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아동권리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며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2025~2029년)’은 기존의 돌봄, 교육, 건강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 아동의 권리 증진을 본격적으로 논의한 최초의 국가 정책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디지털 환경이 아동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지금,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 정책은 상당히 늦은 감이 있지만,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임에는 분명하다.

계획에 따르면, 복지부는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 온라인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안전한 디지털 사용 환경 구축 등 다양한 권리 증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제한하거나, 유해 사이트 차단과 같은 기존 ‘통제’ 위주의 접근에서 벗어나, 아동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디지털 역량을 기르고 스스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학부모와 청소년, 교사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중독에 허덕이는 일부 아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건 “금지”가 아니라 올바른 “이해와 선택”이라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온다.

유엔아동권리협약(UNCRC)에서도 최근 ‘아동의 디지털 환경 권리’에 대한 별도 일반논평을 내면서, 정보 접근과 발언의 자유, 온라인상에서 존중받을 권리에 특별한 주목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주요 아동단체, 청소년참여기구 등도 이미 지난해부터 온라인상 차별과 혐오, 개인정보 유출, 디지털 불평등 등 현실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번 정책이 현실화되면, 정책 논의 수준에 머물렀던 아동의 디지털권이 우리 사회 전반의 의제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생활의 사례를 들여다본다면, 디지털 격차는 불평등의 새로운 출발선이 되었다. 저소득 가정 아동이 속도나 성능이 떨어지는 기기로 온라인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외국계 플랫폼 기업에서 노출되는 개인정보 위험, 온라인 상의 혐오나 괴롭힘 등 다양한 문제가 꼬리를 문다. 이에 대해 IT업계에서는 ‘아동 친화 알고리즘’, 데이터 최소 수집 정책 등을 내세우나, 여전히 한계가 명확하다. 실제 소비자 사례들을 보면, 최근 은행권에서는 아동·청소년 대상 금융앱 서비스에서 연령별, 이용 목적별로 차별화된 인증과 보안지침을 마련했다. 이는 디지털 금융사용이 이제 현실이 된 아동 세대의 새로운 요구와 맞물린 변화다.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도 통합적인 시각에서 – 단순 사용제한이 아니라, AI·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 속에서 아동의 권리를 지켜줄 ‘적극적 안전망’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기술기업에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정부 규제와 실태점검, 그리고 이해관계자 모두의 실효성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이번 복지부 계획에는 또, 디지털 시민성 함양, AI 활용 교육 등 미래지향적 프로그램도 다수 담겼다. 문제는 ‘취지’와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아동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민간 플랫폼에서의 준수 수준은 낮고, 교육현장에서도 교사·학부모의 ‘디지털 권리 인식’과 아동의 실제 경험치는 큰 차를 보인다. 각계 전문가들은 시스템 구축만큼, 실질적 이행과 모니터링, 아동의 목소리를 정책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주문한다.

핀테크와 금융 분야에서는, 최근 ‘어린이·청소년 금융교육 의무화법’ 논의, 디지털 인증 프로세스 내 아동보호 기준 신설 등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아동을 위한 규제는 경제·IT·교육 전반에서 유기적 연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독자들이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과 가족의 정보안전, 교육기회 평등, 불공정 거래로부터의 보호 등이 실제로 강화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 2차 기본계획이 글자 그대로 ‘기본 원칙’을 넘어, 아동과 가정, 그리고 사회 모두의 디지털 역량과 권리가 조화롭게 성장할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정부의 실행 의지, 기업의 책임이 실질적으로 뒷받침되고, 각계가 목소리를 내는 ‘참여의 힘’이 더해져야 한다. 지금의 ‘논의’가 실천과 일상 속 변화로 이어지는지, 계속 지켜보고 비판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김유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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