으로 설계됐다. 2020~2021년 저금리와 부동산 랠리가 결합하면서 역세권 프리미엄이 과열됐고, 민자 컨소시엄은 낮은 조달비용을 전제로 사업성을 그렸다. 2022년 금리 급등과 건설원가 폭등이 현실을 바꿨다. PF 시장이 흔들렸고, 공사비는 치솟았으며, 민간조달의 허리가 꺾였다. 2024년 이후 정부는 속도전을 내세웠고, ‘재정사업 전환’ 카드가 수면 위로 올랐다. 정치권은 선거를 앞두고 속도와 체감효과를 외쳤다. 여기까지가 배경이다.

재정전환은 마법지팡이가 아니다. 조달금리와 위험 프리미엄을 낮춰 착공과 공정 관리를 매끄럽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대가로 공사비 리스크, 지반·안전 리스크, 지연 리스크가 통째로 국민 세금으로 귀속된다. PPP에서 금지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은 사라졌지만, 역세권 개발권과 부대사업을 통한 ‘우회 보전’은 여전히 유효하다. 재정으로 건설하고, 개발이익은 민간 SPV와 토지 소유자가 가져가는 구조라면, 이름만 바뀐 보전이다.

건설 카르텔의 먹잇감이 될 공백도 크다. 대심도 TBM 공법, 기존선 교차부, 한강·하저 구간 등 난공정은 표준원가 산정이 어렵다. 이 틈을 타 공사비 증액과 설계변경이 반복된다. 설계·시공·감리를 사실상 동일 그룹이 틀어쥐는 ‘그림자 내부거래’는 이미 여러 사업에서 목격됐다. 예산은 불어나고, 비용 통제는 흐려진다. 재정전환이 진짜 속도전이 되려면, 원가 공개·설계 내역서 공개·변경 사유 공개를 의무화하고, 분할 발주와 독립 감리를 통해 담장을 세워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GTX 호재는 집값을 ‘즉시’ 올려줄 만능열쇠가 아니다. 신설역 위치와 출구, 환승 동선, 심도, 공정률에 따라 생활 편익의 체감도는 극명히 갈린다. 이번 사이클에서 주의할 지점은 세 가지다. 첫째, 행정 단계다. 예타·타당성 재조사·기본계획 변경·실시설계·보상착공·본공사 발주 중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라. ‘재정전환 가능성’은 말 그대로 가능성이다. 둘째, 역 위치의 확정성이다. 지자체 요구와 민원, 구조물 간섭으로 100~300m 이동은 흔하다. 기대하던 도보권이 차량권으로 바뀌는 순간 프리미엄은 증발한다. 셋째, 난공정 구간이다. 심도 50m급 대심도, 하저, 문화재, 기존선 하부 통과는 공정 지연과 비용 폭탄을 동반한다. 이 구간 인접지는 일정 변동 위험이 높다.

정치의 시간표와 공사의 시간표가 다르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선거는 날짜가 확정되지만, 지반과 터널은 일정이 없다. 진실의 시간은 현장에 있다. 굴착률, TBM 도달률, 지보공 설치량, 콘티젼시 집행률 같은 하드 데이터 없이 낙관을 말하는 것은 투자 아닌 도박이다. ‘착공식’은 정치 이벤트일 뿐이고, 안전진단과 승인, 보상과 민원 조정이 끝나야 실제 공사가 달린다.

핵심은 재정전환의 조건부 허용이다. 속도를 이유로 공공성을 비우는 순간, GTX는 또 한 번의 특혜 플랫폼으로 전락한다.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장치들을 적시한다. 1) 전구간 원가·입찰·설계 변경 내역 전면 공개. 2) 역세권 복합개발 이익의 최소 50% 이상 공공환수: 토지임대부·지분참여형 개발로 현금흐름을 공공으로 귀속. 3) 요금정책의 사회적 합의: 특급요금·환승할인 기준과 저소득·청년 통근패스 도입. 4) PF·대주단 구조 공개: 2금융권·증권사 유동화 비중을 밝히고, 위험 이전 경로를 차단. 5) 안전·품질 KPI 연동 지급: 지연과 결함에는 강력한 페널티, 조기·무사고에는 보너스.

부동산 소비자에게 드리는 경고는 분명하다. 호재 뉴스에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체크리스트를 통과시켜라. – 해당 역의 실시설계 낙찰 여부, 토지보상 공고 여부, 환승 동선 확정 도면. – 공사 난이도와 공정 병목 구간, 주공정의 발주 방식(TBM/NATM/개착)과 장비 투입 계획. – 주변 공급 물량과 분양가 상한·후분양 가능성. 임대수익과 거주 편익이 숫자로 설명되지 않으면 ‘호재’는 허상이다.

세금은 공공성을 위해 쓰여야 한다. 재정전환의 논리는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더 공정하게’여야 한다. 더 빨리만 외치며 비용과 이익을 비공개로 묻으면, 그 날렵함은 로비의 속도일 뿐이다. 더 안전하게만 외치며 비용통제를 풀면, 그 안전망은 국민 지갑이다. 더 공정하게를 위해 우리는 지금 요구한다. 원가를 열고, 도면을 열고, 계약을 열라. 개발이익을 사유화하지 말고, 통근권을 공공의 권리로 복원하라.

정권은 늘 대형 SOC로 경기부양의 유혹을 받는다. 그러나 부양은 단기, 부채는 장기다. GTX-C의 성공은 터널을 얼마나 깊게 파느냐가 아니라, 구조적 특혜를 얼마나 얕게 줄이느냐에 달려 있다. 속도는 수단이고, 투명성은 조건이며, 환수는 결과다. 이 세 박자를 맞추지 못한다면, 재정전환은 ‘속도전’이 아니라 ‘세금전’이 된다.

감시 로드맵을 제시한다. ① 노선별 공정률·원가 집행률 월별 공개 ② 역세권 개발 SPC 주주·출자 구조 공개 ③ 설계변경 사유 및 증액 내역 데이터베이스 구축 ④ PF 익스포저와 대주단 명단 공개 ⑤ 요금·운영 위수탁 계약 초안 공개. 언론과 시민이 들여다볼 수 있어야 권력과 자본의 야합을 예방할 수 있다. GTX-C는 교통혁신이어야지, 개발특혜의 신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숫자와 문서, 그리고 책임자 이름이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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