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의 기후 라이브: 블랙핑크와 콜드플레이, 음악이 묻는 또 다른 질문
“마지막엔 무엇이 남을까.”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마지막 순간, 무대 위의 네 명은 객석을 바라본다. 관객들은 수십만 개의 스마트폰 조명과 함성으로 광장을 뒤덮는다. 하지만 그 휘황찬란한 밤 뒤에 남겨진 것은 탄소 발자국, 대형 쓰레기, 그리고 거대한 이동과 집합이 남기는 환경적 압력이다. 2023년 K-POP이 묻기 시작한 근본적 질문이다.
최근 블랙핑크와 콜드플레이가 각각 환경을 고려한 스타일로 ‘기후콘서트’를 선보이면서 대중음악계에 미묘한 균열이 일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국회 차원에서는 이미 ‘K-POP 기후콘서트 확산 방안’이 본격 논의 단계에 들어섰다. 산업적 측면에서 이 논의는 단순히 공연방식을 바꾸자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한류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개의 공연이 세계 시청자들 앞에서 교차하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2022~2023년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투어에서 최초로 “지속가능 콘서트”를 시도했다. 관객의 움직임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피에조 플로어’, 에너지 절감 장비, 플라스틱 소모 최소화, 수익금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하는 구조까지 체계화했다. 블랙핑크도 파리, 런던, 서울 등 각국 월드투어에서 환경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의 시도는 음악이 곧 책임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기후콘서트’의 공통점은 단순한 친환경 슬로건을 넘어 제작 시스템 전체의 재구성에 있다. 톱 아티스트의 가치는 입장권 판매, 굿즈 제작, 방대한 이동 및 물류까지 대규모 탄소 방출과 연결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사안 또한 K-POP 산업계 전반에 걸친 친환경 이행 촉구에 가깝다. 환경부와 문체부는 물론, 주요 기획사 관계자들이 초대된 이번 토론회에는 “팬덤이 직접 참여하는 에코 굿즈 인증제”, “탄소 감축투명성 평가지표 도입”, “글로벌 공연 동시 온라인 생중계 의무화” 등 구체적 제안이 연달아 나왔다. 이는 한때 기획사 내부 의례 수준에 머물렀던 ‘환경 캠페인’을 진정한 산업적 구조 변혁으로 확장하겠다는 본격적 신호다.
물론 이러한 시도에는 자본과 인기, 그리고 윤리라는 복잡한 삼중주가 기다린다. 환경을 선포하더라도 실질적으로 감소하는 탄소량, 비싼 친환경 장비 도입 부담, 그리고 공연장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버려진 응원봉 등의 문제는 손쉽게 풀리지 않는다. BTS, 세븐틴 등 다른 대형 K-POP 그룹들, 그리고 미국, 일본의 팝 산업계 역시 아직은 시범적 도입에 머물고 있다.
공연 현장의 변화는 관객에게도 새 책임을 제시한다. ‘주체적 팬덤’은 이제 온라인에서의 성공적인 스트리밍, 응원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일회용품 감축, 친환경 교통 이용 등으로 계속된다. 끊임없이 “함께”를 외치는 K-POP 브랜드의 본질이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될 순간이다. 콜드플레이와 블랙핑크의 실천 뒤에는 동시대를 사는 이들의 가치 질문이 숨어 있다.
소속사와 정부, 그리고 아티스트가 모색하는 협업 방식에도 의미가 있다. 산업 생태계주는 ‘팬과 스타’를 넘어서, 지구라는 커다란 무대를 함께 지켜야 하는 동역자임을 선언한다. 기술적 도전, 제도적 지원, 그리고 표현 방식의 혁신,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하지만 K-POP 기후콘서트는 산업의 관성에 한 번쯤 균열을 내고, 세계 대중예술의 언어와 책임에 또 하나의 청사진을 더하는 실험이다.
공연은 끝나도, 질문은 남는다. 음악은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 아니, 변화가 음악을 이끌까? 블랙핑크와 콜드플레이가 남긴 무대 뒤 첫 장면, 그리고 K-POP 산업이 다시 쓸 다음 페이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 흐름의 중심에서, 세계 어디선가 거대한 콘서트 조명이 꺼진 그 밤, ‘함께 살아가는 삶’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그러나 가장 현대적인 목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 한도훈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