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재건 논쟁 속 ‘사교클럽’ 자조, 국민의힘의 쇄신 동력은 가능한가
나경원 전 의원이 ‘여당과 잘 싸우는 것이 쇄신’이라는 진단과 함께 국민의힘을 ‘사교클럽’에 빗댄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은 보수 진영 재건을 위한 핵심 동력을 내부 경쟁과 치열한 논쟁, 그리고 강력한 야성 복귀에서 찾았다. 나경원의 발언은 현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실체적 정책 경쟁보다 인적 동질감에 치우쳐 내부 결속만을 강조한다고 비판하는 맥락이다. 이는 최근 김기현 지도부 체제 이후 커져온 ‘쇄신 부재’ 지적, 그리고 4·10 총선 이후 ‘보수의 길’에 대한 집단적 반성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
팩트로 돌아가, 나 전 의원의 “우리 당은 사교클럽이 됐다”는 발언은 국민의힘 내에서 유의미한 자기비판적 목소리다. 실제로 올 한 해 동안 국민의힘은 총선 패배 이후 내부 반성과 정체성 논쟁보다 총선 책임론이나 인적 청산 논란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 당대표와 지도부 교체론, 초·재선 의원을 중심으로 한 소장파 쇄신 요구, 유력 대권 주자 간 이견 노출 등이 잇따랐으나, 실질적 정책 담론이나 본질적 변화를 향한 논쟁은 지지부진했다.
정책 경쟁이 사실상 실종되고 “닮은꼴 정치인 모임”으로 전락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이는 중도 확장성을 중시하는 유권자·여론의 시각과도 맞물린다. 2024 총선 이후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보수 아젠다가 정책적 실체를 갖추었는지에 대해 지지층 내부에서도 부정적 응답이 적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그 책임의 화살이 자주 인적 세신에만 머무는 모습이다. 나경원의 발언은 바로 이 지점에 ‘정책 정당’으로 변모하지 못한 현실을 겨냥한다.
분석해보면 여야 모두 변화의 압박에서 자유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도 총선 직후 겪었던 계파 갈등과 소속 의원의 민주적 리더십 부재 비판 등 내부 분란을 겪었으나, 국민의힘은 보다 뚜렷한 노선·철학 공동체 부재가 드러났다. 현정권 내내 강경보수 층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스윙보터와 청년층을 배려하는 메시지 또는 정책 역량에선 뚜렷한 전략이 없었다. 나경원의 제언처럼 정당이 보수적 결속과 야성만으로는 장기 집권이나 실질적인 거버넌스 역량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은 여러 선진국 사례와 선거 데이터에서도 반복 확인된다.
여당과 ‘잘 싸우는 것’이 쇄신이라고 규정한 점은 일종의 선명성 전략 요청이다. 그러나 실제 총선과정에서 국민의힘은 대여투쟁 강도 면에서 분명 과거 여러 선거보다 후퇴한 모습을 보였음이 사실이다. 오히려 정책 비전 제시에서의 빈곤, 선택적 청년공천 논란, 당내 계파간 견제 프레임 등이 당 쇄신 방향에 대한 혼선을 자초했다. 한편 민주당 역시 지난 1년간 친명-비명간 헤게모니 다툼이 지나치게 불거지면서, 정책 중심의 정당 경쟁이 실종되는 현상은 여의도 전체의 과제가 됐다.
전망을 하면, 국민의힘의 쇄신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인적 교체나 지도부 교체론, 일회성 선언만으론 어렵다는 비판적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정당 본연의 임무인 입법 역량과 정책 경쟁, 그리고 신뢰 회복이 동반되어야만 ‘사교클럽’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다. 더불어 여당의 쇄신 논의는 단순히 리더십 교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삶과 직접 연결된 사회·경제 정책 경쟁에서 설득력 있는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의 자성 섞인 지적은 보수진영이 변화할 시점을 명확히 요구하고 있다.
최은정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