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피’ 회복 환호 뒤에 숨은 자본 왜곡, 금융정의는 여전히 표류한다
9거래일 만에 코스피가 4000선을 회복했다. 사천피, 언론이 좋아하는 이 두 글자는 한국 증시의 심리적 경계선임과 동시에 수많은 개인 투자자, 기관, 정책결정자 모두가 짧은 승리를 자축하는 동네잔치마냥 호출하는 구호다. 코스닥조차 6거래일 연속 상승세에 접어들며 금융시장에는 훈풍이 감돈다. 그리고 익숙하게 반복됐다. 상승장, 낙관론, 되살아난 개미 투자, ‘한국 자본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보수와 진보 구분 없는 립서비스들이 줄지어 나온다. 하지만 탐사보도 교수로서 나는 이 들뜬 분위기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권력 구조와 자본의 관성, 그리고 시스템적 구조적 비리를 다시 추적한다.
우선 이 사천피 랠리의 진원지는 바깥에 있다.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은 명목상 통계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환율 요인, 미국 연준의 금리 동결 신호, 거품화된 글로벌 ‘AI’와 반도체 노이즈가 한국 장세를 견인한 것뿐이다. 개인 투자자의 ‘서학개미’ 자금 유입은 이미 해외 빅테크 쏠림을 심화시키고, 기관 투자가와 외국인들은 그 틈에서 여전히 한국시장에 ‘투기자본’ 수준의 조작적 행태를 반복 중이다. 코스피 4000 회복을 뒷받침하는 진정한 산업경쟁력, 투명 거버넌스, 공정한 자본시장 시스템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기업을 필두로 한 절대주주 지배구조와 금권로비, 사회적 대의와 매치되지 않는 배당 확대경쟁은 방치된다. 넷마블, 삼성전자 등 시총 최상위종목이 PR 전략으로 표정만 바꿀 뿐, 거버넌스 시계는 멈춰 있다. 자본시장을 정치의 ‘성공신화’로 포장하는 관변언론의 태도도 문제다. 상승장은 일종의 감정적 집단최면이자 재벌중심권력의 구조적 타성, 이익 카르텔의 일시적 셀프 옹호에 불과하다.
코스닥의 연속 랠리는 특히 더 기만적이다. 기술기반 혁신기업 투자라 포장하지만, 실제론 불공정공시, 내부자거래, 시장질서 교란이 뿌리 뽑히지 않는다. 여러 해 반복된 ‘바이오 광풍’과 ‘메타버스 허상’ 작전세력은 이번 상승장에서조차 다시 고개를 쳐든다. 금융당국의 심사 강화, 시장질서 감시 강화 등 ‘개선약속’은 전시행정으로 그친 지 오래다. 상장폐지 위협, 풍선효과로 튕기는 비정상 자금 조달 과정도 구조적 방치의 연장선이다. 최근 김포공항 부지 개발주, AI 수혜주를 둘러싼 거대 세력의 일상적인 주가왜곡 사례는 종합적으로 봤을 때 여전히 시장이 불공정 세력의 놀이터임을 입증한다.
한국 증시를 견인하는 드라이브의 정체는 조정된 베타값, 외국계 단타 펀드의 초단기 시세차익, 그리고 중앙정부의 정책불확실성 헤지에 불과하다. 세제 개편, 기업지배구조법 강화, 공매도 전면적 개선안 등 구조 개선책은 투자자 신뢰를 붙잡기엔 터무니없이 더디다. 심층 취재 결과, 최근 당국의 ‘그린워싱’ 공시 규제, ‘AI기업 테마주 감시’ 강화 조치도 결국 재벌-관가-투기세력의 입김, 기득권적 비공개 밀실 협의에서 출발해 사실상 ‘뒷배 보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시장도 최근 2~3년간 이미 ‘주가 부양=근본책’이라는 허상에 대해 뼈아픈 반성의 신호를 던진 바 있다. 공정거래 논란, ESG 허울뿐인 퍼포먼스, 소수 대주주의 횡포, 실질적 금융범죄의 적발율 저조 등, 모두가 한국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 비정상 순환고리, 탐욕을 독점하는 취약한 권력 카르텔에 훨씬 더 노출되어 있다는 현실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코스피 4000, 코스닥 6연상이라는 숫자놀음 앞에서 진보 정부든 보수 정부든 여야 모두가 ‘투자자 신뢰’ ‘시장 투명성’ ‘성공적 산업혁신’이라는 피상적인 구호로 정략적 성과게임을 반복해왔다. 실제론 한줌 VIP 투자자, 정보 독점 내부자, 재벌 중심 금권시스템이 언제든 판을 뒤엎는다. 한국 자본시장은 단 한 차례도 ‘불공정수익 분배·책임있는 자본 규율·시민사회의 감시 권한 강화’라는 개혁적 명제 앞에 진지하게 설득된 적 없다. ‘사천피’의 환호가 끝나는 순간, 우리 모두는 다시 반복되는 비리의 늪, 구조적 기득권의 패턴 아래로 미끄러질 뿐이다. 이 착시를 해부하고, 기득권 권력의 순환구조를 파헤치는 것이야말로 사회적 책무임을 다시 강조한다. 미화된 숫자 뒤에서 흘러가는 금권과 정보 비대칭의 역사를, 이제는 언론과 시민 모두가 정면으로 폭로할 때다.
— 강서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