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국회 매치 무산, 정치·e스포츠 경계의 밸런스 패치가 필요하다
정치와 게임이 만났을 때 나오는 예상 밖의 드라마, 이번 ‘국회 스타크래프트 대결’ 취소 사태에서 또 한 번 확인됐다. 여당 강경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일부 의원들이 출전을 포기하며, 오랜만에 성사되려던 여야 간 e스포츠 대결이 시작도 못 하고 무산됐다. 처음 이 이벤트가 대두됐을 때만 해도, 한국 e스포츠의 상징 ‘스타크래프트’와 정치권의 만남 자체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90년대 PC방의 국룰 게임에서 시작해 현존 e스포츠의 뼈대를 만든 이 게임으로 정치권이 대중과 소통을 시도한다는 시나리오, 나쁘지 않은 발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다시 ‘밴'(ban) 당했다.
점수를 깎아먹은 시그널은 정치적 프레임 때문이었다. 해당 이벤트의 기획 의도는 ‘정치와 게임 커뮤니티의 소통 장’이었으나, 강경 지지층엔 이를 ‘정쟁용 이벤트’ 또는 당의 무게감을 손상하는 ‘정치 희화화’로 받아들였다. 여기에 이벤트를 주도하던 국민의힘 신인규 혁신위원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면서 기세가 급격히 꺾였다. 여러 의원들이 출전 철회를 선언하면 사실상 이벤트 자체가 불발되는 구조, e스포츠판 용어로 하면 ‘GG'(굿게임) 선언이 빠르게 떨어진 셈이다.
e스포츠계 내부 반응은 어떨까. 이미 여러 대회와 이벤트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선수로 뛰거나 심판·해설로 참여한 사례가 있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도 “e스포츠는 세대를 잇는 문화다. 사회적 이슈라도 본질적으로는 커뮤니티 소통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재미없으면 안 보면 되는 것’, ‘정치권 찬조 출연이 꼭 흠인가?’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문제는 정치-게임 간 신뢰도와 밸런스가 아직도 초반 러시 단계라는 점. 국회 대전이 이슈로만 끝나고, 실질적 소통을 통한 e스포츠 생태계 확장에는 연결되지 못했다.
패턴적으로도, 한국 사회는 게임이 사회운동·정치와 만날 때마다 ‘과몰입/경계심’ 두 축이 반복됐다. 2019년 펄어비스, 넥슨 등 대형 게임사가 사회적 책임을 언급하며 게임·정치 연계를 시도했지만 대형 논란과 균열만 남긴 바 있고, 2023년 대통령배 KeG 시즌에서도 정치권 등장에 ‘정치적 오염’ 논란이 뜨거웠다. 이 모든 흐름을 보면, 지금 우리 사회는 “게임 내적 밸런스는 찾고 있지만, 게임-현실 간 메타 밸런스는 아직 불안정하다”고 진단하는 게 맞다.
스타크래프트는 밸런스에 민감한 게임이다. 저그가 약해지면 테란이 강해지고, 프로토스가 성장하면 전체 양상이 바뀐다. 정치권 이벤트는 어떻게 해야 메타가 맞춰질까? 첫째, 이벤트의 의미와 역할을 명확하게 브리핑해야 한다. ‘정치 포퓰리즘’으로 소비되기 쉬운 이벤트가 아닌, 대중 소통의 장으로 설계된다는 신호를 이벤트 단계마다 투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둘째, e스포츠 커뮤니티와 게임 인플루언서, 해설진이 함께하는 공동 메타 설계가 필요하다. 일방이 주도하면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마지막으로, 정쟁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도록 룰 메이킹(게임 규정화) 반영이 필수. 예를 들어 실제 경기 전 밴픽 단계에서 “정치적 메시지 비표출” 룰을 둔다면 리스키 요소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사전 플랜도, 충분한 커뮤니케이션도 아쉬웠던 게 사실. ‘스타크래프트’라는 국민적 게임의 힘, 그리고 여야가 함께하는 이벤트가 그냥 사라지기엔 아깝다. 다음번엔 정치-게임-커뮤니티 모두가 게임 내/외적 밸런스를 맞추는 ‘메타 패치’가 현실적으로 요구된다. 그때는 오직 ‘실력’과 ‘재치’로만 승부하는, 진짜 스타리그가 펼쳐지길 기대한다. — 정세진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