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사태 1년, ‘국회 기념’의 이면… 국정 동력 회복은 요원한가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보인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도로 국회에서 열린 ‘계엄 현장 시민 참여 행사’는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회복을 자축하는 자리였으나, 그 이면에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정치적 갈등의 골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 운영의 한 축인 행정부와 대통령실은 해당 행사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국정 동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이는 향후 국정 운영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서 “국민이 든 응원봉이 민주주의를 지킨 회초리였다”며 시민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정치권 일각과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행사가 특정 정치 세력의 ‘승리 서사’를 강화하고, 국론 분열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편 가르기와 정치적 공세의 소재로 활용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갈등을 기념할 때가 아니라,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행정부의 현재 상황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계엄 사태 이후 1년간 우리 정치는 극심한 대치 국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핵심 국정 과제 관련 법안들을 번번이 가로막았고,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같은 행정부 운영의 근간이 되는 사안들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역시 법정 시한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책 집행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은 “국회와의 협의 없이는 단 한 줄의 정책도 현실화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치적 대립이 격화될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국회 행사는 이러한 교착 상태를 더욱 고착화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야권은 계엄 사태를 ‘헌정 유린’으로 규정하고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이를 ‘과거의 불행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사건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는 한, 협치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특히 국회의장이 직접 나서서 특정 시각을 대변하는 ‘도슨트’ 역할을 자처한 것은,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중립적인 중재자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결국 관건은 국정 운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대통령실이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에 달려 있다. 정치적 상징 과잉의 시대에 정작 중요한 민생 경제 회복, 연금 개혁, 저출산 대응과 같은 국가 미래 과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갈등을 동력으로 삼는 정치가 아닌, 통합과 실용의 정치를 통해 국정 동력을 회복하고 국민적 신뢰를 다시 쌓는 과정이 절실하다. 계엄 사태 1주년을 맞는 현시점은, 과거의 상처를 되새기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의 행정부와 정치권 모두에게 국정 운영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 박지호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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