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종교재단 해산’ 카드, 판도라의 상자를 열다: 구원인가, 정치 보복의 서막인가?
이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종교재단 해산 검토’라는 폭탄을 던졌다. 표면적으로는 특정 종교단체, 즉 통일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파장은 한국 사회의 가장 민감한 환부인 정교(政敎) 유착의 역사를 정면으로 관통한다. 이는 단순히 한 종교단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문제를 넘어, 국가 권력이 종교의 자유라는 절대적 가치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제기한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사회 정의 구현을 위한 결단인가, 아니면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될 위험한 칼날인가.
법적 잣대부터 들이대 보자. 현행 민법 제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 주무관청이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대통령의 발언은 이 조항에 근거한다. 그러나 이 법의 칼날은 지금껏 잠들어 있었다. 특정 종교재단이 일으킨 사회적 물의가 끊이지 않았음에도,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는 기준의 모호성과 ‘종교 탄압’이라는 역풍에 대한 우려로 정부는 소극적 태도를 유지해왔다. 수십 년간 쌓여온 피해자들의 눈물과 내부고발자들의 절규는 거대한 조직의 방벽과 정치권의 비호 아래 번번이 묵살됐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 견고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우리는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아베 신조 전 총리 피살 사건 이후, 일본 사회는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 관계를 민낯 그대로 목도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조직적 헌금 강요, 가정 파괴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결국 일본 정부는 법원에 통일교 해산명령을 청구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는 피해자 구제와 사회적 병폐 척결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진행됐다. 이 대통령의 구상 역시 일본 모델을 좇는 것으로 보인다. 즉, 사회적 해악이 명백한 사이비 종교의 폐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논리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첫째, 정치적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왜 하필 지금인가? 대통령과 정부가 지지율 하락 등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특정 집단을 ‘공공의 적’으로 상정해 국면을 전환하려 했던 시도는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다. 이번 ‘종교재단 해산’ 카드가 통일교라는 특정 단체를 넘어, 정부에 비판적인 다른 종교계 전반을 위축시키려는 의도는 없는지 경계해야 한다. 권력의 칼은 한번 뽑히면 본래의 목표물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도 진보적 시각에서 가장 우려되는 지점이다.
둘째, 법적 기준의 자의적 해석 가능성이다. ‘정치 개입’과 ‘공익 저해’라는 개념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수 있다. 특정 종교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어디까지 ‘정치 개입’으로 볼 것인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성명이나 낙선 운동 역시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는가?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통일교 문제 해결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국가가 모든 종교단체의 목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셋째, 내부고발 및 피해자 보호 시스템의 부재다. 종교재단의 해산을 이끌어낼 결정적 증거는 결국 내부의 목소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신앙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당하고 고통받은 피해자들과, 양심의 가책으로 조직의 비리를 외부에 알리려는 내부고발자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신변 보호, 법률 및 심리 지원, 그리고 경제적 자립을 돕는 체계적인 시스템 없이, 섣부른 해산 절차 착수는 오히려 이들을 더 깊은 위험으로 내몰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사회 부조리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적 해법이다.
결론적으로, 이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정교유착이라는 오랜 병폐를 도려낼 기회인 동시에, 국가 권력의 남용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힐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열쇠는 ‘투명성’과 ‘피해자 중심주의’에 있다. 특정 단체를 겨냥한 정치적 쇼가 아니라, 모든 종교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강화하고, 비상식적인 헌금 강요나 인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법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철저히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이 칼을 뽑아 든 이상, 목표는 암세포의 정밀한 제거여야지, 건강한 세포까지 파괴하는 무분별한 난도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은 이제 시민 사회와 언론의 몫으로 남았다.
— 송예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