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 권력 견제와 법치주의의 시험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정 출석과 직접 신문은 단순히 개인의 명예나 정치적 미래와 관련된 이슈로만 볼 수 없다. 근본적으로 대한민국의 권력견제 시스템, 법과 원칙의 작동, 그리고 사회적 신뢰 회복 문제를 모두 아우르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정치인에 대한 사법처리는 늘듯이 여론의 윤리적 판단과 법적 사실의 분리가 쉽지 않다. 이 점에서 최근 법정의 투명한 절차가 사회 전체에 주는 의미는 실로 깊다. 정치적 논란이 사법적 판정에 선행할 경우, 그 결과는 법치 자체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는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 예외 없이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 엮인다. 그러나 객관적 사실 확인과 균형 잡힌 절차 진행만이 답이다. 실제 2023년 박근혜 정부 탄핵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반론 기회를 활용하며 소명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과거 권력자들이 ‘피의사실 유포’와 ‘정치 재판’ 논란에 휩싸이며 법정 출석 자체를 회피한 사례와는 분명히 구분된다.
타사 보도를 살펴보면 조선일보 외에도 중앙일보가 “권력의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도 평등한 법 적용이 가능한가”라는 시각에서 재판을 분석하고 있다. 한겨레, 경향신문 등 진보 성향 매체는 윤 전 대통령 지지층의 결집을 우려하며 국론분열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 쟁점은 어디까지나 사건의 법리, 증거, 사회 통합 장치로 모아져야 한다. 국내외 법치주의 역사에서 정치 지도자가 사법적 심판을 받는 일은 긴장과 불안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사법권 독립과 대의민주주의 신뢰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은 개별적 선호나 사적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절차적 정의와 진실 규명을 최우선에 두는 것에 있다.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내용을 보면, 검찰 측은 증거 강화를 위해 몇 차례 추가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피고인 역시 시시비비를 명확히 하고자 법률 대리인을 넘어 직접 진술에 나섰다. 공방은 팽팽하게 이어진다.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는 이미 흔들렸지만, 그의 재판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가 ‘정치적 승복’과 ‘법적 책임’을 어떻게 구분·조정하는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분명 피고인의 주장과 검사의 공소 취지, 법원의 선고 이유가 치밀하게 검증되고 공개되어야 한다. 그 절차가 투명해야만 이번 사안이 ‘정치보복’이 아닌 합법적 심판으로 여겨질 수 있다. 여론재판화 우려 속에서 군중심리나 SNS상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는 법치 시스템의 복원이 시급하다. 이는 향후 정권 교체기마다 반복돼온 ‘살아있는 권력과 전직 권력의 충돌’ 양상도 어느 정도 제도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여야의 반응도 표면적으로는 상반된다. 여당은 “법원의 엄정한 절차 진행”을 강조하고, 야당은 “정권 심판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국민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결과가 아니라 진행과정이다. 사실에 기초한 공정한 판결이 이뤄질 때만 우리 사회가 진정한 의미의 신뢰와 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다. 흥분된 구호 속에서 법과 증거의 언어가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법적 정의는 허울뿐인 절차가 될 뿐이다. 윤석열 재판은 그 자체가 종착점이 아닌, 대한민국 민주국가 시스템의 작동 원리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대다. 사법부의 독립성, 정치권력의 책임, 시민사회의 신뢰가 모두 맞물려 있다. 각자 진영 논리가 아닌 냉정한 팩트와 절차가 이 논란의 결론을 지어줄 것이다.
— 박희정 ([email protected])

