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기술인재 양성, 녹색 디지털 혁신의 미래를 열다
한국IT여성기업인협회와 숙명여대의 협력은 국내 여성 기술인재 생태계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전통적으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여성 참여는 저조했으며, 이는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배터리 산업 등 첨단 산업으로의 인력 다양성 확보의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과 함께 전방위적인 녹색 혁신이 전개되면서, 젠더 다양성은 단순한 형평성 차원을 넘어 혁신 동력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양 기관의 공동 MOU는 실질적 AI·SW·IT 기술역량 배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근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 시장에서 소프트웨어·데이터 역량이 산업의 근본 경쟁력을 결정하는 열쇠로 부상한 가운데, 여성만의 섬세함과 창의성이 첨단 디지털 전환과 일치한다는 분석다. 예를 들어, 테슬라·폭스바겐·BYD 등 글로벌 EV 메이커들은 차세대 배터리 소재 연구와 생산공정 자동화에서 다양한 인재풀의 기여를 강조한다. 실제 유럽, 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는 여성 엔지니어 비중 확대가 배터리·충전 인프라·재생에너지 시스템 최적화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실증 연구가 축적되고 있다.
여성 기술인재 확충이 산업구조 혁신으로 직결되는 기반에는 소위 ‘기술 디카프링(decoupling)’의 세계적 메가트렌드가 있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IT서비스 등에서 가치사슬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며, 이에 맞는 현장형 신인재 발굴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 미국, EU, 중국 모두 STEM계열 여성 창업 및 연구 지원을 미래 국부창출 전략으로 내세운다. 이 맥락에서 숙명여대가 멘토링, 현장실습, 창업지원까지 포괄하는 ‘풀 스택(Full Stack)식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은 분명 국내 기술교육계에도 시사점이 크다.
전기차·배터리 및 신재생 R&D에서 여성 과학자의 약진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된 사례는 이미 해외서 확인된다. 예컨대 노르웨이는 2010년대 초반부터 재생에너지 분야 여성 비율 확대 정책을 실시, 현재 유럽 내 에너지 AI/빅데이터 분석 인건비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다. 한국도 테슬라급 글로벌 EV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해 국내 여성 기술 인력의 ‘양적 확장’과 ‘질적 고도화’가 필수적임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래 자동차 분야에서 데이터 해석 능력, 배터리 소재 분석, 스마트팩토리 운영 등 융합적 기술역량이 강하게 요구되며, 숙련된 여성 전문가의 저변확대가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국내 IT·테크 현장은 여전히 유리천장과 견고한 남성 위주 팀 구조가 잔존한다. 이는 새로운 인재 유입의 모멘텀을 저해하고 차세대 친환경 혁신 생태계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실제 2024년 기준 국내 대형 배터리/EV기업의 여성 전문직 비중은 15%에 그쳤다. 전문성, 신속한 현장 경험, 실리콘밸리식 멘토링이 결합된 여성 맞춤형 커리큘럼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현장의견을 들으면, 테크 스타트업과 전통 대기업 모두 여성 개발자의 조직 내 네트워킹·피드백 채널 부족을 현안으로 꼽는다. 숙명여대-한국IT여성기업인협회 모델이 지속 성장하려면, 이번 협력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적 생태계 혁신으로 발전해야 한다.
미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는 녹색 혁신과 디지털 대전환이 더 이상 특정 성별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반영한 다양성 정책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경고를 수차례 던져왔다. 오늘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인공지능과 배터리 신소재 개발은 오케스트라처럼 다층·복합적 협력이 필수다. 여성 기술 인재의 체계적 유입은 경제·사회·산업 전 영역에서 혁신의 ‘파이라인’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기술과 에너지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되는 때, 더 많은 여성들이 첨단산업 최전선에 서는 변화를 목격하는 것은 곧 한국 경제의 질적 성장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실리콘밸리, 유럽, 일본, 중국 등 세계 전기차 산업·재생에너지 트렌드 비교 관점에서도 결국 다양성과 융합형 인재가 혁신장의 승자를 결정한다. ESG 경영 기조가 실리콘밸리에서 서울까지 실시간으로 전파되는 이 시대, 지금의 실험이 ‘단절’이 아니라 ‘연결과 진화’로 귀결되길 바란다.
— 강은호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