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정의 상징, ‘검사 수험생’의 시험지 유출이 던지는 질문
법을 수호해야 할 현직 검사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기말시험 문제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소식은 단순한 ‘사건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근본부터 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법무부는 해당 검사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고, 학교 측은 재시험이라는 초유의 결정을 내리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균열은 단순한 봉합으로 메울 수 없는 깊은 질문들을 우리 사회에 던지고 있다.
팩트는 명확하다. A 부장검사는 국내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로스쿨에 파견된 상태에서, 담당 교수로부터 미리 입수한 기말시험 문제를 동료 원생들에게 공유했다. 법조인, 그중에서도 가장 엄정한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검사가 저지른 행위라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법조인 양성 시스템의 구조적 허점과 검찰 조직 내부에 만연할지 모를 특권 의식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필연적으로 로스쿨 제도의 공정성 논란을 재점화시킬 수밖에 없다. 2009년 도입 당시, 로스쿨은 고비용의 사법시험이 낳은 ‘고시 낭인’ 문제를 해결하고 다양한 배경의 법조인을 양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높은 학비와 불투명한 입학 과정 등으로 인해 ‘현대판 음서제’, ‘돈스쿨’이라는 비판에 끊임없이 직면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직 검사라는 ‘기득권’을 가진 인물이 시험 정보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사실은, 로스쿨이 결국 또 다른 형태의 특권층을 위한 통로가 아니냐는 대중의 의구심을 확신으로 바꾸기에 충분하다. 법과 제도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이 오히려 그 허점을 파고들어 사적 이익을 취하는 모습은,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좀먹는 가장 위험한 행위다.
정치권의 대응은 여야의 입장에 따라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결정적 계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자체적인 감찰과 징계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성역 없는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나아가 검찰 조직의 폐쇄성과 엘리트주의가 낳은 구조적 문제라 규정하며, 정부와 여당을 향한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로스쿨 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법조인 선발 방식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 논의를 촉발시키려 할 것이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법과 원칙’을 강조해 온 현 정부의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권은 이번 사태를 해당 검사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하고, 신속하고 엄정한 처벌을 통해 파장을 최소화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의 감찰 결과를 조속히 발표하고, 해임 등 최고 수준의 징계를 통해 ‘제 식구 감싸기’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면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의 ‘검찰 개혁’ 공세에 맞서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경우, 검찰 조직 전체를 비호한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사태의 향방은 단기적으로는 해당 검사에 대한 사법 처리와 징계 수위에서 결정될 것이다. 업무방해 혐의 적용 여부 등 법리적 검토를 거쳐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전망이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적 개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한 개인의 비위 행위에 대한 단발성 처벌로 끝나고, 또 다른 정치적 공방의 소재로만 소비된 채 잊힐 것인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되겠지만, 여야의 첨예한 대립 구도 속에서 실질적인 입법 성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시험지 유출 사건이 단순한 학사 비리를 넘어 한국 사회의 신뢰 시스템에 가한 상처는 매우 깊다는 점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한 개인에 대한 엄벌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조인 선발과 교육, 그리고 검찰 조직의 운영 전반에 걸친 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정치권의 책임 있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사태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과연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지켜낼 의지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